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8페이지의 책을 딱 하루만에 다 읽었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박수를 쳤지만, 책을 덮고 나서는 쌍엄지를 치켜들었다.
영화와 책 중 어느쪽을 택하냐 물어본다면 난 책쪽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영화도 물론 좋았고, 영화라는 영상매체의 특성상 러닝타임의 제약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야말로 영화는 줄거리 요약본에 지나지 않은, 그냥, 마크 와트니의 드라마틱한 화성탈출기이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무한 긍정주의를 가진 화성 해적 마크 와트니의 죽을지도 모르는 고비를 너무나 여러번 겪어,
웬만해서는 죽지도 못할것 같은 식물학자 겸 엔지니어인 남자가, 가장 중요한 에서도 너무나 여유롭게 아무렇지도 않게 블랙유머를 날리고,
전 세계는 알고 혼자만 모르는 상태에서 온갖 지식을 동원해 난제들을 스스로 해결하는 등, 섹시한 뇌를 사방팔방 자랑하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인 줄 알았지만 실상은 '로빈슨 크루소'와 '캐스트 어웨이'를 충분히 능가하는,
게다가 윌슨도 없이 화성을 탈출한 진짜로 있을법한 신기한 이야기.
만약 책부터 봤다면 너무 어려웠을 것 같다. 정말 잘 쉽게 설명해주지만, 자꾸 곱씹어서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들도 있고,
지구과학과 물리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나는, 그나마 알아들을 것 같았던 화학들도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천천히 읽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영화를 보고 봐서, 이 정도라도 이해했지, 영화도 안봤으면 한 줄씩 짚어가며 남편에게 물어볼 뻔 했다.
어쨌거나 책을 보고나니, 영화를 한 번 더 봐야할 것 같고,
영화를 한 번 더 보고나면 책을 한 번 더 읽고싶어질 것 같다.
칼텍에서 공부하고 15살 때 국가기관의 프로그래머로 일한 이 천재적인 작가가,
다음번에는 또 어떤 믿거나 말거나 같은 이야기를 써 낼지 너무나도 기대된다.
영화도 두 번, 책도 두 번, 보기를. 모두에게 추천.
그나저나, 이번 오스카에도... 레오오빠는 힘들거야. 아무래도 그럴것 같아.... 또르르....
이 죽여주는 첫 문장을 보고도 이 책을 안 읽는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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