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0101. 노량 : 죽음의 바다.
영화라는 매체를 생각했을 땐 3부작 중 노량이 제일 재밌다. 내 취향은 한산 쪽이지만. 밤에 이루어지는 해전이다보니 어두운 화면이 답답했는데 명군에서 조선군, 그리고 일본군에서 이순신장군으로 시점이 전환되는 롱테이크 시퀀스는 바다를 향해 동이 터오름과 같이 분위기 전환의 백미였다. 밤과 같았던 기나긴 전쟁의 여정과 그 전쟁의 끝은 결국 이순신으로 귀결되는 메세지의 함축 같아서 좋았다.
올해 우리 가족의 새해 첫 영화는 노량으로 시작!
- 20240104. 티쳐스 라운지.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데 사건의 범인이나 이유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특히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에 더 중점을 두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위하는 너무 좋은 사람이었어서 벌어진 일일지도 모르는데 학생들은 오히려 선생님의 말들을 되받아치며 밀어붙인다. 아니 내가 어른이라 선생님의 시선에서만 생각해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반대로 학생들의 이야기만 들으면 그들의 입장에서 잘못된 일들에 대한 설명과 진실을 요구할 권리가 충분하니까. 각자의 입장에서 이타적으로 때로는 이기적으로, 같지만 나에게는 다른 상황은 받아들이는건 당연하다.
- 20240105. 클레오의 세계.
슬픔과 이별을 간직한 채로 참아가며 살아가는 어린아이의 세계는 꼭꼭 잘 감춘 가면 뒤로 가끔씩 터져나오는 눈물만으로도 충분하게 설명된다.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의 행복을 빌어주는 클레오를 향한 글로리아의 기도같은 다짐은 비단 클레오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담담하게 돌아가는 클레오보다 글로리아가 결국은 더 서럽게 울었으니까. 그리고 나도 둘을 합친만큼이나 울었으니까.
- 20240110. 노 베어스.
영화의 완성은 현실에서 이루어진다. 제목은 No bears 지만, 현실은 Bears exist 니까. 처음엔 감독 자신의 자전적이야기인가 싶었다. 실제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 안 되고 이란을 벗어날 수가 없다. 단순히 자전적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에 자반마을의 이야기, 자라부부의 이야기까지 더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곰과 같이 만들어진 공포와 미신, 지금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여러 영화제들에서 상영되고 수상한 것과는 관계 없이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은 이미 이란 당국에 다시 억류되었다고 들었다. 현실은 결국 그런것이다. 곰은 그렇게 존재하기에 공포를 심어주는 무형의 대상이 결코 아니고, 모든 것은 여전한 현재진행형이다. 그렇게 이 영화는 픽션에서 건너와 현실에서 완성된다.
- 20240118. 문신을 한 신부님. @netflix
믿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수님의 삶을 성찰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그 누구보다도 신실하게 믿고 그 마음을 나눌 줄 아는데 그에게 사제의 업은 주어지지 못한다. 마을엔 화합의 손길을 전하고 갔지만 개인의 그는 결국 돌고 돌아 피를 뒤집어 쓴 그 자리에 머물러있다.
- 20240126. 도그맨.
뤽베송 할아버지 아직 안 죽었어!!
볼 생각이 없었는데 자꾸 좋은 평이 들려오길래 호기심에 봤다가 멍멍이들은 당연히 좋고 케일럽 랜드리 존스 라는, 어디선가 봤을테지만, 처음 보는 배우가 너무너무X100 매력적이라서 장면장면 모두 감동받으며 봤다. 더글라스가 두 다리로 굳건하게 일어서서 에디트피아프 노래 부를 땐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어.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가 너무 좋아서 더 특별하게 기억될것 같다.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 이 말처럼 더글라스라는 믿음은 에블린에게 개를 보낸다. DOG와 GOD는 같은 철자의 단어니까.
- 20240131. 웡카.
예고편이 최대한 음악 없는 부분에서 뽑아낸거였음. 오프닝부터 즐거운 음악과 함께 시작하는 제대로된 뮤지컬 영화! 근데 노래의 80%를 티모시샬라메가 부르는거라 좀 힘들어 보였음. 음악이 조금은 더 신났음 했어서 아쉬웠지만 그 부분 빼고는 다 좋았다. 4DX 효과는 많지 않은데, 초콜릿향이 난다고 하더니 뭔가 민트 같은 무화과향이 나더라. 사운드 좋은 상영관에서 한 번 더 봐야겠어!!
- 20240201. 추락의 해부.
