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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s. 2011.

映画

by 솔앙 2014. 5. 2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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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와 마고, 마고와 대니얼.

어떤 것이 진짜 사랑일까.

 

우연한 만남으로 같은 곳에 있었고,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같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두 사람.

미묘한 감정이 오고가지만, 그 긴장감을 느낀 마고는 택시에서 내리기 직전, 한마디를 한다.

 

I'm married. 

 

Oh, that's too bad.

 

그리고 이전에는 몰랐던 사이지만, 이제는 한 동네 그것도 마주보는 집에 사는 사이란 걸 알아버렸다.

 

 

 

영화를 보면서. 두번 아니, 세번 울었다.

 

마티니를 앞에 두고 마고와 대니얼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채 이야기를 나눈다. 마고는 지금이 아닌, 30년 후를 생각한다. 30년 후 오늘 이 시간. 둘이 처음 만났던 그곳 등대에서 키스를 하자고. 대니얼은 이야기 한다. 지금은 유부녀이기 때문에 키스를 할 수 없다. 눈으로만 탐하고 마음으로만 느끼며, 말로만 안는다. 그리고 대니얼의 사랑한다는 고백. 그 고백의 언어가 대니얼의 입을 떠나자마자 둘은 웃어버렸지만, 나는 눈물이 났다.

나를 어떻게 할 것인지의 대한 대답이.. 사랑해 였으니까..

 

결혼 5주년. 루와 마고는 매년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는 마고가 묻는다.

뭔가 할 얘기 없냐고..

루는 말한다. 우린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서로 한 집에 사는데 무슨 할 이야기가 있냐고 말이다. 루는 정말 알고 있었을까? 마고의 마음을... 난 마고가 하고 싶은 말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알았기 때문에 슬펐다.

어쩌면 나도,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마고와 같을 것을 느끼고 있어서 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어둡고 정신없이 돌아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다는 놀이기구.

예전엔 대니얼과 함께였지만, 지금 이 순간은 마고 혼자이다.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은 무심했고, 새로울 것 같은 사랑은 무심함의 전철을 밟는것 같았다.

그렇게 그녀는 혼자 여전히 무엇을 해야할지 모를것 같이 빠르고 정신없는 놀이기구 위에 있다.

그리고 이야기도 끝나버린다.

나는 울어버렸다.

 

권태로움도 지친 일상도 뚜렷하지 않던 그녀에게,

상처줄 수 없었던 현재 진행중이었던 사랑과 우연처럼 다가온 새로운 사랑은 그 두가지를 동시에 안겨 주었다.

새것은 영원하지 않고 언젠가는 헌 것이 된다는 당연한 그 말이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또 하나의 깨달음 처럼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이 영화는 불륜이다.

이미 가정이 있는 여자가 새로운 남자를 만나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눈살 찌푸려지는 불륜 이야기라기 보다는, 마고가 만나는 또 하나의 사랑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디테일하게 마고의 심리상태를 보여주고, 그녀의 주변을 스케치 한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 있는 불륜이지만,

통속적이고 전형적인 신파에 가까운 모습보다, 좀 더 담백하고 감성적으로 마고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28살 마고의 5년된 남편. 닭요리를 전문으로 책을 쓰는 루.

항상 똑같이 닭으로만 요리하는 남자.

사소한 말로 사랑을 표현하며, 작은 장난 하나만으로도 미래를 생각하는 남자.

껴안고, 키스하고, 섹스하고, 사랑한다 말하고. 이 남자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이었을까?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왔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그것만으로도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던 루.

그리고 마고의 고백 이후, 점프컷 안에서 분노와 체념, 슬픔과 이해, 그 모든 모습을 보여 준 이 남자는

그 순간 조차도 마고의 생각 보다는 자신의 감정만을 쏟아내기에 급급한 것 처럼 느껴졌다.

루의 사랑이 잘못됐던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지쳐가는 마고의 순간을 보면서, 이해를 바란 마고의 말을 들으면서,

변하지 않았던 그의 행동들이 마고를 더 돌아서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마고와 대니얼은 키스는 물론이거니와 손도 한 번 잡지 않는다.

오로지 눈만 바라보며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며, 시시콜콜한 대화만 한다. 

수영장에서 딱 한번 대니얼이 마고의 발목을 잡지만, 마고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를 피하기까지 한다.

아무 신체접촉이 없는 이 둘 사이를 불륜으로 규정짓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일지 모르나,

둘 사이를 흐르느 미묘한 열기는 그 어떤 스킨십보다도 더 열정적이고 관능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불륜이어도 진짜 사랑은 오히려 이 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갖게 해 준다.

 

 

 

 

오랫만에 디테일한 시퀀스가 돋보이는 영화를 봤다. 여자 감독이 만들어 내는 영화라서 감정의 흐름을 좀 더 세밀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생각이 많아진다.

원제와는 좀 동떨어진 제목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DVD가 나온다면 구입해서 오래오래 소장하고 보고 싶은 영화가 될 것 같다.

 

 

201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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