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않았던 모험 활극. 은근한 로드무비. 마히토와 신나게 이세계를 누비다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버렸다. 이세계에서 그 안의 사람들과 동물들을 만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정말 중요한 누군가를 만나는 이야기. 막 스펙터클하고 박진감 넘치는건 아니지만 모험극으로서의 재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나는 너무 좋았다.
미야자키 하야오 할아버지가 자신의 영광스러운 시간들을 모두 보낸 후, 나는 이렇게 저렇게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살았었다고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조리 쏟아붓는다.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후, 우리 뒤에 서서 온마음을 다해 엄청난 박수를 보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답을 구하지 않는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고 말이다.
엔딩 크레딧에 울려퍼지던 요네즈 켄시의 '지구본'까지 엔딩의 여운을 담아 우리를 토닥여 주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보던 지브리 감성과는 좀 다를 수 있지만 부분부분 뜯어보면 결국 하야오 할배가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이야기의 총합인 작품 같았다. 어느 작품의 어느 부분과도 같지 않지만 모든 작품의 모든 부분과도 닮아있어서 지금껀 내가 봤던 지브리 영화들이 마히토의 여정과 함께 머릿속에서 휘리릭 지나가는 기시감이 들었으니까.
하야오 할아버지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해서 더 두근거리며 기다려서 여행의 일정을 바꿔가면서까지 영화를 보고 온건데 시간이 아깝지 않았고 너무 뿌듯했다. 물론 내 일어가 짧아서 100% 다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언어를 넘어 느껴지는 이야기 장인의 진심이 담겨있어서 괜찮았을지도. - 하지만 하야오 할아버지는 은퇴선언을 반복하고 다시 열정적으로 작품을 만들기로 하셨다지, 그럼 이 이야기는 왜 만들기로 하셨나요???
한국에서 개봉하면 좀 더 큰 스크린에서 한 번 더 보고 싶다. 토호시네마 일반관에서 봤는데도 작화가 엄청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화질이 더 좋은 스크린에서 보면 말 그대로 눈호강할것 같으니 말이다. 그리고 진짜로 마지막 작품이 아니기를 바란다. 하야오 할아버지 꼭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꼭 나고야에 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지브리파크! 꼭 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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