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0101. 돈 룩 업. @Netflix.
한 해의 시작을 아담멕케이의 블랙 코미디로.
그냥 봐도 다 아는 배우들이 나온다는건
연기는 걱정하지 말고 맘 푹 놓고 보란 얘기.
영화를 보는 내내 차라리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기를 바랄만큼 어이없는 개구리 페페 얼굴로 러닝 타임 내내 등장인물들을 바라보았다. 단 한 명, 혜성에 자신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던 케이트는 빼고.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을 제일 처음 발견한 기쁨은 짧고 그 이후의 운명을 누구보다도 정확히 예측했던 그녀의 외침들과 함께 외롭게 분투하다 쫓겨나 버렸지만.
혼란한 상황의 부분들은 혜성이 없음에도 지구 어느곳이든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 진짜 혜성이 떨어진다면 뭐.. 나도 마지막 기도나 한 번 하고 내가 사랑하는 두 남자에게 뽀뽀해주고 끝나겠지. 현실은 일순간에 끝나버리지 않으니 더 빌어먹을 매일일뿐.
- 20220104. 어드리프트 : 우리가 함께한 바다. @Netflix.
이거 극장가서 보려고 하다 말았는데 넷플릭스에서 눈에 보이길래 오늘 보았지.
극장에서 봤으면 바다 풍광은 좋았겠다.
태풍이 몰아쳐오는데 선실 안에 있어야지 밖에서 그러고 있으면 안 되는거 아닌가.. 어디 정박하면 제일 좋겠지만 너무 위험한데..
나름 반전이 있어서 이 상황들이 안타까웠고 실화기반이라 더 생생했음.
- 20220106. 노 웨어 스페셜.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10분 남짓한 장면 보고 펑펑 울고는 이 영화 꼭 봐야겠다 했었다. 게다가 제임스 노튼이야!!
점점 다가오는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존은 하나뿐인 아들 마이클의 미래를 무엇보다도 먼저 준비해야만 한다. 아직 어리고 죽음이 뭔지, 입양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설명해야할 것과 설명해도 될까 싶은 것들은 너무도 많아서 존의 마음은 여유를 가질 수가 없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선 압축해서 그 상황을 보여주니 더 슬펐나보다. 예상보다 덜 슬펐고 대신 모든 것을 혼자 준비해나가는 존의 모습이 담담하고 고요해서 내가 오히려 더 울고 싶어졌다.
존의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었으니 마이클도 잘 해낼 수 있으리란 믿음으로 마지막 장면에 클로즈업 되는 마이클의 얼굴을 바라본다.
- 20220112.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 우리 스필버그 할아버지가 왜 그랬을까.. 1년 넘게 기다렸는데..
하나에 집중을 해야하는데 영화도 찍어야하고 연극적 요소도 넣어야하고 원래 뮤지컬이니까 열심히 노래하고 춤도 춰야하고..
개인적으로 뮤지컬 영화는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너무 여기저기 분산되어서 흩뿌려져 있는걸
한데 모으는데 실패한 느낌이 들어.
- 20220112. 하우스 오브 구찌.
리들리 스콧 할아버지의 열정은 언제 사그라들까. 레이디가가의 존재감이 단연 돋보인 영화.
구찌라는 가족 기업의 몰락을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보는 이야기였다. 결국 한 사람의 죽음으로 끝나지만 그 시작과 과정이 어땠는지 죽음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하며 서사를 쌓아간다. 감독의 역량도 있었겠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에 더 찬사를 주고 싶은 작품. 가가언니 너무 멋지다 ㅠㅠ 근데 누가 자레드 레토라고????
그 당시 톰포드의 등장은 구찌에겐 한줄기 꿈과 희망 느낌이었나.
- 20220113. 전장의 피아니스트.
희망을 잃게하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더불어 이 모든게 전부 공허하게 들린다. 지아드의 미래도 카림의 연주가 끝난 순간도, 시리아 내전이 지금까지 진행중이라는걸 알기에 더욱더 희망을 노래하는 피아노 선율이 아프게만 들린다.
‘사마에게’를 다시 보고싶어진다
- 20220113. 그린 나이트.
