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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쁜 아이.

by 솔앙 2014. 7. 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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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본적으로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낳은 내 아이니 기르는 것 뿐이지, 그다지 아이라는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리던 크던, 존재 자체가 좀 부담스럽다고 해야하나.

 

이런 나에게도, 내 눈에 예쁜 아이들이 있다.

 

 

오늘 하교시간이 되었는데 갑작스레 비가 쏟아진다.

쉬이 그칠비가 아닌 것 같아서 우산을 들고 학교에 갔다.

아니나 다를까, 콜렉트콜 전화기 앞은 인산인해.

엄마들은 우산을 가지고 나오고, 엄마가 오지 않은 아이들은 당황해 하고..

 

무사히 서진씨를 만나 집에 오려는데

딱 봐도 1학년으로 보이는 꼬마아가씨가 실내화주머니를 머리에 얹고는 막 교문을 나선다.

 

언능 따라가서 우산을 씌워주며,

집이 어디니? 하고 묻자

학교 바로 옆 아파트라고 한다.

몇동인데? 했더니 한 5개동은 건너야 나온다.

 

아줌마랑 우산 같이 쓰고 가자. 아줌마가 집 앞까지 데려다 줄게.

했더니 몇동의 몇라인앞이라며 가르쳐 주고,

다행히 서진씨가 그쪽이 어딘지 알아서 같이 다녀왔다.

 

데려다주면서 왜 엄마한테 전화해야지, 비를 맞고가. 감기걸리면 어쩌려고.. 했더니,

전화거는 법도 아직 잘 모르고, 게다가 엄마는 공부방 하시느라 항상 바쁘셔서

전화해도 아마 못받을거라고 말한다.

 

8살짜리 아가씨가 참 속도 깊지 ㅠㅠ;;;;

나 같으면 빨리 데리러 오라고 징징대거나, 어떻게든 전화를 걸어 엄마를 오게 만들었을텐데,

아무리 지나가는 소나기라지만 그래도 꽤 강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어갈 생각을 어찌 했는지..

조금은 안스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일하는 엄마는 힘들것 같다고도 생각 들었고,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일을 못할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파트 현관까지 데려다 주고, 이제 들어가~ 하고 보내줬는데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허리굽혀 진짜 몇 번이나 인사를 하던지..

별 것 아닌데 미안할 정도로..

어쨌거나 우산도 씌워줬으니 감기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ㅎㅎ

 

나도, 역시, 딸을 낳았어야 할까...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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