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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JUL - DEC.

映画

by 솔앙 2024. 8. 1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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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708. 퍼펙트 데이즈.

야쿠쇼 코지의 이렇게 섬세한 연기를 본 적이 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장면을 넘나들며 아무렇지 않은 직장인의 생활루틴을 보여주다가 언뜻언뜻 찾아오는 순간들의 희노애락이 깊은 눈과 얼굴의 주름에 가득 담겨있다. 
남들은 싫어하는 일이지만 손수 장비를 만들만큼 최선을 다하고, 순간의 木漏れ日를 매일 찍어 달별로 나누며, 갑자기 찾아온 조카를 대하며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하루하루를 나누며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인 이 순간의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그래서 마지막 히라야마의 얼굴은 어제와 같은 일상이 반복되지만 그의 마음만은 항상 지금에 충실한 모든 시간의 그를 대변해주는 오래 기억될 시퀀스였다.

 

- 20240709. 핸섬가이즈.

이런 미친 영화 너무 사랑해 ㅋㅋㅋㅋㅋㅋ
나 슬래셔 좀비 오컬트 코믹 병맛 장르 좋아했네!!!
다들 연기를 잘해서 말이 안 되는데 더 웃기고, 납득이 전혀 안 가는데 이해가 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뒷줄 아주머니들이 너무 재밌게 보셔서 그 줄에서 같이 봤어야했었어. 내 옆옆 아저씨는 한 번을 안 웃어서 나 혼자 즐기기 민망했단 말이야!! 
이렇게 유쾌한 영화 너무 오랜만이고 진짜 많이 웃었다.

 

- 20240715. 탈주.

실패할 자유를 얻기위해 탈주를 시작한 사람과 이미 실패한 후 제자리로 돌아왔기에  자신은 두고 온 잃어버린 삶의 또다른 기회를 막으려는 사람의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 결말을 알고 봤어야 덜 힘들었을텐데 그렇게 될 것 같았지만 안 될까봐 조마조마했어.
그나저나 감독님이 구교환 배우님 너무 사랑하나봐! 이제훈 배우는 온갖 고생 많이 하는데 구교환 배우는 멋진거 다했어. 그리고 송강… 아니 이렇게 잘 생긴 사람이었어???

 

- 20240719.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이야기가 두 파트로 나뉘는데 첫번째 파트는 재밌었고 두 번째 파트로 나뉘는 이야기는 좀 지루했다. 그래서 앞은 시간이 금방 갔고 뒤는 계속 같은 이야기의 반복 같았고. 앞에서 어느 정도 다 예상했던 이야기라 더 그랬을지도.

 

- 20240723. 탈출 : 사일런스 프로젝트.

여름 블록버스터 전형적인 킬링타임용 영화로 나쁘지 않음. 편집을 엄청 한건지 진짜 딱 보여줄것만 1.2.3.4 보여주는 느낌. 이렇게까지 망할 영화는 아닌것 같은데 잘 모르겠지만 제값주고는 아깝고 나처럼 8천원에 보면 괜찮음. 역시 영화값이 문제인건가. 평일 성인 14000원은 너무 비싸긴 함.
그리고 아빠가 가만히 있으라면 좀 가만히 있어라. 왜 이렇게 여기저기 왔다갔다하냐 아빠 신경쓰이게!
주지훈 배우는 이런 연기 뭐지? 이런 역할을 왜 하게 된건지가 더 궁금해짐. 평소랑 너무 달라서.

 

- 20240727. 데드풀과 울버린.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던 FOX 버전 X맨과의 안녕같았던 영화.
리부트한다고 하더니 이렇게 이별은 하게 해주네. 내 최애는 어벤저스 아니고 X맨이었는데. 뭔가 아쉽고 슬프다.
디즈니로 넘어온 데드풀은 솔직히 걱정이 앞섰었는데 디즈니가 모든걸 놓아버린걸까. 다행히 데드풀 에너지는 디즈니화 되지 못하고 데드풀 그대로로 남아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로건과 투탑으로 뛰느라 정신 사나움은 좀 덜 했지만 그래도 데드풀 시리즈가 계속될 것 같은 희망이 생겨서 좋았다. 나는 디즈니에서도 이 사랑스러운 가족영화를 계속 보고 싶을 뿐이다.

 

- 20240801. 탈주. 2회차.

지난번에 같이 안 본 청소년이랑 2회차.
처음 볼 때보다도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감!!! 진짜 구교환 배우 너무 매력 터져. 그의 디테일을 더 확실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 20240803. 수카바티 : 극락축구단.