이거 이렇게 재밌는 영화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 어렵다고만 했지 재밌다고는 들어본 적이 없어. 개봉한지 꽤 되었는데 특별상영으로 해주길래 개봉 당시 보지 못했던게 아쉬워서 봤는데 너무나도 대만족.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아서 팟캐스트나 다른 사람들 글 더 찾아봐야겠지만 가장 궁금한건 역시 그린나이트와 크리스마스 게임이 은유하는 것들. 시를 해석한다는 것이 무의미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궁금한걸. 아 쿠키영상 있다는것도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 ㅠㅠ
- 20220121. 프랑스.
프랑스의 정세에 대해 조금 잘 알았다면 더 재밌었을듯. 마크롱 대통령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와서 당황. CG 신기하네.
드 뫼르 de meurs 의 뜻이 죽다와 부활하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럼 글자 그대로 프랑스 죽다 혹은 부활하다.
영화 속 프랑스는 여러 감정의 롤러 코스터를 타면서 이름처럼 죽거나 혹은 부활한다. 같은 모습으로 조금은 다른 감정으로 하지만 결국 무형의 명성을 쫓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깨달음의 순간순간들을 지나칠 때마다 계속 눈물을 흘리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카메라를 뚫어져라 보면서 흘리는 눈물엔 그녀의 진의가 담겨는 있을까 의문이 든다. 마지막 시선과 눈물로 그녀는 또다른 위선을 벗어날 수 있을까.
레아 세두의 연기가 단연코 돋보이는 영화.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동안 그녀는 쉬지않고 수많은 감정의 눈동자를 보여준다.
- 20220121. 어나더 라운드.
0.05%의 알코올은 시작일뿐. 수치가 올라가는만큼 영혼이 잠식당한다.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아도 그동안의 유혹은 강렬했고 벌써 삶의 많은 부분은 알코올이 가져가버렸다.
마르틴의 마지막 춤이 왜 희망보다는 여전히 술냄새에 절어있는 절망을 노래하는 기분일까.
근데 솔직히 수업내용과 알코올의 상관관계는 플라시보효과 같은거 아니었을까?
- 20220127. 바스터즈 : 거친녀석들. @Netflix.
내 인생 암흑의 시기에 나온 영화들은 거의 못 봤다.
이 영화도 2009년 작이니까 당연히 못 보고 보기 아까워서 아껴놨던 영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역시 미쳤는데 내 스타일. 그냥 영화 계속 만들어요. 안 찍는다고 밀당하지 말고.
- 20220211. 해피아워. @Watcha
<드라이브 마이 카>를 먼저 보고 이제서야 봤음. 왓챠에 감사하고 1.25배속에 감사함.
5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동안 대화와 소통의 부재 속에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상대방을 대한다. 결국은 이기적이여야만 내가 나라는 존재 그 자체로 스스로에게 인정받게 되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중심을 잡는 워크샵의 활동 내용들이 결국은 영화 전체 내용안에 녹아져 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 그 워크샵의 호스트인 남자가 가장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건의 중심을 잘 잡아 세우는 방법을 알지만 다른 인물들이 카메라의 정면을 보고 시선을 보낼 때 그 인물은 중심을 잡는다는 이유로 몸을 흔들다 결국 다른 사람과 겹쳐지는 프레임으로 정면의 시선을 숨겨버린다.
이건 벌써 7년 전 영화라 뭔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참지않고 쏟아낸 느낌이라면 <드라이브 마이 카>는 그나마 영화적 언어로 정제해서 5시간 짜리를 3시간 정도로 줄여 보여준 영화의 느낌이 들었다. 보기 전엔 차라리 이럴거면 드라마를 만들지, 란 생각이 들었는데 보고나니 결국 영화여야만 하는 이유는 납득이 갔다. 이야기의 분절점이 없고 모든 이야기가 다 조용히 흘러가는 냇물 같아서 끊이지 않고 계속 떠밀려서 흘러간다.
과연 아카데미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손을 들어줄것인가?? <아사코>도 보고 싶은데 웨이브 가입해야하나.
- 20220223. 리코리쉬 피자.
