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면서 가장 보고싶었던 전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포토그래퍼.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사진들.
그의 결정적 순간이 담긴 풍경 위주의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로버트 카파 처럼 매그넘 사진들을 많이 찍었지만,
또 회화적인 그의 풍경 사진들도 매력적이라 많이 기대하며 갔다.
나 이 도록 사고 싶어.
45유로!
원래는 아이와 함께 가려고 소셜커머스사이트에서 오디오가이드 패키지 입장권을 샀는데
결국 아이는 가지 않게 되어서, 내가 오디오가이드를 들었다.
나는 사진을 볼 때 오디오가이드를 잘 안듣는 편이다.
그림들은 잘 모르니 설명을 좀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사진들도 잘 모르지만, 오디오가이드를 듣다보면, 사진을 보기보다는 오디오가이드를 따라가는데 급급해서
여유있게 사진을 못보기 때문이다.
아까워서 듣긴 했지만, 반절 정도 듣다가 말아버렸다.
사진에 굳이 멋대로의 해석을 달아버리는지, 그런게 너무 싫다.
지난번 세종문화화관에서 했던 전시 때도 그랬지만,
-가 아닐까, -였을지도 모른다, -라고 보여진다.
이런 오디오가이드나 설명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작가는 말할 필요성을 못느꼈던 것들이고, 그 해석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연히 찍은 사진이든, 철저하게 계산된 구도 속에서 찍은 사진이든.
셔터를 누르는 그 사람과 순간만이 알 수 있는 한 컷의 프레임을 왜 자신들의 테두리 안에서 해석해버릴까.
그리고 또 하나.
사진 옆 해설 부분들 중에 맞춤법 틀린 것도 있었고,
'- 한 듯.' 이라며 종결어미를 제대로 쓰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아이들은...' 이라며 말줄임표로 끝내버린 사진도 있었다.
아, 그리고 해설이 적힌 보드 하나는, 재단이 제대로 안되었는지, 아랫부분이 사선인 채로 붙어있었다.
내가 그림자 때문에 잘못봤는지 그 아랫부분을 손으로 만져보기까지 했었다.
이런 사소한 것들에도 큐레이터가 제대로 신경 좀 써줬으면 좋겠다.
규모가 큰 전시였지만, 80% 사진들은 이미 본 적 있는 사진들이었다.
그래도 도록이나 모니터로 보는 것과 오리지널 프린팅을 보는건 다르니 상당히 괜찮았던 전시였고,
내가 못 봤던 20%의 사진 대부분을 차지한 인물 사진들은,
또다른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사진세계들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인물사진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정형적인 인물을 그리는 방식이 아닌,
그만의 독특한 교감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찾아내는 한 장의 얼굴을 찍는 마음을 말이다.
어쨌거나, 시기적절하게 전시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약 2시간가량 전시장을 돌아보느라 힘들만큼, 사진의 양이 방대하고 전시장도 넓어 그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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