150분이 넘는 러닝타임동안 숨도 못 쉬고 집중해서 봤다. 모종의 사건으로 시작하는 전반부와 그 사건과 인물을 말 그대로 해부하는 후반부는 법정 드라마의 형태로 형식을 바꾸며 진실에 대한 선택의 과정을 들여다 보게 된다. 산드라휠러의 연기는 정말 좋다. ‘엘리자벳과 나’에서도 그녀의 연기력이 매력있었지만 독일어가 아닌 영어와 프랑스어 연기도 거침이 없다. 황금종려상도 좋지만 그녀가 연기상을 받았어야 했어.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도 개봉해주세요!! 안드레 역할을 맡은 아역이 후반부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가장 핵심적 증인이며, 진실에 누구보다도 가까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부모라는 부부사이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지 못하는 관망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되새기며 누구보다도 진실의 순간을 기억해내려 한다.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명확한건 없다. 그녀가 했는지 안 했는지, 그걸 믿는지 안 믿는지, 안드레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아무것도 명확하지 않은채로 각 인물들의 선택을 곱씹게 만든다. 덧붙여, 검사는 짜증났고, 스눕은 사랑스러웠다.
- 20240210. 킬러들의 쇼핑몰. @disney+
올해가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올해 최고의 드라마가 될지도?
스토리 연기 연출 빠지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원작소설이 궁금해졌음. 인간적으로 시즌 2 만들어줘야지. 안 보여준게 많잖아.
오빠와 연휴동안 보려고 했는데 이틀만에 8편 순삭.
- 20240213. 플랜 75.
일본은 이미, 우리도 아마. 고령화사회에 진입하고 여러 사회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원초적으로 제시된 이런 해결책으로 문제해결과 극복이 가능한것일까. 화두를 던지는 과감함은 좋았지만 스토리를 풀어갈 책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영화가 나에게 잘 모르겠는, 뭔가를 주려다가 말았어.
- 20240215. 사랑한다고 말해줘. @disney+
연휴동안 16부작 드라마를 모두 보았다. 마냥 따뜻하지 않아서 좋았고 그래도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 믿을 수 있어 더 좋았다.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고 눈을 바라봐야만 겨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들이지만, 그럼에도 소리내어 말을 하고 그 소리를 듣는 그 어떤 사람들 보다도 더 많은 마음들의 조각을 서로 공유한다. 가장 깊은 진심을 표현하는 건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원작인 일본드라마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 20240221. 바튼 아카데미.
한 아이가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나를 이해해주고 나의 잘못을 감싸안아주는 따뜻한 한 사람이 있다면 누구라도 삶은 바뀔 수 있다. 별것 아닌줄 알았던 크리스마스의 짧은 동행으로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삶은 앞으로도 많은 부분이 달라지겠지. 웃다가 결국 울면서 나왔다. 따뜻하고 좋은 영화였어. 삽입된 음악들이 너무 좋아! 70년대가 내 스타일인가?
- 20240225.20240228. 파묘.
’검은 사제들‘은 한국영화 안에서 새로웠고
‘사바하’는 납득 가능한 이야기의 흐름이 완벽했고
‘파묘’는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아서 더욱더 흥미진진했다.
무섭지만 긴장하며 열심히 따라간 덕분에 놓친게 많지 않아 보이는데 그래도 숨은 이야기들 찾아보며 영화를 조금 더 즐기고 싶다. 역시 어딘가를 끝없이 파고드는 살짝 변태같은 감독의 영화들이 재밌다.
- 20240226. 오키쿠와 세계.
아.. うんこ💩만 아니면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주인공들의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너무 힘들었어 ㅠㅠ
사무라이 시대가 끝나가는 메이지 유신 전, 혼란한 막부의 마지막 시기. 대충 이 시기를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혼란 그 자체로 일본의 연호가 계속 바뀌고 있음이 연도 표시로 나온다. 하지만 오키쿠, 츄지, 야스케는 혼란스러운 세상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하루하루 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매일 값을 지불하며 인분을 수거해 강을 건너고 밭에 뿌린 후 식비를 벌고 다시 강을 건너 에도로 돌아온다. 많은 사람들이 코를 막고 피하는 천대받는 일을 하는 하층민이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오키쿠의 시선은 다르다. 하대하지도 않고 동정하지도 않는다. 야스케를 진심으로 걱정하거나 츄지를 진심으로 좋아하거나. 변화하는 세상을 당연시 여기며 그 흐름에 힘을 싣고자 했던 오키쿠의 아버지는 지금에 머무르려는 사람들 때문에 결국 사무라이다운 죽음을 맞게되고 오키쿠도 사건에 휘말려 목소리를 잃어버린다. 하지만 오키쿠는 해야할 역할이 있었기에 슬픔을 딛고 사람들에게 말못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인 글자를 가르쳐주기를 한다. 츄지는 오키쿠의 아버지에게서 배운 ‘せかい’를 오키쿠가 쓴 글자에서 다시 찾는다. 저쪽으로 돌아서 이쪽으로 오는 세계 안에서 그들 셋은, 츄지가 자꾸 읊조리는 말답게 그저 지금의 청춘이다.