70년대 미국을 잘 알았다면 좀 더 이해했을지도. 청춘은 참 즐거운데 왜 어른이 되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비슷한듯 하면서도 또다른 방식으로 복잡다단한걸까. 생각보다 러닝타임이 길어서 당황했지만, OST들은 무척 신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곡들이어서 즐거웠다.
- 20220226.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Netflix
악마는 어디에나 있고 너무 많이 존재한다. 선한 사람들이 악에 대항하기 위해선 결국 악의 방법으로 제압하는 수밖에.
다 잘 죽었다. 연기도 좋고 메세지도 좋은데 왜 이 영화 언급이 적을까.
-20220227. 나이트메어 엘리.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기대했는데 조금은 실망.
스토리는 기발하게 시작하는데 너무 뻔하게 깔아놓은 밑밥을 변주없이 차곡차곡 밟으며 진행된다. 별 반전 없이 별 충격적 결말 없이, 내가 예상했던 마지막까지 그대로 나와버리니 아쉬움은 더 커짐. 괴물은 안 나오는 대신 인간의 탐욕이란 결과물로 괴물이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모든걸 알았으면서도.
-20220302. 20220305. 더 배트맨.
배트맨 미쳤고요. 다음편 꼭 나와야함. 오늘은 아이맥스, 토욜엔 돌비 애트모스 예매되어 있음.
로버트 패틴슨 배트맨에 안 어울린다고 욕해서 미안하고, 클로버필드 시리즈 만든 맷 리브스인데 내 취향 아니라고 혹성탈출 생각하고 디스한거 사죄함. 크리스토퍼 놀란에겐 미안한데 난 이 배트맨쪽으로 하련다.
마지막에 리들러와 이야기하는 문 뒤의 인물이 혹시 조커는 아닐까 하고 있었는데 엔딩 크레딧에서 Barry Keoghan 보고 미치는줄 알았음.
얼굴만 봐도 돌아있는 너, 믿는다.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조커로도 미안해질 일이 또 생기길. 제발!
호불호 갈릴 영화라던데 나는 듄의 시작보다도 좋았다. 배트맨 이 분위기로 꼭 트릴로지 완성하길.
아이맥스로 보면 어두워서 잘 안 보인단 얘기 있었는데 생각보다 잘 보였음. 괜찮음.
<배트맨 대 슈퍼맨> 때문에 Martha 이름 나올 때마다 웃는다.
그 부분은 잭 스나이더랑 벤 애플랙을 용서할 수가 없었어.
벤 애플랙은 이 영화 제작했으니까 조금 용서해줘야지.
청소년이랑 돌비애트모스에서! 청소년이 영화 다 보고 배트맨 대 슈퍼맨을 또 욕했다 ㅋㅋㅋㅋㅋ
- 20220302. 안테벨룸.
영화를 세 부분으로 나눠 본다면 1.2장의 긴 이야기는 3장의 충격으로 뒤바뀐다.
홍보를 어떤 영화의 제작진 이라고 한다면 더는 내세울게 없어서 그렇게 하는거라 들었는데 오히려 그 제작진이란걸 빼고 이야기했음 어땠을까 싶다. 오롯이 이 영화만 생각하면 더 충격이었을텐데 그 전작들을 언급한게 좀 패착인 느낌.
3장 시작의 충격에 비해 마지막의 결말이 그래서 더 예상됐지만.
정말 나는 찐 시대극, 남북전쟁 시대 이야기인줄 알았지.
- 20220303. 세븐. @Netflix.
정말 오랜만에 봤다. 대강의 내용은 다 생각나는데 디테일은 확실히 잊고 있었네.
어제 배트맨 보니 그냥 다시 보고싶었다. 오프닝의 자막이 리들러의 편지 글씨체 같았고 존 도우의 다이어리들이 리들러의 것과 비슷해서.
그냥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또 좋았다. 30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인데 여전히 세련된 느낌이야.
그 시절의 빵오빠는 진짜 엄청 잘 생겼구나. 빵오빠의 매끈한 미모 감상은 ‘조 블랙의 사랑’ 추천!
