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매한 영화 두 편.
미라클 벨리에 / 침묵의 시선
공교롭게도 둘 다 ART 3관.
예매는 각각 다른자리로 되었지만, C8 앉아서 스크린을 느끼며 보았음.
(왠지 의미 심장한 좌석 번호네.)
중간에 10분 텀이 있어서 1층에서 에그타르트 사서 간단하게 커피랑 요기도 하고.
거진 4시간을 앉아서 영화 두 편을 봤다.
미라클 벨리에는 생각처럼 무겁지도 깊지도 않았지만
부모와 자식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다.
이미 준비된 아이를 떠내보내야 하는 순간이 온 부모.
벨리에네 가족은 일반적이지 않은 좀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아이가 '비상'할 수 있도록 알맞은 때에 손을 잘 놓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동진 아저씨 말씀대로, 딱 부모의 성장영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두 부분.
합창 발표회에서 폴라가 듀엣곡을 부르는데 순간 아빠와 엄마의 시선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본다.
시선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소리까지 고스란히.
만약 그 장면이 없었다면, 난 끝까지 폴라를 놓지 못했던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 폴라의 오디션 현장.
볼까말까 고민했었는데 보길 잘 했다.
그리고 침묵의 시선.
150명이 들어가는 상영관에 단 3명이 앉아서 봤다.
아직 <액트 오브 킬링>을 보지 않았는데, 사실 잔인하다는 이야기에 볼 자신이 없어서 몇 년을 망설이기만 했던 영화였다.
그 영화가 '가해자'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엔 '피해자'의 시선으로 가해자들을 바라본다고 하길래, 마음을 먹고 봤다.
보는 내내, 어느 곳에나 양심을 져버린 채 과거를 잊자는 사람들이 있다는 씁쓸한 현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모두들 이야기한다.
이미 지나간 이야기이고, 잘 지내고 있는데, 왜 지금에 와서 과거를 다시 들추려 하냐는 것이다.
남자는 얼굴도 모르는 형 -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죽어버린 - 의
마지막 모습을 본 사람들을 한 명 씩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 용서는 커녕 후회의 한 마디도 없다.
역사가 자신들을 알아줄 것이라며, 백만명의 사람을 죽인 사람들은 자랑스러워 한다.
그들을 향해 침묵하는 우리도 또 다른 의미의 가해자일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비단, 1965년 인도네시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15년 대한민국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내일도 영화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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