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3. 귀여운 여인.
- 이미 다 알고 몇 번이나 봤는데도 너무 재밌다. 리차드 기어 내 스타일 아닌데 왜 이렇게 잘 생겼지? 어릴 땐 줄리아 로버츠 예쁘고 거블리해서 안 반하는 남자가 없겠네, 이러면서 봤는데 30년 전 리차드 기어에게 반하면서 영화 봄. 역시 영화는 스크린으로 봐야해. 요즘 기준으로 15금 정도 되는듯 한데 여전히 청불로 재개봉함.
20210105. 나이팅게일.
- 고향을 잃어버린 호주 원주민 흑인 빌리와 가족을 잃어버린 아일랜드 여인 클레어. 영국군 장교 호킨스를 추적하며 테즈매니아 숲을 관통하는 처절한 복수극. 놓칠뻔 했던 너무 좋은 영화. 보기 힘든 장면들이 많아서 고통스러웠지만 빌리와 클레어가 서로 의지하며 손을 잡고 그 해변의 일출을 보기까지 여정의 끝이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음에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느껴졌다.
20210109. 글루미 선데이.
- Spiel fur mich. 내 인생영화 best 5 중 하나. 마성의 언니 일로나. 당신을 잃느니 반이라도 갖겠다는 자보. 부와 명서은 얻었지만 글루미 선데이의 진짜 의미를 찾으려 괴로워하던 안드라스. 다뉴브강의 친구는 진짜가 아니었던 한스. OST CD가 거의 망가질 정도로 들었던 음악들. 청불이지만 고 3 때 뽰지. 그 때는 그랬던 시절.
20210112. 미스터 존스.
- 진실을 밝히려는 정의는 언제나 엄청난 용기를 동반해야한다. 기자정신이란게 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바네사 커비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오늘부로 나는 제임스 노튼을 제임스 본드로 밀겠어!! 이미지 안 맞다고 생각한 내가 뭘 몰랐네.
20210114. 블라인드.
- 처음 만난 암흑. 눈이 쌓여 모든것이 가려진 벌판에서 헤매다 마리를 만나 손을 잡고 눈을 헤처 나오려는 중에 그 손을 놓친 기분이었다. 빛을 얻었지만 여전히 암흑속에 있던 그 때처럼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들로 진정한 아름다움과 사랑을 결국 찾아낸 루벤. 카이를 찾은 게르다처럼. 그리고 다시 만난 암흑. 반짝이는 햇살을 맞아 더 연두색이 도드라진 나무 아래 앉아 더없이 평온한 표정으로 그녀를 기다린다. 처음 어둠 속에 있었을 때처럼 마리는 찾아왔을까? 이제 마리는 아름다움과 사랑을 믿을까?
20210120. 20210201. 소울.
- 코코처럼 눈물 콧물 다 쏟으며 보는 내용은 아니고, 인생이 뭔지, 사는게 뭔지, 사는 목적이 뭔지,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 음악이 너무너무너무너무 좋고 22번 너무 귀엽고 짠하고 조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도 기대된다. 분명 모든게 다 재즈같겠지!
20210125.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 netflix
- 팟캐스트 듣고 바로 봤는데 우울증의 점진적 단계를 잘 보여줘서 항상 식욕이 터지는 나는 우울증이 아니구나 깨달음. 병을 다 이겨내며 끝나는 건 아니지만, 둘의 신뢰와 좋은 부부로 나아가는데 우울증이란 병은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원작만화가 있던데 궁금하다. 솔직히 애가 없어서 가능했을지도 모르는 그들의 1년이 묘하게 내 시각과는 어긋나.
20210125. 마우트하우센의 사진사. @ netflix
- 진짜 나치의 홀로코스트 이야기는 멈출래야 멈출 수가 없네.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진짜 사진들 때문에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 참혹하고 끔찍하게 느껴진다.
20210129. 북스마트
- 24시간 미친듯이 달리는 진짜 스물의 성장기. 웃다 찡하다가 웃다 찡하다가. 계속 울고 웃다 싸우고 화해하고 변해가며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지 뭐.