- 20220303. 킬링디어. @Netflix.
요르고스 란티모스라서 안 봤던 영화를 배리 키오건 때문에 봤는데 <더 랍스터>때도 느꼈지만 아저씨 너무 영화가 날것이야. 확실히 그 특유의 과장된 연극적 연출이 느껴지지만 그 과장의 정도가 스토리의 기괴함만 할까.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따온 스토리라는데 분명 완전 다르게 해석했겠지. 이 아저씨는 그랬을거야. 그나마 <더 페이버릿>은 이 아저씨가 ‘연출’만 해서 완전 재밌게 봤나보다. 시나리오는 그냥 다른 사람이 쓴걸로 합시다!
- 20220308. 신문기자. @Watcha.
일본도 이런 영화 만들 수 있는데 안 만드는걸까 못 만드는걸까.
심은경 배우 일어로도 연기 잘하네. 이 때까지만 해도 말하는데 어색함이 있던데 요즘 보면 정말 잘하더라.
역시 마지막 스기하라의 들리지 않는 입모양은 내가 본 그것이 맞는것 같아 슬프다.
현실에 져버리는 정의는 어디나 똑같으니까.
『新聞記者』ラストシーンで杉原(松坂桃李)が一体何と言っていたのか、そこにははっきりとした答えはなく、見た人に答えを委ねているのだろうとは思います。- mirtomo 발췌
- 20220308. 기적. @Netflix.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내려가버려서 못 보고 이제서야 넷플릭스에서 봤다. 역시 다들 연기 잘해서 재밌었다. 단지 뒷부분에 가장 슬픈 장면이라고 힘준 부분이 의외로 덜 슬펐고 좀 길어서 아쉬웠다. 그렇게까지 쥐어짜지 않아도 그 앞에서 이미 많이 울었으니까. 3번의 소소한 반전이 있었고 중간중간 웃음 나오는 포인트들도 맘에 들었다. 임윤아 배우 연기가 물이 올랐어.
- 20220309.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빠가 예고 나올 때부터 보고 싶다고 그래서 개봉날밖에 시간이 안 나서 오늘 바로 세식구가 보고 옴. 초중반부는 너무 재밌게 봤는데, 너무 좋다며 보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영화는 관객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건지 자꾸 설명을 한다. 그 때까지 큰 설명 없이도 모든걸 이해하면서 지우와 아저씨의 마음에 공명하고 있는 순간이었는데 갑자기 아저씨가 전면에 나서서 수학을 하는 사람답지 않게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을 해버린다. 아니 다 알아요. 그렇게까지 안 해도 괜찮아요. 그냥 그런 느낌만 내도 되는거였잖아요. 영화 다 보고나서 이래서 K-엔딩은 너무 식어버린다는 느낌을 다시 받았다. 굳이 다 설명해주지 않아도 느끼고 감동받을 수 있는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최민식 배우 많이 좋아하지 않는데 정말 연기는 엄청난것 같아 대단하다 생각한다. 이번 영화에서도 분명 어디서든 빛났다. 마지막 그 연설 빼고.
근데 요즘 정말 우리나라 영화가 개봉을 안 해서 쇼박스 로고를 몇 년만에 본 느낌이다.
- 20220315.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항상 별 정보 없이 영화를 보는데, 오프닝 타이틀 올라올 때부터 나오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 내가 이 비슷한걸 어디서 들었는데 하고 생각해보니 자막이 점자 표시 같다. 그리고 기억이 났지. 모 시각장애인 유튜버가 알려준 시각 장애인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법. 거기서 나온 여자의 기계음 목소리와 말투가 비슷하다. 근데 주인공은 시각장애뿐만 아니라 휠체어도 타야하는 상황이다. 눈도 안 보이고 몸도 의지대로 가누지 못하는, 다발경화증을 앓고 있는 이 남자는 왜 천 킬로미터나 되는 여행을 떠나려 하는걸까.