옛날에 안양엔 LG치타스가 있었다. 내가 처음 직관했던 축구 경기도 안양 LG 경기였고. 근데 어느날 갑자기 축구단이 서울로 가버렸다.
오빠는 패륜XX라 지금까지도 욕하고 있고 나도 유니콘스의 버림을 받은 적이 있는지라 그 마음 잘 알지.
안양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들을 기억하고 존중할 수 있는 하나의 기록으로 남을 너무 소중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젊은 날의 열정을 바친 어떤 존재가 한순간에 사라지고 상실과 배신감을 뛰어 넘어 다시 그 열정을 되살리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큰 박수와 고마움과 존경을 보낸다. 이번 시즌 2부리그에서 너무 잘하고 있어서 이번엔 꼭 승격되길 바라며 오빠는 매번 경기도 챙겨보고 있다. 수카바티 안양! 
오빠 데리고 가서 보길 잘했다. 옆에서 이 꽉깨물고 몰입하며 봐서 머리 아프다고. 과몰입 멈춰.

 

- 20240808.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어른들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이 과거와 그들을 용서하는 대신 맘껏 화내며 서로를 이해하고 스스로 아픔을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히로세스즈 배우 연기 좋아해서 러닝타임 내내 좋았는데 마지막 그 장면 보고 영화 내내 좋았던 모든게 다 터져버렸어.

 

- 20240812.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1991년에 만들어지고 2017년에 처음 국내개봉했던 영화를 나는 2024년에 처음으로 봤다. 237분의 러닝타임은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그 순간을 향해가며 대만의 1960년대를 그려낸다. 대만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나 일본이 물러난 이후의 대만의 상황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상태로 봤음에도 그 모든 시대적 배경과 인물들의 현재와 여러 관계들이 어렵지 않게 이해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본 <태풍클럽>이 생각났다. 왜 이 영화는 긴 러닝타임이 지나간 이후로도 계속 곱씹어보게 되지만 <태풍클럽>은 그러지 못했던건지. 60년대 대만이 80년대 일본보다 결코 가깝지 않은데, 나는 오히려 60년대 불안한 타이페이의 시대상황을 버텨내는 청춘들에게 몰입할 수 있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지만 살인사건은 그저 맥거핀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살인사건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살인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샤오쓰의 친구들 갱단 패거리들의 행동과 심리변화들이 더 의미있는 이야기였다.
특히, 밍의 마지막 대사가 이 영화의 모든것이었을지도. 근데 그 모든걸 샤오쓰가 죽여버렸지.
어린 장첸 배우의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낯설었다.
내가 봤던 영화 중 두 번째로 긴 영화였고 허리가 아팠다.

 

- 20240814. 트위스터스.

재밌는 여름용 오락영화. 옛날에 봤던 트위스터의 디테일한 부분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어린 마음에 신기하고 재밌었던건 기억난다. 거의 30년만의 속편인데 지금의 디지털 세상과 변하지 않는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그 어디쯤을 잘 찾아낸 느낌이다. 긴장감 넘치는 토네이도라는 주인공을 가장 매력적이게 그려내서 더욱 더 재밌었는지도. 케이트의 모든 상처가 그렇게 치유되는 것도 너무 좋았어. 시간이 맞으면 4D 정말 추천한다. 완전 스펙타클! 과학적으로 맞는 말일까, 라는 나의 질문에 이과생 두 남자가 코웃음 쳤음. 왜? 그럴듯하잖아??

 

- 20240911. 에일리언 로물루스.

나 안 본다고 했잖아 ㅜㅜ
와 진짜 내가 지금까지 본 영화 중 가장 최고로 무서웠음. 곡성이나 랑종 같는건 무서운것도 아냐. 귀신 따위, 한낱 미물 같은거. 크리쳐가 최고다. 무서운건 에이리언 너가 짱먹어라!
우주라는 세계 + 에이리언 이라는 오래됐지만 여전히 진화하고 있는듯한 크리쳐를 잘 버무려 엄청난 스릴러 공포물을 만들었다. 누가 살고, 누가 죽고, 예상을 하면서 볼 겨를도 없이 그냥 눈에 보이는 이 모든 상황을 주인공과 같이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 순식간에 지나간 러닝타임의 모든 시퀀스들을 잊고싶다. 에이리언은 옛날 옛날 시고니 위버 배우가 나온 1편만 어릴 때 겨우 봤었는데, 그 이후로도 몇 편이 더 나왔지만 징그러운 애들 보기 싫어서 안 봤었다. 여전히 징그럽고 여전히 크리피해. ㅠㅠ
오랜만에 본 영화가 이렇게 진 빠지는 영화라니. 손이 덜덜 떨리도록 긴장하며 봤다.

 

- 20240919. 새벽의 모든.