- 20240229. 패스트 라이브즈.
로맨스 만세다 ㅜㅜ
요즘 너무 찾기 힘든 로맨스 영화에 유태오 배우 나온다고 해서 엄청 기다린 영화였는데 그 사이에 영화제에서 상을 막 타더니 아카데미 작품상 노미네이트까지 되고 이제서야 우리나라에 개봉한다. 원래 다음주 개봉인데 오늘부터 특별상영회차가 있었음.
모든 인연에는 다 때가 있다. 나영과 해성은 그 때를 두 번 놓치고 24년이 지나서야 겨우 서로를 마주한다. 그리고 그 시절을 추억하며 이제는 닿지않아 놓아줘야할 일들과 그 때 하지 못했던 미련들을 잘 털어버리고 24년 전에 하지 못했던 제대로된 안녕을 고한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는 흔하고 우리에겐 그다지 새롭지 않은 이야기인데, 두 배우의 눈빛들로 인해 오랜동안 마음 시린 이야기로 남을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나를 스쳐 지나갔을 내가 모르는 인연들이 괜히 서러워져 눈물이 났다.
- 20240302. 듄 : 파트2.
드니 빌뇌브 사랑해요 ❤️
리산 알 가입, 그 예언의 시작을 어떤식으로 풀어갈까 궁금했는데 너무 잘 설명되었어! 1편이 친절하게 세계관을 잘 풀어줘서 2편 몰입이 더 잘 됨. 전투 스케일에 압도되어 러닝타임이 쏜살같이 지나감! 3편을 더 기다리게 되었어 ㅠㅠㅠㅠㅠ
감독님.. 배우들 늙기 기다리다가 내가 더 늙어요 ㅠㅠ
근데 생각해보면 확실히 사이비종교의 탄생설화 같은거야. 무앗딥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렇잖아.
- 20240305. 메이디셈버.
넷플릭스로 볼까 하다 나탈리포트만 큰화면으로 보러 간건데 명확한건 아무것도 없이 끝나버려서 뭔가 애매했다. 넷플릭스 영화들이 대부분 다 애매해.
그레이스와 조는 엘리자베스의 시선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한다.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당사자들만 알 뿐. 본인들 조차도 24년 전, 그들이 인생이 바뀌었을 그 때를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엘리자베스는 그래서 누구의 시선으로 그레이스의 역할을 어떻게 그려낼지 가장 궁금증을 가질 찰나에 영화가 끝나버린다. 토즈 헤인즈 감독이 그의 영화에서 보여줬던 각 인물을 꿰뚫어보는 정적인 카메라 워킹이 이번 영화에서는 전혀 매력적이지가 않았어.
- 20240306. 20240314. 가여운 것들.
지금까지 봤던 요르고스 란티모스 오리지널 스토리는 별로였는 오리지널이 있는 이야기를 가져다 만드는 영화는 차라리 정말 좋다.
원작에서 가지고 올건 가지고 오고 뺄건 빼서 재창조한 이번 영화도 욕나오게 좋았는데, 아니 엔딩 크레딧 올라가고 진짜 욕했음. 변태같은 미친 감독이라고.
저명한 외과의사 갓윈(고드윈)은 투신자살로 죽게된 어떤 여자의 시신을 가져다 그녀의 뱃속에 있는 태아의 뇌로 바꾸어 벨라 벡스터를 만든다.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은 아이의 상태인 벨라를 연기하는 엠마 스톤은 그야말로 연기의 신이다. 리비도 발달 단계에 따른 벨라의 성장을 그려내는 그녀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이 기괴한 플롯의 당위가 된다. 엠마 스톤이 너무 미친연기를 해서 그렇지 윌렘대포도 마크러팔로도 최고라는 말 밖에는 바칠 찬사가 없다. 처음 보는 맥캔들스 역할의 라미 유세프라는 배우도 잘 맞았어. 연기의 향연들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벨라 백스터의 긴 여정이 그녀의 완전한 선택으로 끝맺음된다.