러닝타임 내내 쉘로우 포커스로 이루어지는 영화는 야코에게만 집중하게 해준다. 분명 그의 주변에는 무언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사소한 일에서 엄청난 일까지 많은 것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는 보고 있어도 보고있지 않는 답답함이 담긴 시선으로 야코의 일상과 여정을 따라간다. 제발 야코가 시르파를 만날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그래서 마지막 시퀀스에서 보여준 그런 포커스의 작은 확장만으로도 이렇게 큰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상상도 못했었다.
- 20220316. 스펜서.
영화의 시작에서 직접 포르쉐를 운전하는 다이애나과 함께 등장하며 흘러 나온 피아노 선율은 그녀가 샌드링엄에 도착하며 묵직한 첼로의 소리로 바뀐다. 영화 내내 그 무거운 첼로 소리는 스크린안의 그녀와 스크린을 바라보는 나를 억누르는 것만 같았다. 넓은 저택 안에서 즐겁지 않은, 오히려 고통스러운 크리스마스의 3일을 보내는 그녀에게서는 일종의 폐소공포까지 느껴진다. 매시간마다 입어야하는 정해진 옷도 누구와 똑같은 진주목걸이도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는 꿰매어진 커텐까지 모두 그녀를 옥죄고 있을 뿐.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나를 이해해줄 사람도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다. 오랜동안 이어진 남편의 부정과 쉴새없이 쏟아지는 파파라치의 플래시를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마치 없던 일인듯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의 냉대 안에서 그녀는 이미 충분히 병들어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자신의 왕실 생활을 정리하는 자서전을 내기 바로 전 해의 상황으로 알고있다. 그 이후로 그녀는 왕세자비의 자리를 버리고 왕비가 되지 않기로 결심하며 자유를 찾아 별거와 이혼을 했지만 결국 비극적인 죽음으로 새드엔딩이 되었지. 어릴때지만 속보로 나오던 장면이 기억난다. 그래서 나는 찰스 왕세자가 왕이 되지 않기를 지금도 바라고 있다.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너무 너무 연기를 잘해서 나는 경험해본적도 없는 그 숨막히는 고통이 오롯이 느껴졌다. 여우주연상을 휩쓸고 있는 이유를 알겠네.
- 20220316. 레벤느망.
아니 에르노의 ‘사건’ 이라는 짧은 책을 읽으며 그 나이와 그 시절의 어쩔수 없는 일들에 대해 생각했었다.
활자로 된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가 나는 너무도 고통스러웠기에 그나마 영화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나에게 조금은 덜 충격적이게 다가왔다. 그 얇은 책에 그런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몰랐던 것에 비하면 아주 다행이었지만. 그 시절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은 오롯이 안 혼자만의 것일수밖에 없다. 불공평하게도 여자라서 그렇다. 참 이상하지. 사고는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데 언제나 고통받는건 여자쪽이라니. 진보하는 사회 안에서 가장 제자리걸음이었던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인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해 생각해본다. 더이상 여러종류의 생명들이 고통받는 일이 없기를.
‘레벤느망’이 무슨 뜻인지 찾아보니 영어로 happening 이란다. ‘사건’의 프랑스어 원제겠지. 인생을 뒤흔들만한 사건이 그저 그 때는 그랬었지라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남는다는건 의미없이 슬픈일이다.
- 20220319. 재키. @Netflix.
JFK일가 이야기엔 큰 관심이 없어서 안 봤었는데 이번에 본 ‘스펜서’랑 같은 감독이라고 해서 봤음. 근데 영화가 너무 조심스러워. 계속 뭔가를 꾹꾹 담고 담아서 눌러만 놓는 느낌으로 흘러가다 결국 마지막까지 터지지 못하고 담아놓은 그 상태로 끝맺음을 해버리는 갑갑함. 이 영화에 비하면 오히려 ‘스펜서’는 발산하는 영화가 맞았네. 근데 감독은 미국 사람도 아닌데 왜 그렇게 조심스러운거야.
- 20220325. 벨파스트.
내가 좋아하는 배우 둘이 나와서 좋았다. 케이트리오나 발피랑 주디 덴치!
흑백영화인걸 알고 갔는데 오프닝에 총천연색 도시의 모습이 나와서 상영관 잘못 들어갔나 잠시 고민.