20210204. 해피투게더 리마스터링.
- 청춘의 시작에서 본 영화를 청춘의 끝자락에서 다시 보다. 여전히 불안한 홍콩은 언제나 어긋나는 보영과 아휘의 과거와 현재, 미래와 다르지 않다.
20210218. 마리오네트.
- 이렇게 무서운 영화인지 몰랐잖아. 긴장하면서 봐서 또 몸이 굳었음. 마지막까지도 뭐라고? 이게 맞는건가? 이러면서 봤음. All of me 나오는 순간 영화의 모든것이 완전히 바뀌면서 쪼개진다. 다시 보면 뒤에 그 부분을 알고 보니까 이 부분은 이렇게 저렇게 이해하면서 볼 것 같지만 다시 보기 무서워.
20210219.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
- 대만 청춘영화인줄 알았는데 홍콩 판타지로맨스네. 뭐가 그렇게 절절한지 잘 이해가 안 돼. 대만 영화랑은 좀 다른듯 묘하게 촌스러워. 홍콩 영화가 왜 이렇게 됐을까. 씨네 21에서 보영이 홍콩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유. 홍콩은 1997년 이전으로는 돌아갈수 없어서라던 왕가위 감독의 인터뷰 내용이 다시금 생각남.
20210228. 카오스 워킹.
- 생각보다 재밌게 봤음. 엄청난 기대가 없었어서 그러지도. 근데 톰 홀랜드는 계속 이런 이미지로 가려나.
20210302. 라스트 레터.
- 슬픔과 웃음을 계속 교차시키는데 어느쪽 방향으로 나아갈지 좀처럼 갈피가 잡히지 않는 분위기에서 영화를 봤음. 마츠 다카코는 나이 들어도 여전히 예쁘고 나카야마 미호는 자꾸 나이들어가서 슬프고 히로세 스즈랑 모리 나나는 너무 예쁘고 청순청순.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혼자 너무 우수에 찬 연기를 하는데 이상하게 그 감정이 동화되지는 않아.
20210303. 타락천사 리마스터링.
- 중경삼림의 짜투리라고 항상 느끼는 영화. 여명 보러 갔다가 중경삼림에 이어 금성무에게 또 치여서 이후로 금성무 덕질을 한동안 하는 중딩이었지. 오빠는 쌍꺼풀 수술을 하지 말아야했어.
20210304. 중경삼림 리마스터링.
- 아 역시 너무 좋아. 두 이야기 모두 내가 너무 사랑해. 좋아하는 영화를 다시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게 너무 행복한 요즘이지만, 나는 꿈 많은 중, 고딩이었는데 이젠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버렸다는게 너무 슬프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이 영화는 똑같이 반짝거리는데 내 청춘은 어디로 간걸까.
20210306. 20210309. 미나리.
- 나도 우리 할머니 보고 싶다. 할머니랑 같은 방에서 자는거 너무 좋았던 기억. 할머니가 7살 때 돌아가시고 엄마가 방에 침대를 사서 놓았는데 나 혼자 자는게 너무 이상해서 한동안은 그냥 바닥에서 잤었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그 시잘의 나와 할머니가 생각나네. 데이비드 꼬맹이 엘린 김, 너무 연기 잘 하고 윤여정 배우님은 말 할 것도 없고 한예리 배우는 너무 자연스러워. 그냥 나 어릴 때 우리 엄마 같았어. 스티브연 배우는 80년대 우리네 아빠의 스탠더드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많이 애쓴 느낌. 한국말도 괜찮아. 많이 안 어색했어! 앤으로 나오는 지영이. 노엘 조 라는 어린 배우던데 아직 어린아이지만 장녀의 위치와 책임이 느껴져서 슬프더라. 자기도 아이인데 끊임없이 데이빗을 챙겨야하는 장녀니까 너무 빨리 자라버린 아이. 지영이라고 부르지 않는것도. 바쁜 엄마 아빠 사이에서 제일 단단한 아이. 가장 슬펐던 부분. 작년 선댄스에서 상 받았을 때부터 엄청 기대했는데 1년 사이에 상을 휩쓸고 다녀서 더 기대감이 상승. 큰 기대감을 안고 밨는데도 너무 재밌게 봤다.