변태같은 미친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꾸며낸 프로덕션 디자인은 곳곳에 감탄을 자아낸다. 오프닝을 꾸며내던 자수 오브제를 시작으로 존재하는 도시의 존재하지 않을 법한 건물과 조형물로 벨라의 시각을 넓힌 후, 성장의 과정에서 나가고 싶었을 뿐인 그 집과 정원으로 돌아와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을 제대로 하기 시작하는 그녀의 모습을 끝으로 각 장소의 소품과 스틸 이미지들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채우는 마지막까지 정말 완벽하게 그 세계를 만들어냈다.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유머와 성찰은 이 영화를 더욱더 완벽하게 해준다.
다만 아쉬운건 원작에 중요한 의미가 담긴 장면들이 좀 더 나와야했고, 벨라가 영국으로 돌아오는 이유도 그렇고. 에필로그 식으로 나오는 빅토리아의 편지가 있는데 그정도까지는 들어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그 부분을 보아야 정확하게 제목인 ‘가여운 것들’이 누구를 지칭하는 말인지 주제가 더 명확해지는데 말이야.
이 영화보고 문득 웨스 앤더슨이 생각났는데 웨스 앤더슨은 점점 나에게서 멀어지고 멀게 느껴졌던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자꾸 나한테 다가오는 기분.
팟캐스트 여러개 듣고 가서 봤더니 새롭게 재밌었음.
특히 김혜리의 필름클럽에서 음악에 관해서 들었던 것 중
춤추는 장면의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면서 촬영했다고 알려줬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그 장면에서 더 음악이 잘 들리고 생동감있었다. 그 장면은 보고 또 봐도 재밌어! 원작도 다시 보고 갔는데 확실히 책과 영화가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될듯. 그냥 별개의 작품이야. 그 점은 확실히 좀 아쉬움.
- 20240307.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Netflix
감독님 누구야.. 영화의 화자가 끝까지 살아남지 못하는 연출은 어떻게 생각한거냐 ㅠㅠ 믿고있다가 울었잖아 ㅠㅠ ‘더 임파서블’ 좋아하는데 이거 만든 감독님이었음! 그런 사건이 있다는 것만 알았었지 며칠만에 몇 명이 살아돌아온지는 알지 못한채로 나도 기약없이 영화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나도 막막하게 그 시간을 견뎌내며 기다릴 뿐. 하지만 그들만큼의 용기는 전혀 생기지 않았고, 나라면 가장 먼저 죽음을 기다렸을 것 같다.
- 20240312.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엄청난 SF 영화였어! 올해 계속 좋은 영화를 본다. 이 영화도 놓칠뻔 했는데 뒤늦게 극장에서 봐서 더 좋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내고 있는 어린이들의 고달픔. 아이를 기르는 엄마의 입장에서 나도 그렇게 살고있지는 않은지 잠깐의 자기 반성과 소회를 생각하며. 평일도 일찍 잠들지 못하고 주말도 바쁘고 그게 좋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삶이 고달픈 동춘이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미생물이 알려준 웜홀로 뛰어드는 결론은 그래서 더 서글펐다. 누룩별에선 마음껏 대화하고 즐거운 일만 할 수 있기를. 무엇보다도 원하는 삶을 살기를.
- 20240314. 로봇 드림.
대사 한 마디 없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이미 나는 두 번이나 울고 도그와 로봇을 생각하며 또 운다. 내가 아는 로봇 중에 이렇게 사려깊고 착한 로봇은 처음이야 ㅠㅠ 너의 모든 꿈들이 현실이 되어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ㅠㅠ
- 20240316. 랜드 오브 배드.
현대전의 명과 암이 드러나 있는 영화. 결국 전쟁이란건 사람과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총과 칼을 들이밀어 누군가를 죽이는 일일 뿐.
농구 보던 색히들 다 영창에 쳐 넣어라!!!!
역시 사람들 입소문은 믿어야해. 오랜만에 본 재밌는 주인공 성장서사 액션영화였음!
- 20240320. 조용한 이주.
