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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순간은 단지 몇 시간동안 지속되었을 뿐이다. 나는 그가 도착하기 직전에 시계를 풀어놓고 그 사람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차지 않았다. 반면에 그는 언제나 시계를 차고 있었다. 그리고 난 머지않아 그 사람이 조심스레 시계를 훔쳐볼 시간이 다가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얼음을 가지러 부엌에 들어가서 문 위에 걸려 있는 벽시계를 쳐다보며 "두 시간밖에 남지 않았어" "이제 한 시간......" 혹은 "한 시간 후면 저 사람은 가고 나만 혼자 남게 되겠지" 하는 말들을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문득 "도대체 현재란 어디에 있는 걸까?" 하고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그 사람은 천천히 옷을 입으며 떠날 준비를 했다. 나는 그 사람이 와이셔츠의 단추를 채우고, 양말을 신고, 팬티와 바지를 입고 나서 넥타이를 매기 위해 거울 앞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 재킷만 걸치면 저 사람은 떠나겠지. 나는 나를 관통하여 지나가는 시간 속에 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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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광기와 같은 집착이 서려있는 사랑 또는 한 남자에 대한 지극히 단순하지만 지독한 열정이 부럽다.
사랑이 끝나면 열정도 사그라드는 걸까, 열정이 옅어져가기에 사랑이 끝나는 걸까..
나는 사치를 누리고 사는 사람.
사랑과 열정이 지나간 자리엔 한 때엔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흔적만이 남아 버린듯 하다.
그런 사치라면, 필요 이상의 지나침이 난 반갑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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