20210310. 열혈남아.
- 역시 90년대 뒷골목 감성 안 맞을 줄 알았어. 박찬욱 감독이 JSA는 자신의 영화가 아니라고 한다는데 왕가위 감독이 아마 그럴지도. 원래 이야기는 다른거였는데 유덕화가 출연한다고 하면서 스토리가 완전 엎어진걸로 알고 있어서 그런가, 그냥 원래 스토리대로 찍지 그랬어.. 란 생각이 절로 든다.
20210311. 유어 아이즈 텔.
- 역시 우리나라 원작 영화의 모든 개연성은 소지섭 배우 얼굴이었어. 요시타카 유리코는 러블리하네. 오직그대만 볼 땐 소지섭만 봤는데 이 영화는 요시타카 유리코만 봄. 엔딩까지 똑같아서 좀 아쉬웠지만 로맨스 영화도 좀 많이 만들어줬음 좋겠다.
20210316.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
- 도대체 왕가위 감독은 아르헨티나에서 뭘 한건가. 필름들을 다 모으면 영화 3편은 나올 것 같은데, 안쓴 필름들도 다 풀어줬으면 좋겠다. 근데 생각해보면 왕가위 감독이랑은 일 못할것 같다. 도망가려고 비행기표 끊은 양조위는 먼저 돌아간 장국영이 엄청 부러웠을지도. 뭔 촬영이 끝나지가 않아. 개봉했을 때 더 황당했겠지. 죽어라 촬영한 장면들이 모두 안 나옴.
20210318. 정말 먼 곳.
- 영화를 보면 항상 그 다음을 생각하는 습관. 설이랑 우진은 화천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화천의 아름다움과 대비되어 더 잔인하게 다가오는 타인의 폭력들. 그 폭력들은 왜 항상 같은 모습을 하고있는 걸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가 대단히 엄청난 것처럼.
20210319. 모리타니안.
- 하여간 미국이란 나라는 뭔가 그럴듯한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현실은 스케일 좀 큰 동네 깡패랑 다를게 없다. 깡패들은 범법행위하다 걸리면 감옥이라도 가지. 나이 든 조디 포스터 너무 아름다워. 주름을 숨기지 않는 자연스러운 늙음이 너무 좋다.
20210325. 스파이의 아내.
- 이거 찍은 배우들 일본에서 불이익 당할까봐 걱정되는 수준. 이상한 영화만 찍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는데 구로사와 키요시 감독 다시 보이네. 영화제에서 상도 많이 탔다는데 이유를 알 것 같음. 일본인의 입으로 그 일을, 비록 일부지만, 내뱉는 것에 대한 일종의 카타르시스. 엄청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당연한 일을 당연하다고 말하는게 때로는 쉽지 않은 일이란걸 보여주는 영화인듯 싶었음. 실화는 아니라지만 일본에도 분명 이런 사람들이 있었겠지. 일본인의 시각으로 본 40년대가 궁금했었는데 일본인 전형의 전반적은 시각은 아닐것도 같음. 아직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테니.
20210403. 자산어보.
- 이준익 감독이라서 봄. 변요한 배우라서 봄. 영화는 너무너무 좋았음. 흑백이라서 더 도드라지는 이야기. 많은 의미를 담아냄에 버거움이 없다. 동주도 다시 보고 싶어지는 저녁이다.
20210406.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아!!!! 이렇게 착하디 착한 순정만화 버전의 조제라니!! 역시 나는 영화 속 츠네오보다 이렇게 삶에 열심히고 올곧은 바른 남자가 좀 더 좋아. 조제는 어느 버전이나 살짝 비슷하긴 한데 그래도 어두침침했떤 한국판 보다는 반짝반짝하는 조제쪽이 더 좋아. 원작까지 네 가지 버전 모두 봤는데 항상 각각의 매력으로 재창조되는 것 같아서 매번 신기하고 재밌다. 작화도 좋고 음악도 좋고, 밝은 쪽으로 맘에 들어.