영화는 1969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살고 있던 버디의 가족 이야기. 이해할 수 없는 종교분쟁으로 종래에는 어릴 때부터 살던 지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이름없이 기억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 시절의 이야기를 버디의 시선으로, 이젠 어른이 된 감독의 기억을 바탕으로 벨파스트의 그 시끌벅적한 골목 한가운데로 나를 이끈다. 나는 북아일랜드도 그 지역의 종교분쟁도 잘 모르지만 주소가 없어도 번지수를 알 필요가 없고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훤히 아는 그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를 잘 알고 있으니까.
케네스 브레너는 연기만 했으면 좋겠다 했었는데 이런 영화 찍어주면 감독도 가끔 해줬으면 좋겠다.
- 20220325. 킹 리차드.
나도 아이를 기르는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상당히 교육적인 영화. 윌 스미스 왜 자꾸 짧은 바지 입고 다녀.. 했는데 실제 윌리엄스 자매의 아빠가 그렇게 입고 다녔나 보다. 누구보다 아이들이 아이답게 자라고 자신의 행동을 깊게 생각하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계획을 세웠던 아빠의 바람 그대로 그의 딸들은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이자 흑인 소녀들이 꿈이 되었다. 내 기억에도 두 자매가 결승전에서 맞붙어서 신기했던 장면들이 있다. 자매들 뒤엔 이렇게 멋진 아버지가 있었구나.
그래도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은 앤드류 가필드가 받았으면 좋겠다.
- 20220404. 타인의 삶. @Watcha.
보다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미상>이 생각났는데 찾아보니 같은 감독이구나.
국가와 체제에 충성하던 한 남자가 자유로운 사상의 예술가 커플을 도청하며 얻게된 진정한 삶의 미학을 스스로 선택하며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 묵묵히 감내해 나가는 이야기. 한 번도 웃지 않던 비즐러가 유일하게 미소를 보인 그 순간 나는 어쩔 수 없이 울었고, 책의 서문 한 줄과 그의 미소만으로도 그가 깨달은 삶의 진정한 의미는 5년의 시간보다 더 값어치 있었고 후회하지 않고 있을거란걸 알았다.
- 20220406. 루이스 웨인 :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원제가 따로 있던데 루이스 웨인의 ‘전기電気’적인 삶이라고 해석하면 되나.내용은 더 그쪽이 충실하다.
후기에 그린 고양이 그림에선 조현병 증세의 전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영화를 보면 어떤식으로 병이 그의 심신을 파고드는지 자세하게 그려진다. 루이스 웨인과 외모는 많이 다르지만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한결같이 연기를 너무 잘한다. 근데 동생들 너무 심하게 큰오빠 등골 브레이커들이었어!!
- 20220503. 봄날.
인생은 희극과 비극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나에겐 비극이 남들에겐 희극처럼 보이고 나에겐 즐거운 일이 결국 비극이 될수도 있다. 영화 후반부에 정석용 배우 때문에 극장에 몇 명 없는 관객들이 정말 참을 수 없이 소리내며 웃었다. 그래 그냥 떠들썩한게 오히려 좋은 날일지도.
- 20220505.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결국 완다만 또 희생하고 또 슬퍼졌어.
- 20220506. 우연과 상상.
요즘 핫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뒤늦게 개봉한 <해피아워>, <아사코>와 <드라이브 마이 카> 사이의 영화. 아직 <아사코>는 못 보고 각본을 썼던 <스파이의 아내>는 봤는데 그 중에 가장 내 취향에 부합했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보다 나는 이 영화가 더 좋았다. 특히 두번째 에피소드인 「扉を開けたままで」 가 가장 좋았고 생각치도 못한 나름의 반전도 맘에 들었다. 첫번째 에피소드에 현리 배우 나와서 반가웠는데 대사치는 장면이 드라이브 마이카의 연극 연습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아서 스토리와는 별개로 되게 어색한 느낌. 세번째 에피소드도 우연으로 만난 사람과 나를 잘 모르는 사람과는 오히려 마음을 솔직하게 터놓을 수 있는 독특한 아이러니가 즐거웠다. 근데 <우연과 상상>이란 제목과 <운명의 수레바퀴와 환상>이란 제목의 네가지 키워드가 다 어울리는 영화라 이쪽 저쪽의 제목 모두 어울린다.