칼은 농업관련 학교를 나와 양부모와 함께 축사를 운영하며 살고있다. 그리고 그에게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다. 난데없이 벌판에 구덩이를 만들고 떨어져있는 운석처럼, 지훈이란 이름을 서류에서 찾아보고 그 구덩이 안으로 들어가 기억도 나지 않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꿈꿔본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자신의 결정을 용기내어 말하고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와 회피하지 않고 대화를 한다. 출산율이 0.6명인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세계 3대 아동수출국이다. 어쩌면 이민 2-3세대 보다도 더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입양아들이 여전히 자라나고 있다는 뜻이다. 마침 얼마 전, 입양기관에 의해 납치되어 가짜 서류를 통해 프랑스로 입양 가 학대를 당한 사람의 기사를 읽었다.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칼에 대한 은근한 인종차별 이야기가 나올 땐 다시금 그 기사들이 떠올랐다. 내가 어릴 때는 가끔씩 티비에 전세계로 간 입양아들이 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오고, 백방으로 노력해보지만 결국 찾지 못해 좌절하고 여전히 궁금하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이 많았었다. 하지만 서서히 우리는 그들을 잊어가고 있고 그들은 여전히 우리를 궁금해하고 있을 것이다. 왜 나를 그 먼곳으로 보냈는지에 대한 일말의 의문과 함께. 그런 일들을 생각하고 나니 마지막 칼의 선택이 얼마나 큰 용기를 가진 한 마디였는지 알 수 있었다.
- 20240320. 데인저러스 메소드. @tving
칼 융과 슈필라인, 프로이트 이야기라고 해서 찾아봤는데 이야기가 너무 얕아서 실망,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까워서 더 실망.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만 나오는데 이 영화를 지금까지 몰랐던 이유가 있었음.
- 20240320. 나의 행복한 결혼. @tving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중간까지 봤는데 초반엔 그냥 정략결혼 이야기인줄 알고 보다가 갑자기 판타지로 급발진 한 이후로는 포기했었음. 영화로 나왔다길래 뒤에 이야기를 간략하게 보려고 봤는데 항마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 남자 주인공의 비주얼을 굳이 애니메이션과 똑같이 할 필요가 있었을까. 메구로렌이 키 큰거 빼고는 닮은점이 없는데. 여하튼간 1.5배속으로 대충 봄.
- 20240327.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짧고 간결하게 말하고자 하는 걸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감독이었어. 아사코 이후로 가장 짧은영화 같긴한데 그래도 나는 드라이브 마이카가 제일 좋았지만 1시간만 더 짧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음. - 히로시마 가고싶다. 글램핑장 설명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것 같다. 엔딩 시퀀스 전부와 하나를 안고 숲 속으로 들어가던 타쿠미의 마지막 뒷모습까지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허상인지 알 수 없지만, 명확한것 하나는 우리가 파괴해 무너져버린 환경의 책임은 결국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까지 전가된다는 것 아닐까. 갈 곳을 잃은 채 총맞고 피흘리는 사슴이 바로 우리 모습일테니.
- 20240403. 키메라.
<행복한 라짜로> 재밌게 봐서 개봉 전부터 기대했던 작품. 구원없이 끝난 라짜로의 이야기와는 달리 아르투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넘어가 절망의 상황에서 환상 속 누군가가 건네줬던 라이터로 찾아낸 붉은 실을 따라 베니아미나를 만난다. 지하와 지상이 전복되는 시퀀스가 계속 강조되며 나오던데 어둠이 아닌 따라다니던 태양의 한줄기 빛이 결국 아르투를 베니아미나에게 데려다주려고 그랬나보다. 라짜로보다 더 재밌고 슬펐어.
- 20240404. 거룩한 분노.
제목과 다르게 생각보다 무겁지 않고 유쾌한 영화였음. 1971년 스위스에서 있었던 여성 참정권 찬반투표 전에 일어났던 작은 마을 안 여성들의 변화가 현실적이었고, 파업의 아이디어도 기발했다. 그래도 유럽이고 스위스라는 선진국에서 여성 참정권이 완벽하게 자리잡는 일이 1990년까지 진행됐다는게 상당히 충격적이었음. 우리나라는 정부가 시작되었던 1919년부터 이미 임시헌장에 여성 참정권이 명시되어 있었는데 말이다. 이 영화 보고 내 한 표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고 제발 투표들 좀 했으면 좋겠다! 덧붙여 나도 내 안에 호랑이를 누구보다도 소중히 여겨야겠어!
- 20240404. 잔 뒤 바리.
나는 프랑스 역사를 만화로 배워서 - 베르사이유의 장미 🤭 - 뒤바리 백작부인을 루이 15세를 이용해먹은 악녀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무지했던 역사의 다른 면모를 봤고 코르티잔이나 왕의 정부가 아닌 혼란한 시기의 천민출신 여자로서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천천히 따라가는데 의미가 있었다. 오랜만에 조니 뎁 연기를 보는 것도 좋았다. 근데 프랑스어는 얼만큼 하고 있는건지 궁금했음.
