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 살인범의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10명의 사람을 죽인 것이 확실하고, 1명의 사람을 더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연쇄살인범의 공소시효가 끝났다. 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지우지 못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그에게 피해를 당한 가족들도 어둠속에서 힘겹게 살아간다.
그리고 2년 후.
자신이 살인범임을 자처하며 한 남자가 나타난다. 용서를 구한다고 하며 책까지 써 냈다.
다시는 이런 극악무도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기 원한다며 말이다.
이런 영화 리뷰쓰기는 참 까다롭다.
한마디만 더 하면 스포일러가 되고, 한마디를 안하자니 입이 간질거리고..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기막힌 이야기의 짜임과 그 반전을 다른 사람들도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입을 꾹 닫아야 할 것 같다.
공소시효가 지난 이후, 살인범이 나타난 이유와 그가 노린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돈과 명예? 아님 진정한 용서? 무엇 때문이었을까. 한동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유명한 일들 중, 이 영화에 모티브가 된 화성 연쇄 살인사건, 그리고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등등은 지금 진범이 나타나 잡힌다고 해도 그들을 처벌할 어떤 법적 근거도 없다.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25년으로 연장되었다 하지만, 2007년 이전의 사건들은 이전의 공소시효 적용을 받기 때문에 여전히 15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일, 정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며 영화를 봤다. 일부 개정법안들이 속속들이 상정되며 언젠가는 죄질이 나쁜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는 방향으로 조정이 되어야만 할 듯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외모지상주의의 단면을 보여준 모습들과 매스미디어가 조장하는 선정성 등 상징적인 장면들도 결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장면들도 나왔지만, 액션을 필두로 세운 영화였기 때문에 좀 더 깊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또, 피해자 가족들이 고통당하던 모습이 전형적이고, 한정적으로 보여진 것 같아 부족한 기분도 들지만, 다시 한 번쯤은 세상에 남은 사람들의 아픔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피해자 가족들 처럼 세상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을 것으로 생각되니 말이다.
역시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는 이래저래 작은 흠집들 모두 덮고도 남는 기분이 든다. 로맨틱한 남자만 연기할 것 같았던 박시후씨는 섬뜩한 표정의 살인범이 되었고, 여전히 껄렁껄렁 해 보이지만 눈빛만은 날카로운 정재영씨는 아픔이 있는 경찰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피해자의 가족으로 나온 김영애씨는 절제된 표정과 붉어진 눈빛만으로도 좌절과 슬픔이 느껴졌다.
영화 자체만 보면 그렇게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뭐, 적당한 액션과 적당한 스토리, 적당한 웃음, 중간중간 흐름이 툭툭 끊기는 느낌도 들지만,
이야기에 대한 몰입이 좋았기 때문에 2시간이란 러닝 타임 내내 긴장을 놓지 못하면서 봤다.
그리고 꼭 <악의 고백>이라는 책을 봐야 할 것 같았다.
201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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