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本/読む

by 솔앙 2015. 11. 6. 01:19

본문

 

 

책 한권을 꼬박 6일을 잡고 있었다.

그 사이에 다른 책을 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한 권의 책장을 쉬이 넘길 수도 없었다.

 

우리는 남자들의 전쟁만 기억한다. 전쟁을 생각하면 총을 들고 철모를 쓴 남자들이 생각난다. 여자들은 항상 후방에서 그들을 지원한다. 아니면 피난을 가거나 그곳에서 아이들을 지킨다. 전형적인 전쟁의 모습은 그렇다. 하지만 이 책은 제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 맞서싸운 러시아의 여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픽션이 아닌 이야기, 소설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도 않은 책 한 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형식따윈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전쟁 중에 가까스로 살아남아 이제는 노년의 길로 접어든 그들의 이야기. 이제는 지나간 세월을 회상하듯 작가에게 담담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몇십 년간 간직해온,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수 많은 전쟁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이건 전쟁을 상상하며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안에 휩쓸렸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단편적으로 사실만 전달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 순간 그들이 느꼈던, 나이가 들어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심연의 바닥에 이미 내려앉았었지만, 그 이야기들을 꺼냄과 동시에 그곳에서 끌려올라와 버린 그들의 감정까지도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준다.

 

전쟁이 끝난 후, 인간다운 삶과 행복, 사랑을 꿈꿨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멸시와 조롱,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시선이 총알이 빗발치고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보다 아마도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여자'라는 존재를 잊고, 오로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인'으로 살아온 시간들을 벗어난 후 그녀들에게 남은 것은 그들 존재에 대한 세상의 '부정'뿐이었으니까.

픽션이 아니기 때문에, 더 잔인하고,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소설보다 더 믿기지 않는 그녀들의 이야기에 대한 몰입이 끊임없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책을 보고난 후, 영화 '레닌그라드'를 다시 보며, '여자'들의 전쟁과, '전쟁'에서의 생존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