20210406.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 netflix
- 재개봉한다는데 넷플릭스에 있어서 봤음. 계속 긴장하면서 봐야하는 장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나마 이건 유혈이 낭자한 스타일이 아니라 집중력있게 봤다. 한 명의 스파이를 찾기 위해 여러가지 단서를 찾고 사람들의 말들을 조합하며 그가 누구인지 포위망을 좁혀가는 과정의 한가운데 서 있는 스마일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차갑도록 냉철하다. 엄청 놀란 한 장면이 있긴 했어. 팅커, 테일러, 솔저, 세일러.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고 봤따면 되게 뜬금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리치맨, 푸어맨 막 이러는데 도대체 왜 저렇게 두서없이 암호명을 정하지? 했겠지. 근데 황석히 번역가님 번역 궁금해서 재개봉도 보고 싶어졌어.
20210407.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netflix
- 연극이 원작이란걸 알고 봐서 그런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대화들이 때로는 독백처럼 때로는 방백처럼 무대 위의 공연같은 모습으로 보이는 롱테이크 시퀀스들이 눈에 띄였다. 배우들의 몰입감, 특히 채드윅 보스만의 연기 때문에 그 무대를 바라보는 극장에 앉아 실연을 관람하고 있는 느낌. 극장에서 크게 봤다면 더 좋았을듯 싶다. 나는 전기영화 형식의 마 레이니 이야기인줄 알고, 음악이 무척 좋겠구나! 란 생각으로 편하게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가 수많은 대화 속에서 흑인으로서 그 당시 미국에서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들에 요즘 일어나는 Black lives matter나 Stop asian hate 같은 슬로건을 생각하다가 충격적인 결말에 그것들을 다 잊고 모든게 허무해졌다. 레비의 것이었지만 이제 주인을 잃고 본질이 변해버린 소울 없는 딱딱한 마지막 블루스처럼. RIP Chadwick Boseman. Wakanda forever!!
20210408. 번지 점프를 하다.
- 20년이 지나 세월이 흐른만큼 조금은 촌스러워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은 영화. 어떤 분류로는 이걸 퀴어영화라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아니야, 이건 그냥 사랑영화야. 전에 어떤 팟캐스트를 듣는데 같이 작업했었던 모 감독님이 여현수 배우는 지금 돈 엄청 잘 벌고 잘 살고 있다고 했던게 자꾸 기억남. 이병헌 배우는 그냥 그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연기 잘한다는 건 잘 알겠다.
20210409. 더 파더.
- 마지막 시퀀스에 나온 '나뭇가지에서 잎이 지고 있는 것 같다' 는 안소니의 대사 한 줄의 의미는 그냥 이 영화를 보고나면 알게된다. 이 영화 자체가 그 한 줄에 다 담겨 있으니.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힘들었다. 나는 늙어감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누구나 태어나 살면서 늙어가지만 나는 늙기 전에 적당할 때 죽고싶다. 적당히 젊었을 때. 내가 늙어감을 전시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에. 아무일 없듯 조용히 죽고 싶다. 이 영화의 안소니처럼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고 그 잃은 것도 잊었다는 걸 모른채 늙어가는 삶을 유지하고 싶지가 않다. 그 두려움이 더욱더 커지는 영화 한 편이었다. 안소니 홉킨스 연기가 진짜 같아서 더 힘들었을지도. 아카데미는 과연 누굴 선택할까.
20210412. 피넛 버터 팔콘.