작년에 너무 좋게 봤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의 미야케 쇼 감독 영화다. 그 때도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케이코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나를 위로해줬는데, 이번 영화도 너무너무 좋았다. PMS 때문에 힘들어하는 후지사와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일본어로 パニック障害 라는 단어배움) 때문에 예전의 삶과는 동떨어진 지금을 살고있는 야먀조에. 쿠리타 과학이라는 아이들용 과학도구를 만드는 작은 회사에 다니는 후지사와와 야마조에는 각자의 병을 알게된 후 같은 약을 먹어본 적 있는 사람으로서, 동료로서 서로의 삶에 손을 내밀어 작은 도움을 건넨다. 남자와 여자로서의 관계가 아닌, 직장 동료와 친구의 연대 그 즈음에서 서로의 병에 대해 조심스럽게 묻고, 그 아픔의 순간을 되도록이면 잘 헤쳐나갈 수 있게 서로에게 위로를 건넨다. 우리가 사는 지구도 낮과 밤이 교차하며 매 순간 변하고 있고, 우주도 조금씩 변하여 만년이라는 시간이 더 흐르면 우리가 보는 별의 기준이 바뀔 수 있듯, 우리의 삶도 어둡고 컴컴한 밤을 지나면 새벽의 모든 것을 밝은 마음으로 받을 수 있겠지. 내가 미야케 쇼 감독의 전작을 보면서 케이코에게 응원을 건네던 벅찬 마음을 이 영화로 고스란히 돌려받은 것 같아 너무 고맙고, 세심하게 따뜻하고 행복했다.

 

- 20240924. 장손.

단순히 한 가족의 얘기가 아닌 지금 우리나라를 살고 있는 각각 세대의 이야기를 정말 잘 버무려냈다. 많은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건지 길을 잃는 작품을 종종 보는데, 이 영화는 큰 한 줄기를 천천히 잘 그려가며 곁가지 이야기들까지 모두 잘 갈무리하여 큰 나무를 그려낸 느낌이다. 1세대의 할아버지가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쳐 살아온 역사. 2세대인 아버지가 엘리트 코스를 밟을 줄 알았지만 민주화의 물결에 휩싸여 고초를 겪었던 서글픈 과거. 그리고 말 그대로의 3대 독자가 가업 대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려 고향을 떠난 상태의 현재. 이 셋의 가족이지만 오히려 다수인 여자들의 이야기까지. 3세대에 걸쳐져있는 가족의 과거, 현재, 그리고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왠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미래까지, 러닝타임 2시간을 유려한 풍경들과 함께 꽉채워 빈틈없이 그려낸다. 그리고 연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진짜 가족같은 대사들, 분위기들, 시골 어딘가 가면 존재할것 같은 가족들의 디테일들을 모두 잘 살려냈다. 각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말미암아 생각보다 방대한 이 이야기가 혼잡하지 않게 잘 맞물려 동력을 잃지 않고 엔딩까지 잘 나아간다. 근데 대사가 너무 안 들려. 내가 요즘에 진짜 심각하게 느끼는데 우리나라 영화들 대사가 너무너무 안 들려. 사운드의 어떤 문제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이 영화는 사투리와 맞물려 흘러가는 대사들까지 잘 안 들려서 좀 답답한 면이 있었다. 우리나라 영화에도 자막이 필요해. 비단 이 영화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영화들이 요즘 좀 그래.
올해 본 한국 영화들 중 가장 괜찮았고, 이게 뭔가 자꾸 은근하게 마음에 남는 영화가 될것 같다. 할아버지 부모님 산소에 두 분이 돌아가신 날이 의미심장한 연도와 날짜로 같을 때부터 갑자기 자리를 고쳐앉고 보기 시작했는데, 역시 마지막 그 이야기의 갈무리까지 좋았다.

 

- 20240924. 룩백.

진짜 요상한 만화인 ‘체인소맨’의 동일한 작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작품. - 체인소맨 안 봄. 무슨 내용인지는 알고, 컨셉도 알도 있지만 나랑 잘 안 맞아. - 나름 서정적인데 배경에서 후지모토 타츠키가 잘 보이긴 했음.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보러 갔는데 러닝타임은 한 시간 남짓. 한 시간 이상도 이하도 할 얘기는 아닌 단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더 있어야 할것 같은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 누군가를 향한 의도치 않은 도움이 몇 년 후 엄청난 대가와 후회로 돌아오고, 그래도 이 순간과 내 삶을 더 살아내기 위해 항상 하던대로 열심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모두가 함께 했던 시간을 기리며, 앞으로의 삶을 위로하며. 숨겨진 이야기들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 분명 뭔가가 많이 더 남아 있을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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