- 20220512. 파리 13구.
<러스트 앤 본> 정말 좋아하는데 자크 오디아르 감독 신작이라고 그래서 손꼽아 기다렸으니 개봉날 봐야지. 사랑을 원하고 사랑이 어렵고 사랑이 두려운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사랑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헤매다 결국은 진짜 사랑을 찾는 이야기인걸까. 복잡할것 하나 없는 사랑들인데 그 심연을 파고들면 결국은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는 모두 각자의 것일테니 가장 힘들고 어렵고 두려운 그런것이 맞을테지만.
근데 불란서는 정말.. 아무것도 거릴낄것 없이 자유로워 좋구나……
- 20220512. 민스미트 작전.
전쟁영화, 특히 세계 2차대전 영화는 엄청난 망작 아니면 난 웬만하면 재밌게 잘 봄. 몇 년의 기간동안 많은 사람이 희생됐지만 그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작전과 그 작전을 실행했던 사람들 덕에 전쟁이 끝날 수 있었을지도. 근데 중간에 불륜 얘기는 굳이 싶었음. 이제 콜린 퍼스 할아버지 다 됐어요.
- 20220515. 아사코. @Watcha.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아사코를 드디어 다 보았다.
보고 싶었는데 따로 구매해야해서 고민하던 찰나에 왓챠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1부에 해당하는 내용 정도까지 보고 시간이 안 되어 며칠 못보다 오늘 드디어 끝까지 다 봤는데 내가 생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다 생각과는 또다른 결말이 나타나버려 당황했다. 마치 열린 결말 같았지만 료헤이의 성격상 결국은 아사코와 함께하는 닫힌 결말로 끝난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단순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해 버리기엔 많은 메타포들이 등장한다. 특히 아사코와 료헤이의 관계가 변화하는 순간의 매개가 되는 지진이나 아사코가 마지막 선택을 하게 만드는 센다이라는 지역의 특수성, 왜 하필 루게릭이란 병이었을까의 의문까지도 알듯 모르는듯 영화 안의 수많은 은유들은 계속 영화를 곱씹어보게 한다. 내가 본 영화의 이야기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걸까 의심을 갖게끔.
영화 제목도 그렇다. 일본에서 개봉한 제목과 영제와 우리나라 제목까지 세 가지가 모두 다르다. 가장 맘에 드는건 영어로 된 제목인 <ASAKO 1&2.>. 일어 제목을 번역하자면 <잠들어도 깨어있어도> 인데 결국 이 사랑의 영역은 꿈과 현실 그 어디쯤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걸까. 아니면 꿈과 현실 중 단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는걸까. 그래서 바쿠와 료헤이가 닮았다는 설정을 한건지도 모르겠다.
둘의 불륜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이 결국 다른쪽으로 한동안 회자됐지만, 로맨스 영화로 포장한 동일본 지진으로 나뉜 전후 세대를 향한 또다른 위로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우연과 상상>의 마지막 에피소드와 강물을 보며 나누는 둘의 마지막 대화가 자꾸 오버랩 되어 생각난다.
- 20220518. 범죄도시 2.
정말.. 내 취향은 아니다…. 완벽한 킬링타임 스타일의 영화. 나는 이런 취향이 아니라서 엄청 재밌게 보지는 못했는데 시어머님은 오랜만에 영화 즐겁게 봤다고 좋아하심. 피가 과하게 범람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1편은 안 봤지만 누가 1편에 나왔었는지 관객 반응 보면 다 알겠음. 평일인데도 거의 만석. 한국영화 흥해라.
- 20220527. 사이버지옥 : N번방을 무너트려라. @Netflix.
이 사건의 실체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어 안타까웠다. 사건의 직접적 피해자들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지양하며 진짜 이 사건에서 중요한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내준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에 나오지 않은 절망적인 현실은 N번방 관련 단순 구매 소지자 340여명중 실형은 한 명도 없고 모두 벌금에 집행유예. 초범이거나 동종 전과가 없고 반성하고 있으며 나이가 어린 것이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이 사건의 수많은 피해자들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는건가.
