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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두서없이 자기 얘기를 꺼냈다. 착하지만 어딘가 어수룩한 아내, 천변 저쪽으로 이사 가자고 노래를 부르는 딸아이, 뭣도 모르고 그저 노는 것만 좋아하는 아들 이야기를 했다. 특별할 것도 없는 얘기였는데, 나에게는 특별하게 들렸다. “별 얘기도 아닌데 쑥스럽다. 사는 게 다 고만고만하지 뭐.” 그 고만고만한 일이 나에게는 힘들게 애쓴 후에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누구에게는 쉬운 일이 누구에게는 치열하게 노력해도 얻지 못할 것들이었다. 그 사실이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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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시간이지만, 시간은 그 주인에 따라 각각의 몫으로 소멸되었을 것이다. 같은 10년을 보내는 동안 누군가는 학부형이 되고, 빚쟁이가 되기도 하며, 생을 끝내기도 한다. 어떤 이는 과거에 매몰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앞만 보며 뛰어갔을 것이다. 나는 어떤가. 나는 어떠했던가. 재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 . 따지고 보면 재현이 증오해야 할 대상은 외삼촌이 아니라 제 아버지나 외숙모여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증오란 자기가 미워하고 싶은 상대를 정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일인지도 모른다. 상대에게 왜곡된 기억과 감정을 모조리 퍼붓는 소모전과 같은 것. 재현의 증오가 바로 그랬다. 재현과 나는 오래 침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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