- 그다지 보고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평들이 너무 좋길래 궁금해진 영화. 샤이아 라포프 그도 늙는것인가. 이런 영화가 꽤나 어울려. 술좀 끊고 잘 살자. 영화의 장르는 다르지만 '맨체스터 바이 더 씨' 가 은근 생각남. 둘 다 아무 기대 없이 봤는데 좋은 영화로 남게 되어서 그런가. 첫 장면에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뜻밖의 로드무비.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잭과 테일러가 우정을 넘어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이 참 다정했고 그 여정에 갑자기 합류하게 된 엘리너까지 세 명이 플로리다로 가는 길은 의외로 다사다난했지만 행복했다.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는대롱 ㅣㄴ정하고 이해해주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20210413. 그녀의 조각들. @ netflix
- 시작 30분동안 나를 힘들게 만들더니 끝나기 10분 전에 기어코 나를 울림. 시작 30분동안 바네사 커비의 모든 연기는 연기가 아닌 실제의 고통처럼 느껴졌다. 내가 분만실에서 가장 힘들었던 끝나지 않는 아이의 심장소리. 태동검사 기계를 끄면 안 돼서 밤새 그 소리를 듣고 진통을 하는데 그 이후로 내가 지속적인 소음에 민감해졌다. 오프닝 이후 30분 내내 내 기억 속 소리와 그 고통으로 마사에게 동화되어 갈 즈음 심장소리가 다르게 들리며 공포가 찾아온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구나. 내가 마사의 입장이었다면, 역시 나를 힘들게 한건 가족들의 태도. 나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보다도 더 힘든 남편과 엄마의 그 태도들. 마사가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지 않은 가족들. 정서가 우리나라랑 좀 다른 것도 있겠지만, 아냐, 우리나라에도 분명 존재할거야, 그런 가족들. 시간이 지나 다리가 완성되었고 잠시 잠깐 나를 스쳐간 사과향의 흔적들이 자라고 다시 마사가 마음의 평온을 얻어 사과나무 아래 섰을 때엔 그 고통의 조각들이 다 사라졌기를.
20210414. 비밀의 정원.
- 너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어. 모든건 네 잘못이 아니야. 미안해하지마. 그런건 아무것도 없어. 그냥 조용하고 따뜻하게 꼭 안아주고 싶다.
20210415. 노매드랜드.
- 펀의 바퀴가 흘러가는 그 어디든 그녀에게는 편한한 집이 된다. 그녀는 homeless가 아닌 단지 houseless일 뿐. 러닝타임 내내 관조적 삶에 대해 생각했다 아등바등 살아봤자, 별 거 아닌것 같은데 . 그래서 모두와는 헤어짐의 인사가 아닌 See you down the road. 캠핑카를 한 대 사야하나.
20210419.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netflix
- 역시 아론 소킨! 법정드라마 최고 잘 쓰는데 만들기도 잘 하네. 사실 천천히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다음에 볼 영화이 주인공이 여기 등장한다고 해서 배경지식 공부할 겸 봤음. 지루해질 틈 없이 오프닝부터 휘몰아치며 재밌게 봤고, 엔딩 정말 최고네! 아론소킨 감독, 혹시 변호인 봤나? 트럼프가 아론 소킨을 빡치게 해줘서 고마울 따름.
20210420. 바이올린 플레이어.
-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갔떤 두 사람의 엇갈린 욕망의 방향. 앙티는 순수하게 절실했는데 카린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모든걸 가지려 순수함을 이용한거고 비욘은 그런 카린을 너무 잘 알았을지도.
20210420. 레 미제라블.
- 아프리카계 흑인들과 이슬람계 사람들. 집시들과 경찰들의 도시. 매일매일이 지옥 그 자체. 절대 공생할 수 없는 모습이 끊임없이 폭발하고 있는데, 이게 진짜 지금 프랑스이 모습인걸까? 비단 프랑스마늬 모습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확장은 어쩔수 없네. 모두의 현실이 될 수도 있으니.
20210422. 소년 시절의 너.
- 你保世界, 我保你. 이 한 문장이 그렇게 슬픈 말이었을 줄이야. 작년에 개봉했을 때 저 한 문장 때문에 영화 보고 싶었는데 결국 극장에서 못 보고 왓챠나 넷플에 뜨길 기다렸었는데 재개봉에 파노라마카드도 준다고 신나서 갔다가 손수건 부여잡고 한참 울다 나왔다. 나는 그저 그런 청춘영화인줄 알았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고 그래서 왜?? 했었는데 내가 아무것도 몰랐구나. 이렇게 슬플줄 알았으면 방구석에서 혼자 볼걸.
