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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임파서블. The Impossible. 2012

映画

by 솔앙 2014. 5. 2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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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작부터 불안의 기운을 잔뜩 느끼게 해준다.

2004년 크리스마스 이브. 헨리와 그의 가족들은 태국 여행길에 오르고 바닷가에 인접한 리조트에 도착한다. 하지만, 오프닝 장면들은 음향부터 불안함을 자아낸다. 나는 그러한 장면들과 사운드에 시작부터 긴장하기 시작했다.
평화로운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그 다음날. 

리조트 풀장에서 여유를 즐기던 다섯명의 이 가족, 아니 그날 태국의 해안가에 있었던 30만명의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인류 최대의 쓰나미가 들이닥친다. 서로의 이름을 부를 틈 조차 없이 해변가 리조트로 몰려온 대 재앙은 많은 이들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이 영화는 쓰나미의 거대한 공포를 화면 가득 보여주지 않는다.

그 공포를 시각적으로도 보여주긴 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 보다 더한 순간의 상황들과 효과음들로 공포의 느낌을 전달한다. 게다가 재난영화이지만, 결코 재난 블록버스터의 공식을 따라가지도 않는다. 재난 영화라면 인류에게 처한 손 쓸 수 없는 재앙 앞에서 그 일들을 해결하거나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구해내는 영웅 스토리가 당연하다는 듯 펼쳐질테지만, 이 영화는 그런 뻔한 헐리웃식 재난영화의 공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거대한 재앙 앞에서 서로의 이름만을 목놓아 부를 수 밖에 다른 일은 할 수 없었던 나약한 인간이란 존재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춘다. 인간의 본질적 두려움, 자연 앞에서의 무력함, 살아남은 자의 불안과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희망에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를 해 나갈 뿐이다. <아마겟돈>에서 지구로 충돌하는 거대 혜성에 핵폭탄을 심었던 브루스 윌리스도 <투모로우>에서 눈에 갇힌 아들을 구하기 위해 뉴욕까지 눈길을 헤치며 걸어간 데니스 퀘이드도 없다.


영화의 구성과 전개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투박함이 있지만 오히려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쓰나미와 함께 흩어진 가족 중 엄마 마리아와 큰 아들 루카스는 가까스로 조우한다. 큰 부상을 입은 마리아와 그런 엄마에게 의지가 되어 주고 의지를 하는 루카스가 병원에 당도해서 많은 시련들이 눈앞에 닥칠 때까지 다른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가족 중 누가 살아남고 누가 죽었는지 모르는 상황속에서 오는 심리적 긴장감은 초반 쓰나미가 몰려오던 순간의 공포보다 더한 스트레스를 나에게 안겨주었다. 이런 스토리 구성과 극한 상황이 만들어 준 극적 긴장감에 영화를 보는 내내 두 손을 꼭 쥐며 스크린을 바라 본 나는, 영화가 끝나고 나니 그 긴장감에 움츠려든 몸이 아플 정도였다. 하지만 그 모든 공포와 불안을 상쇄할 만큼 영화는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을 보여준다. 특히, 극한의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루이스에게 또 다른 희망을 몸소 보여주며 이야기 하던 마리아의 모습과 최악의 순간, 말도 안통하는 그들을 찾아내 옷을 입혀주고 문짝까지 떼어 들것을 만들어 그녀를 옮겨주던 태국 원주민들의 모습은 재앙 속에서도 놓을 수 없는 희망의 조각을 보여준다.

 

영화의 스토리는 특별할 것이 없다.

실화에 기초한 만큼 끝은 이미 정해져 있는 이 이야기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배우들의 진정성이 주는 감동은 억지스럽지 않고 담백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았다.

 

대규모의 스케일로 퍼붓는 재난 블록버스터를 생각하고 영화를 본다면 별로라고 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보여주기 식의 억지스러운 영웅스토리도 아닌데다가  조금은 지루하리만치 인물들의 순간에 몰입하는 시퀀스들이 종종 나오는데 그런 것들은 스펙타클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재난영화의 새로운 시도로 까지 생각되는 이 영화가 진정한 웰메이드라는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도 될 만큼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될 것 같다.
 

 

201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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