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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머리 위에는 거대한 귀 같은 게 있을 거야. / 사월의 미, 칠월의 솔

本/引く

by 솔앙 2014. 5. 3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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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우리 머리 위에는 거대한 귀 같은 게 있을 거야. 그래서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말이라도 우리가 하는 말들을 그 귀는 다 들어줄 거야. 그렇다고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맺어주거나 내 안에 가득한 슬픔을 없애준다는 뜻은 아니니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그저 크고 크기만 한 귀라고 말할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귀가 있어 깊은 밤 우리가 저마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말들은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은 거야.

 

깊은 밤, 기린의 말. P.52

 

가장 한숨이 나왔던 부분

 

 

 

 

 

 

 

  "죽는 순간에 마지막으로 보게 될 얼굴이 누구의 얼굴일지 난 정말 그게 궁금했어.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이 말이야. 뱃속에 있는 아기들도 그런 생각을 할 거 아니겠니? 밖에 나가면 도대체 어떻게 생긴 작자의 얼굴을 제일 먼저 보게 될까? 양수 속을 뒹굴뒹굴하다가 그런 의문이 들겠지."

  "이모 같은 아기들이나 그렇겠죠."

  "시끄럽고. 어쨌든 그러면 내가 걔네들이 있는 배에다 대고 말해줄 수 있어. 왜, 태아들도 다 듣고 있다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면 좋아하고, 밉다고 말하면 싫어하고. 이렇게 말할 거야. 일단 거기서 건강하게 나오는 게 제일 중요한데, 나오고 나면 좋든 싫든 네가 처음으로 보게 되는 얼굴이 있을 것이야. 그게 누구냐면 바로 네 엄마란다. 그 엄마는 죽을 때 아마 제일 마지막으로 네 얼굴을 보게 될 거야. 인생은 그런 식으로 공평한 거란다. 네 엄마의 삶에 너무 많은 고통과 너무 많은 눈물만 없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죽는 순간에 마지막으로 보게 될 얼굴이 평생 사랑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면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더라도 그건 불행하다고 할 수 밖에 없어. 그러니 무조건 결혼을 하고, 그 다음엔 아이를 낳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전부야."

 

사월의 미, 칠월의 솔. P.76

 

가장 코 끝이 찡해졌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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