20210422.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다니엘 칼루야 인생연기. 아카데미 조연성 후보던데 완전 탈 것 같음. 근데 왜 둘 다 조연상 후보지? 이쯤이면 둘 다 주연인데. 프레드 햄프턴이란 인물과 사상에 감명받으며 계속 동화되어 가면서도 자신의 처지가 괴로운 윌리엄 오닐의 계속되는 선택은 예성되는 결과 앞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결국 세상의 평가는 영화의 제목에 고스란히 들어있을 뿐.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에서 변호사 없이 재판받는 보비 뒤에서 도움을 주던 사람이 바로 이 프레드 햄프턴이었음.
20210428. 나의 문어 선생님. @ netflix
- 3번에 걸쳐 겨우 다 봤다. 감독 겸 출연 겸 내레이션 아저씨 목소리가 마치 점심시간 후 5교시의 수학선ㅅ앤미 목소리 같아서 보다가 잠들고를 반복하다 겨우 다 봤음. 심지어 이거 bafta 이전에 보기 시작한 것. 확실히 다큐멘터리는 흥미있는 소재의 것을 봐야 관심이 있고 그 진의를 파악하기 쉬운데 그냥 궁금해서 보는 정도로는 집중이 잘 안 된다. 문어는 생각보다 많이 똑똑하다. 300일 넘게 지켜본 문어의 예정된 죽음은 감독에게는 또다른 상실감의 일종이었겠지. 그나마 상어에게 안 죽은게 다행이지.
20210429. 더 스파이.
- 너무 긴장하면서 봐서 머리가 아픔. 두 손 꼭 잡고 가슴을 부여쥐며 봤음. 위험을 무릅쓴다는 말 자체는 내뱉기 쉽지만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행동으로 옮기기란 어려운 일. 요즘 베네딕트 컴버배치 영화를 계속 보는 기분이야.
20210430. 비와 당신의 이야기.
- 영호의 시작 내레이션을 잘 들어야한다. 이 영화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이건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이다.' 별과 오로라와는 다른 비. 하늘을 보게 만드는 위안이 되는 비와 같은 사람. 그리고 비와 함께 찾아온 기적. 그래서 비와 당신의 이야기. 근데 강소라 배우 이정도면 특별출연이 아니라 여자주인공 수준. 오빠는 뭔가 숨겨진 이야기가 많을거라고 계속 궁금해하는데, 도대체 강소라 배우 극중 이름은 왜 안 가르쳐주는건데?
20210506. 좋은 빛, 좋은 공기.
- 빛고을 광주와 이름 자체가 좋은 공기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두 도시.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거울같은 일. 그 일들이 끝나지 않은 채 흘러버린 40년 이상의 시간들. 주검이 되어 돌아온 사람들. 뼈로 남아 돌아온 사람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오늘의 미얀마. 거울같은 두 도시의 청소년들이 만들던 프로젝트의 모든 결과가 궁금해지고 보고 싶어진다. 흑백에서 컬러로 어느 순간 전환되는지 인식하지 못할만큼 집중하며 봤다.
20210506. 8월의 크리스마스.
- 새삼 한석규 배우가 연기를 너무나도 잘한다는걸 깨달음. 영화 내내 다림이처럼 또 너무 설렜어. 여전한 내 눈물 버튼. 철구야, 나 곧 죽는다. 심은하 배우가 계속 연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아 맞아. 전미선 배우님!! 너무 그립다 ㅠㅠ
20210507. 화녀.