- 20240419. 정순.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봤지만 생각보다 더 힘든 영화. 그래도 운전면허를 따고 딸과 함께 지금의 나를 보듬는 당당한 정순씨를 끌어안아 주고 싶다. 오히려 나를 토닥이는건 정순씨일테지만.
- 20240425. 20240502. 챌린저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님은 숨쉬는 시간도 아껴서 영화만 만들어라!!! 내가 본 영화감독 중에 빛을 가장 섬세하게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작품도 그렇다. 조금 과하게 OST가 반복되는 면은 아쉽지만 그것조차도 감독의 시그니처와 같은 매력이라고 치고 넘어가자. 조쉬 오코너와 마이크 파이스트의 주니어 연기는 좀 애매했지만 젠다이아가 있으니 다 괜찮아졌다. 쉼없는 테니스공의 랠리보다 젠다이아의 눈빛에 더 숨이 막힐 지경이니까. 주니어 시절부터 시작된 셋의 관계성이 테니스라는 격정적인 스포츠와 얽혀 섹시하게 표현된다. 러브에서 시작해서 올이 된 영화. 그냥 너무 재밌어서 또 볼 예정이다.
2번째 보니 더 짜릿해. 테크노 비트 시작될 때마다 도파민 맥스. 올해 최고의 영화다.
- 20240502. 차이콥스키의 아내.
비틀린 애정. 기묘한 집착. 광기와 미련으로 점철된 몰락의 시간들.
- 20240504. 스턴트맨.
생각보다 더 병맛 스타일이라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봄! 듄 OST 완전 노렸나본데 제대로 먹혔음. 스턴트맨들에 대한 존경과 찬사가 묻어나서 좋았고 영화 속 영화가 어떻게 해피엔딩이 됐는지 더 궁금함!! 주조연 모두 화려해서 볼맛이 있는 영화였음. 레퍼런스 된 영화만 20편이 넘는듯 싶다.
- 20240516. 악마와의 토크쇼.
안 무섭다는 후기가 많아서 자신있게 갔다가 심장이 떨어질뻔한 쫄보 등장 🫣 시작부터 빌드업해서 분위기 조성한 거에 비해서는 덜 무서운게 확실한데 나는 계속 뭐가 더 나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 봐서 더 무서웠을지도. 나 은근 이런류의 오컬트, 호러에 약함. 고등학생 때, 새벽 2시에 엄마 몰래 ‘블레어 위치’ 봤던 트라우마.
- 20240518. 그녀가 죽었다.
배우들의 연기파티 너무 좋아. 언제나 무언가를 끊임없이 보여주는 신혜선 배우 그래서 더 좋다. 중반 이후로 영화가 보여주기 보다는 설명해주기에 바쁘지만 근래 봤던 스릴러 장르 중에서는 그래도 재밌게 긴장하며 봤다. 범인이 어느정도는 예상 가능했지만 왜 그랬는지에 대한 설득력은 좀 허술하긴 했음. 상영 회차좀 늘려줘요. 범죄도시 드랍율 좀 보고 이런거 좀 걸어줘야지. 상영관 하나 132석 만석이었음.
- 20240522. 스텔라.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던 스텔라 골드슐락. 우리도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우리와 비교하면서 볼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역사 속 자신의 민족을 배신한 여자의 이야기.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파울라 비어 배우의 연기 파티. 후반으로 갈수록 편집점이 뚝뚝 끊기는데, 그것조차도 그녀의 연기만으로 다 괜찮아지게 만들어버린다.
- 20240522. 늦더위.
삶의 방향을 아직 잡지 못한 남자의 느닷없는 조용한 여행기. 분명 재능있는 분야가 있고 그 재능을 알아본 사람의 스카웃 제의도 있었지만 공부와 시험을 핑계로 거절하고는 얼핏 보기에 어떤 의미인지 모를 여행을 떠난다. 특별할것 없던 여정은 지난했고 결국 청주에선 도망친 그가 더위가 다 지나간 후에 화분 하나를 들인다는건 결국 여행의 의미를 찾았다는 얘기겠지.
비단 독립영화라서 그런게 아니라 요즘 우리나라 영화 전반적으로 사운드 문제가 있는것 같다. 대사가 잘 안 들리는건 고질적이고 사운드가 컸다 작았다 하면서 어느 장면에선 귀가 너무 시끄러워.
