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는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오컬트 영화엔 흥미가 많다. 검은 사제들이나 사바하, 곡성도 재밌게 봤었고. 별로 볼 생각이 없었는데 시사회가 끝나고 나서 쏟아지는 이야기들에 귀를 귀울이며 궁금해하다가, 극강의 공포가 온다 하더라도 궁금증은 스스로 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개봉날 조조에 보러 갔다. 개봉날 조조엔 사람이 많을테니. 다행히 25명도 넘는 사람들과 같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두 세 명 정도는 영화 중간에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믿음에 관한 슬픈 이야기. 영화에 대한 나의 한줄평은 이렇다.
곡성에서도 믿음과 의심에 관해 끊임없이 되묻는 결과로 나약한 믿음을 져버린 큰 의심이 꿈도 희망도 없는 슬픈 결말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같은 메세지, 같은 결의 영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두 영화 모두 러닝타임 내내 너의 믿음에 대해 반문한다. 사람에게 믿음은 항상 얇팍하지만 믿음이 깨진 의심은 한없이 깊어질 수 있다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보여진다.
다 보고 나서, 솔직히, 나홍진 감독님은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직접 만들었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구보다도 그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는건 본인인데, 그걸 왜 다른 사람의 연출을 빌리려고 했을까. 일광의 전사를 만들고 싶었다는 인터뷰를 미리 보고 가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그런 선택을 한 건 좀 의문이 든다. 게다가 나홍진 감독님이 제작과 오리지널 시놉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알고 갔으니 기대감이 더 커져서 자꾸 그런 생각이 든걸지도. 나도 몰랐던 태국의 샤머니즘 문화, 자연 하나하나에 모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토속신앙, 우리나라 무당처럼 대물림 되는 태국 랑종의 모습들은 낯설지만 익숙해서 흥미로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내가 셔터를 안 봐서 반종 감독님의 스타일은 잘 모르지만, 그 뒷부분의 논란이 되는 과한 장면들은 러닝타임 내내 착착 쌓아 잘 끌어오던 서사를 한 번에 B급 고어물로 만들어버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니, 이 영화 좀비물도 아닌데, 이런게 왜 거기서 나와? 이렇게 당황할 정도로. 실패한 퇴마의식의 결과가 꼭 그런 방식으로 그려졌어야 했는지, 공포의 극대화를 결국 시각적으로 단순하게 풀어가려 했던건 아닌지 너무 아쉬웠다.
결정적으로 나에게는 다른 이런 류의 오컬트 영화들에 비하면 그다지 무섭지도 않았다. 시사회 직후 트리거 요소들에 대한 경고들이 쏟아져 나와서 정보를 좀 과하게 접하다 보니 공포가 될만한 그런 요소들이 그다지 충격적이게 다가오지도 않았따. 차라리 호들갑스러운 정보들이 없었다면 오히려 나았을지도. 가장 무서웠던걸 그나마 꼽아보자면 진짜 빙의한듯 보이던 밍의 연기.
공포영화 별로 안 좋아해서 그렇게 즐겨보지 않는데 지금껏 봤던 공포영화들 중 무서웠던, 같은 페이크 다큐 스타일의 블레어 위치나 최근 본 미드소마 들이랑 비교해봐도 별로 안 무서웠고 심지어는 곡성보다도 평이하게 다가와서 안 무서웠을지도.
뒷부분은 마치 쿠키영상처럼 나오는 님의 인터뷰 빼고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님의 그 마지막 인터뷰와 믿음을 져버린 후 이제는 모르겠다고 걱정하며 울던 님의 울음소리를 듣고 생각해봤다. 님이 믿고, 느끼며 살아왔던 바얀신은 진짜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그 바얀신은 과연 정말 좋은 신인가에 대해서. 그가 좋은 신이라면 그렇게 흐느껴 우는 님을 그렇게 두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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