- 김기영 감독의 X녀 시리즈. 충녀는 안 해줄까. 프린팅 상태가 안 좋은 필름만 남았다고 들었는데 불가능하려나. 화녀랑 하녀 둘 다 봤었는데 충녀는 못 봐서. 이 독특한 그로테스크는 그 이후 어느 감독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그나마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추구하는 느낌이지만 세상이 변했으니 그만큼 변형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정확하게 이 괴상함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우회적으로 표현을 해준다고 해야하나. 예전에 봤을 때는 내가 하녀 두 편 모두 본 직후라서 (김기영 감독 하녀와 임상수 감독 하녀까지. 후자는.. 음..) 자꾸 비교하며 보느라 집중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엔 영화자체에 집중하며 재밌게 봤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혹시 박쥐의 태주 이미지는 화녀의 명자에서 따온건 아닐까 할 정도로 느낌이 되게 비슷하다. 캐릭터는 사뭇 다른데 그 눈빛.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보여지는 눈빛의 변화들이 의도적으로 유사해 보여서. 태주와 화녀의 명자는 항상 오버랩된다. 그냥 내 느낌만 그런 것일지도. 근데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일명 막장 스토리를 참 좋아하는지 1971년 흥행 1위 작이라고 한다. 요즘 개봉했으면 오히려 화면구성이 컬트적이라 흥행이 안 됐을지도.
20210512. 슈퍼노바.
- 제목만 봤을 땐 어떤 이야기인지 가늠이 안 됐는데 콜린 퍼스를 보기 위해 쿠폰 받아서 예매! 시작부터 뭔가 삐그덕거리던 둘을 보다가 어떤 내용인지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아름다운 캠핑카 밖의 풍경보다 캠핑카 안의 아슬아슬한 둘의 표정과 눈빛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그냥 조용하게 계속 눈물이 뚝뚝 떨어지게 만들더니 녹음기 안의 테이프 목소리 때문에 나 혼자 펑펑 울었다.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두 남자의 마음이, 같이 여행을 계속하자는 약속이 아니라 결국은 원하던 그 방식으로 허물어져버릴까봐 피아노 연주가 끝나도 쉽게 일어날 수가 없었다. 마치 사랑의 인사가 마지막 인사 같아서. 중년이 되어도 여전히 멋진 눈빛의 콜린 퍼스와 불안을 한껏 머금은 슬픈 눈빛의 스탠리 투치. 이 영화 참 슬프고 아름답다.
20210518. 그을린 사랑. @ watcha
- 2010년 드니 빌뇌브 감독 영화. 그 시기 영화는 많이 본게 없어서 그냥 잡히면 다 봐야함. 드니 빌뇌브 감독이랑은 그다지 맞지 않지만 영화를 너무 잘 만드는 감독이라 참고 보는 편. 지금까지 봤던 그 감독의 영화들 중 이게 베스트. 어느 시절의 어디를 배경으로 삼는지 궁금해서 영화 시작 10분 후에 배경에 관한 리뷰를 조금 찾아보고 영화를 봤음. 극중 쌍둥이들이 받았던 충격보다 화면을 보는 내가 더 충격받은 기분으로 영화를 봤다. 그녀의 삶 자체가 비극인데 그 모든걸 끊어내고자 남긴 편지들의 무게는 그래서 더욱 힘들고도 거룩하게 느껴진다. 레바논의 실제 지명도 아니고 그 어디에도 나라명이 나오지는 않지만 모티브가 되는 사건과 장소가 많으니 영화보기 전 배경설명을 한 번 찾아보는 걸 추천.
20210525. 쿠오바디스, 아이다.
- 너무 보고싶었는데 다행히 광복 롯데에서 시간이 맞아서 봤다. '형 신발 신어도 돼?' 아이다가 그곳을 돌아다닐 때 문득 생각난 이 대사.
거의 처음 부분에 스치듯 지나간 대사였는데 내 머릿속에선 하필 그 순간 생각나고 아이다는 그 신발을 그 속에서 찾는다. 보스니아 내전은 내가 어렸을 때 일어난 일이라 간단한 배경 정도만 알지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 엄청 옛날이 아닌 시대의 일이라 더욱 충격적이만 솔직히 그다지 놀랍지만은 않은, 예상되는 전개였다. 다만 그러지 않았으면 했을 뿐. 왜 이런 끔찍한 일들은 항상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걸까. 언제와 어디서를 가리지 않는 같은 모습의 잔인함은 항상 닮아있다.