- 20220606. 머니볼. @Netflix.
정말 야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야구는 너무 복합적이라 간단하게 설명할 수가 없다. 냉철한 숫자들과 공식들이 때로는 그들을 대변하지만 딱딱한 문자들로는 설명할 수 없는 뜨거운 열정과 벅찬 감동이 숨어있다. 야구는 그래서 사랑스럽고 낭만적이다.
우리 청소년의 인생영화. 너의 꿈이 이 안에 다 담겨있어서 그렇구나.
- 20220608. 브로커.
좋은 감독의 정점을 찍은 영화를 이미 봤기에 그럴수록 아쉬움이 큰건 어쩔 수가 없음. 캐릭터들이 조금씩 설득되지 않았고 정적인 느낌을 담은 편집들도 다른 장면들과 균형이 맞지 않은 기분. 대사에 대한 혹평이 많던데 그건 또 크게 거슬리지 않게 봤음. 문어체가 어색하긴 함. 저 대사는 칠 때 안 이상했나? 하는 문장들이 몇몇곳 있음. 복잡한 인생사가 있지만 이야기들을 다 숨겨둔 상현을 맡은 송강호 배우의 최고 연기는 아니었지만 왜 송강호가 칸 트로피를 받았는지는 충분히 납득되는 연기였음. 근데 나 어느 순간부터, 그게 언제였는지는 기억 안 나는데, 참치 오빠 연기 보면 자꾸 눈썹만 보임. 그래서 엄청 거슬려서 집중을 못 하겠음 ㅠㅠ
- 20220616. 애프터 양.
드라마 <파친코>는 못 봤지만 코고나다 감독이 디렉팅한 1-4회와 저스틴전 감독이 디렉팅한 5-8회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해서 궁금했다. 저스틴전 감독의 영화는 이전에 이미 봐서 어느정도 예상은 갔는데 코고나다 라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은 처음이라 파친코도 물론이고 이번 영화가 정말 궁금했었다. 영화는 따뜻했고 아름다웠고 그래서 슬펐고 눈물이 났다. 복제인간과 테크노사피엔스의 정체성으로 대변되는건 결국 여러 인종이 섞여 살고 있는 지금의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아시안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를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보는 이야기인듯 싶었다. 나 <릴리슈슈의 모든것> 안 봤는데 찾아봐야겠어.
- 20220616. 버즈 라이트이어.
To infinity and beyond.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이후 최고의 SF영화.
앤디가 왜 버즈 장난감 좋아했는지 너무나 잘 알겠네.
나도 사고 싶다. 버즈 라이트이어 장난감!!!
버즈 필름마크 하루만에 다 나갔음 ㅠㅠ
- 20220629. 20220707. 20220717. 헤어질 결심.
가장 처절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 서래의 언어 때문에 걱정했었는데 전혀 위화감 없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박해일 배우 연기 스타일 좋아하지 않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박찬욱 감독님 필모 중 가장 최고가 되지는 못할 수 있지만 내게 있어서는 박찬욱의 모든 요소가 다 들어간 앞으로도 영원히 붕괴되지 않을 러브스토리이다.첫번째 볼 때보다 시간이 더 잘 가서 아쉬울 정도.
이전보다는 중간중간 좀 더 웃었고 서래가 사자머리 해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울었다.
박해일 배우의 너무 완벽한 연기가 더 잘 보였고 탕웨이 배우가 이야기하는 서래의 감정이 더 선명하게 오롯이 전달되었다.
시간이 된다면 한 번 더 보고 싶다. 열번을 봐도 모자를것 같다.
많이 여러번 봐줘요. 너무 좋은 영화에요 ㅠㅠ
3차관람.
서면CGV LCK관 사운드가 좋아서 대사가 더 잘 들림!
볼 때마다 더 슬퍼지네. 나는 슬픔이 잉크처럼 퍼지는 사람인가봐.
你说爱我的瞬间, 你的爱就结束了.
你的爱结束的瞬间, 我的爱开始了.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