- 20240524.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이야기의 반전이 너무 뻔해서 그냥 그랬음. 영화보면서 잘 우는데 안 슬펐고. 장첸이 제작한 영화라고 해서 궁금했는데 대만과 일본 그 사이를 오가다 이도 저도 아니게 끝남. 쿠로키 하루 나온다고 하더니 카메오 수준이었음.
- 20240529. 정욕.
내일을 생각하며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욕망을 갖는다는 것, 이 세계의 구성원이 아닌 지구에 잠깐 다녀가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그 미묘한 이질감을 잘 숨기고 어렵게 만난 동류끼리 연대하며 살아가는 이들 사이에 범죄가 끼어들며 그들의 민낯이 세상이 드러나버린다. 원작인 소설에서는 사건이 일어난 후 그로부터 500여일 전의 이야기를 인물별로 서술한다. 영화는 등장인물 개개인의 이야기들을 우선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이들에게 일어나는 사건이 무엇인지는 한참 뒤로 미뤄두고 우선 이 사람들이 누구인가부터 집중해주는듯. 각색은 더 나은 부분도 있고, 생략되어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각각 같은 이야기의 다른 서술방식으로 더 생각할 여지를 주어 좋았다. 좋아하는 배우인 아라가키 유이의 연기도 좋았고 오랜만에 보는 이나가키 고로도 괜찮았고. 소재가 독특하고 소설과 영화를 거의 동시에 봐서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 곱씹게 된다.
- 20240530.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조용한 위로. 아무렇지도 않게 토닥거리는 응원. 다 괜찮다며 건네는 마음이 섞인 한 마디. 눈물이 나올만큼 다정한, 내일을 살아나갈 수 있다는 희망.
- 20240605. 원더랜드.
죽은 사람, 혹은 죽은거나 마찬가지인 사람과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만질 수 없는 가상 현실 원더랜드 속 또 다른 그들의 자아.
내 삶과 멀리 있는 곳 어딘가에 있다는 위안만으로도 버틸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시작하지만 존재의 낯섦과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한계에 절망한다. 서비스의 종료는 너무 간단하고 원더랜드 어딘가에 존재하는 그 자아는 결론지어질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서글프다.
영화가 생각하는 주제는 너무 좋았다. 근데 이걸 우리에게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 촌스러워. 영화가 나쁜건 아닌지만 유치하고 루즈하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F판독기 라는 후기를 보고 갔는데 나는 쌉T 였어. 모두의 선택은 수긍되지만 결말까지 납득했다고 하기엔 글쎄.
- 20240605. 존 오브 인터레스트.
올해 내 최고의 기대작.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아서 소름돋는다.
그 시간의 루돌프 회스와 지금의 아우슈비츠를 그렇게 연결해서 보여주는 마지막 시퀀스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만연한 설명이 아닌 그야말로 영화적 장치만을 사용해서 우리에게 세련되고 명확하게 알려주는 부분이 너무 좋았다. 시작부터 쌓아왔던 회스 가족의 모든것과 회스 작전이라고 명명된 일로 정점을 이루는 모든것의 종착점은 마치 여기였다는 듯이. 오프닝부터 암전된 화면 뒤로 시작되어 영화 내내 나를 힘들게 만든 사운드의 향연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도 잦아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비명과 닮은 소리로,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던 화염과 연기, 그리고 재로 남은 사람들을 기억하라고 부추긴다. 더불어 지금도 여전히 또다른 재가 되어 강물을 흐르는 사람들을 생각하라고 이야기하는듯 하다.
소지섭 배우님, 51k, 찬란!! 꼭 돈 많이 버세요! ㅠㅠ
- 20240612. 드라이버.
라이언 고슬링이 나온 동명의 영화가 있는데 전혀 다르지.
긴장감 그 자체의 러닝타임. 이야기의 끝이 서둘러 마무리되는 느낌이 있지만 숨 쉴 수 있는 여유조차 주지 않는 텐션이 매력적인 영화였다. 처음보는 박주현이라는 배우 연기가 아주 좋았음. 딱 요즘같은 시대라서 나올 수 있고 납득이 되는 소재라고 보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근데 100만 안 되는 유튜버가 그렇게 셀럽일리가. 100만 넘어도 누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 20240612. 다우렌의 결혼.
현실을 보여줘야하는 다큐멘터리 촬영현장에서 어쩔 수 없는 가짜 이름과 가짜 결혼, 수많은 가짜들 사이에서 마음만은 진짜였던 다우렌이 아닌 승주와 아디나. 어디든 어떤 상황이든 꿈은 진짜인 둘의 마음들이 단단해보여 그들의 미래는 언제 어디서든 꼭 행복해지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카자흐스탄의 대자연을 담은 화면이 너무 시원하고 좋았다. 정겨운 고려인 할머니의 국시 나도 먹어보고 싶다.