20210529. 보이저스.
- 와… 올해가 반도 안 지났지만 난 확신할 수 있어.. 올해 최악의 영화…. 돈 많이 쓴 하이틴 무비. 무대만 우주로 가져간 고등학교 영화 동아리 작품. 이런 이분법적 스토리는 오랜만이라 새삼 놀랍네. 오빠의 소감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랑 다를게 뭐냐며.. 엄청 화내고 있음. 이 소재에 이 스토리 정말 어떡하지??? 되게 철학적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허세 가득한 고2 느낌!
20210607. 크루엘라.
- 엠마스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봤을 때랑 같은 기분. 언니 너무 연기 잘 한다! 디즈니에서 시리즈로 만들 대박 캐릭터를 발굴했어!!
러닝타임이 은근 길었지만 크루엘라의 서사를 몽땅 집어넣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에 긴 시간이 결코 아니었음. 이것저것 다 집어넣었음에도 집중력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계속 눈을 스크린으로 잡아끄는 모든 연출이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호평 많아서, 뭐 그 정도까지.. 이런 마음으로 봤는데 내가 나서서 호외 돌리고 싶네. 이거 꼭 보세요! 이런 영화 보세요!! 디즈니가 이런것도 만들어요!!!
20210608. 낫아웃.
- 마음 아프고 할 말이 많은데, 답답함이 제일 크다. 엘리트 체육 반대론자라서 더 그럴지도.
20210617.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 전에 개봉했던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었는데 극장에서 너무 순식간에 내려가버려서 못 봄. 그래서 실사영화 기다렸는데 하마베 미나미가 주연이라고!! 너무 좋잖아!!! 근데 이거 원작을 봐야지, 확실히 한정된 시간 안에서 모든걸 표현하려니 감정의 흐름이 너무 빨라. 그래도 풋풋한 청춘 예쁘고 좋다.
20210617. 봄날은 간다.
- 스무살에 이 영화를 보고, 서른살에 이 영화를 또 보았었다. 그리고 마흔이 되어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그리고 10년 전 내가 써 놓은 영화 리뷰를 들여다 봤다. 그리고 그 때와는 또 다른 생각을 해 본다. 사랑은 변하니까 사랑이란 생각은 다름이 없지만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건 타이밍이라고. 딱 그 때, 서로를 원할 때, 그 어긋나지 않는 시점이 각자에게 같은 순간에 똑같이 다가와야지만 사랑이 완성된다. 그런 순간의 기적을 생각하면서 영화를 봤다. 또 긴 글을 끄적거려봐야지. 유지태 배우 보니까 동감 보고 싶어요! 동감도 재개봉 해주세요!
20210624. 루카.
- 색감이 너무 좋았어!! 이런걸 아이맥스관에서 해줬으면 좋겠다. 세 꼬맹이 이야기 너무 좋고 작화도 좋고 여름마다 보고싶은 영화가 될 것 같다. 이탈리아 그다지 관심 없는데 파스타는 먹고 싶다!
20210625. 킬러의 보디가드 2.
- 오빠는 1편이 더 재밌다고 함. 나는 2편도 재밌었음. baby la cucalacha!!
20210630. 미드나이트.
- 진기주 배우님 연기와 위하준 배우까지 둘의 엄청난 달리기를 볼 수 있음! 나는 저 스피드로 달라지 못해서 벌써 죽었어. 달리기를 더 빠르게 해야할 이유가 생겼네. 러닝타임 내내 주인공의 상황 때문에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최선의 결말이었나에 대한건 좀 의문.
주인공의 청각장애라는 소재와 상황과 소품들을 이용한 긴장감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소재를 적절하게 썼는지도 좀 의문. 왜 신고를 안 해!! 112에 문자신고도 된다고!!! 답답한 상황이 러닝타임 내내 이어지는건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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