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그의 무미건조한 액션 시퀀스들은 역시 내가 액션영화를 보는 유일한 이유이다.
난 액션영화를 극도로 싫어한다. 1년을 가야 액션영화를 한 편 볼까말까 한 내 취향.
이런 취향은 다 무시하고 난 영화관에 갔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보기 위해서 말이다.
<베를린>과 함께 거론되는 <본 시리즈>도 한 편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난 더 <베를린>을 집중하면서 봤는지도 모른다. <본 시리즈> 도 언젠가는 챙겨봐야 겠다는 생각을 같이 해 본다.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남과 북의 이야기이지만, 남북의 이념을 가르는 민족주의적 클리셰는 등장하지 않는다. 남과 북, 선과 악 으로 연결되는 상투적인 연결고리도 등장하지 않는다.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념과는 상관 없는 신념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 언제나 최고 배우 한석규. (하정우씨를 한 번만 만날 수 있다면 내 영혼을 바치겠어요!!! 오빠 너무 멋져 ㅠㅠ) 이 영화에서 주축이 되는 이 두명은 말하면 입 아프고.. 난 정말 전지현이라는 배우를 다시 봤을 뿐이다. <도둑들>을 안봤기 때문에 - 난 천만관객 영화는 이상하게 안보게 되더라는.. - 전지현의 아우라는 CF가 끝 아닐까 싶었는데, <베를린>을 보고나니 전지현이 진짜 배우로 보였다. 그녀의 연기 인생은 CF가 끝이 아니었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류승완 감독 영화라면 빠질 수 없는 류승범. 정말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라는 말이 그에게는 딱 어울린다. 초반에 나온 북한 사투리는 좀 아쉽게도 몰입을 방해했지만 - 오히려 영어 연기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건 나뿐?-,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보자면 동명수라는 인물은 역시 류승범을 위한 역할이었다.
류승완 감독의 살아있는 미장센을 오프닝 5분부터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좋았던 영화.
아무래도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다.
20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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