-20240614.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Netflix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앤서니 도어의 아름다운 문장이 영상으로 바뀌었다. 4화나 되는 드라마지만 원작의 모든 아름다움을 세세하게는 다 담아내지 못하고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데 조금은 급급해 보이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던 분위기는 그대로 잘 표현한것 같아서 아름답고 슬펐다. 생말로의 잔해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달콤하고 끈적한 복숭아를 나눠먹는 마리와 베르너를 보고, 이제는 혼자인 마리가 바닷가에 서 있는 모습으로 드라마는 끝나는데 아무리 기억해도 책의 끝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 끝은 좀 달랐던것 같은데. 남은 이야기가 분명 더 있었다. 그래서 다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활자를 보고 빠져들었던 그 때 나도 알고싶었던, 보보렐거리 4번지, 에티엔 할아버지의 북극성같이 반짝이는 라디오 단파 13.10 주파수를 여전히 찾지 못한 채 세월이 이만큼 흘러버렸다.
- 20240619. 1초 앞, 1초 뒤.
소재가 신선해서 재밌었다. 원작이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궁금해짐.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쌍방 구원 스토리가 맞는데, 판타지와 맞물려 개연성이란게 없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결국 둘 다 행복해지길 바라게 된다. 조금 느린 여자가 돌려받은 하루의 시간이 그래서 더 좋았어. 상대방은 기억하지 못해도 내가 기댈 수 있었던 시간들을 그렇게 정리하고 인정할 수 있어서. 근데 왜 자막 번역할 때 띄엄띄엄하지? 문장 수랑 글자 수 고려해야하는건 아는데 건너뛰는 내용이 좀 있었음. 하지메의 교토사투리 - 간사이벤이겠지 - 못 알아듣게끔 엄청 진하던데 매력적이야.
- 20240620. 프렌치 수프.
도댕의 존중과 사랑이 묻어나는 외제니의 부엌은 따뜻했다. 근데 음식이 먹음직스러운건 잘 모르겠다. 모르는 음식의 모르는 맛이니 예상이 잘 되지 않아. 차라리 리틀 포레스트 (일본/한국 두 버전 모두) 의 음식이 훨씬 더 먹음직스러웠어.
한국어 제목이 제일 멋없어서 아쉬움.
- 20240621. 북극백화점의 안내원.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 갔다 지구에게 미안해짐. 인간이 가장 나쁘다.
- 20240624. 하이재킹.
여진구오빠 배우 보러갔으나 하정우 배우 원탑 수준이라 실망. 캐릭터도 연기도 항상 비슷해.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나 하나 더 찍어줘요.
영화는 대충 꼬꼬무 확장판 같고, 여객기가 진짜 저런식으로 업사이드다운 되는지 궁금하고, 악역이 아무리 여진구오빠지만 서사 넣어주는 것도 별로임. 그래도 성동일 배우님 연기는 항상 좋다. 볼 생각 없었는데 정말 시간이 남아서 킬링타임용으로 봤고 이걸 같이 본 극장 안 대낮 관객의 8할은 어르신들이었음.
- 20240627. 태풍클럽.
진짜 옛날 옛날 내가 기억도 안 날 때부터 들어봤던 뭔가 전설의 그 영화! 같은 느낌의 옛날 일본영화가 개봉했다.
옛날 영화는 시대보정이 필요하다지만 청춘을 그리는 방식이 지금과 사뭇 다르고 불편한 부분이 많아 보기 좀 그렇지만 그의 작법이나 이야기방식이 뒷세대에 미친 영향은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우리에게도 좋은 영화 많은데 리마스터링 되어서 이렇게 극장에 걸렸으면 좋겠다. 영상자료원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고전영화 라는 유투브 가면 리마스터링해서 화질이 좋아진 우리 영화들이 종종 올라와서 가끔씩 보고 있긴한데 또 큰 스크린으로 보는거랑은 다르니까.
- 20240627. 존 오브 인터레스트. 2회차.
처음 볼 때보다 러닝타임이 더 빠르게 지나간 느낌. 소리에 집중했던 1회차 더 많은 정보를 얻고 화면에 집중했던 2회차.
지하로 쳐박히는 회스의 뒤로 겹쳐지던 소름 끼치는 엔딩음악까지 완벽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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