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신기해요."
"뭐가?"
"우리 같이 만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요?"
"11월에만, 그것도 비 오는 날에만 만나는 연인은 없겠지."
"오랜 세월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무수한 많은 사랑을 했겠죠. 수십억, 어쩌면 수백억
개의 러브스토리가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누구도 해 본 적
없는 그들만의 사랑을 하고 있어요. 우리처럼요. 신기하지 않아요?"
"지문하고 비슷하네. 수많은 사람들의 지문이 모두 다른 것처럼. 엄지손가락 한 마디의 면적
이 얼마나 된다고. 똑같은 지문이 여러개 있을 법도 한데. 그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우리의 사랑.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가지려고 하면 사라지고 놓으라고 하면 맴돈다.
이 거리를 어찌할까?
노벰버레인. P.278-279
11월.
느닷없이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내린다. 그래서 난 <노벰버레인>을 손에 들었다.
쇼팽의 야상곡 20번.
이 새벽에도 어디론가 달려가는 대로변의 자동차들.
무위하게 깜빡이는 길 건너의 빨간 신호등.
길어진 밤만큼 더 고요해진 새벽.
준희와 희준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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