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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기 자신을 위해 울었다.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것이 자신을 지키는 조금의 위안인 것 같았다. 그녀는 알몸인 채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 막 20대 중반을 벗어난 것뿐인데, 삶이 뭔가 순탄하게 흘러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연민이 이렀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그녀는 자기를 위해 조금 서럽게 울었다. 자신이 조금 불쌍하게 느껴져서 눈물이 쏟아졌다. 눈물이 계속 흘러 입술을 물었다. 인생을 그려가는 게 자기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신경질이 일었다. 울면서도 자기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느낄 수 있었다. 조금은 그래도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모든 것을 다 갖고 싶었다. 그녀는 모든 것이 아무 문제없이 흘러가길 원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는 울고 있는 자기의 모습을 보면서 더 이기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누구에게도 냉정해지겠다고 다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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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현은 사랑에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자기의 행복을 합리화하는 것도 분에 넘치는 일이었고,잘못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추함을 처음, 정면으로 응시했다. 살면서 그는 한 번도 자기 자신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삶에 자신있었고, 자기의 행동이나 말에 당위성을 가지고 있었다. 억지였다. 그가 공민지에게 행한 행동이 별나거나,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기에 그 충격은 컸다. 어쩌면 그런 행동은 그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나, 처음으로 그 행동이 더럽고 추잡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삶 전체가 추하고, 더럽고, 주접스러운 것이 되었다. 위로하고 위안을 주는 사람에게 돌려준 수치심은 온전하게 자신에게 돌아왔다. 살면서 자신에게 왜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는지 그는 깨달았다. 자기가 왜 혼자일 수 밖에 없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
알싸한 향만을 남기고 기화되어 종내에는 자취없이 사라지는 나프탈렌처럼
인간의 욕망과 이성, 삶에 대한 감흥은 모두 언젠가 실체없이 소멸된다.
백가흠 작가의 첫 장편소설 <나프탈렌>
늙음과 젊음. 돈과 욕망. 이성과 모성. 현재를 영위하는 삶.
조용한 서술로 철학적 문제를 살짝살짝 이야기 한다.
아니, 전혀 철학적이지 않은데 나 혼자만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해 준다.
늙은 교수도, 젊은 조교도 아픈 딸도 그녀를 위한 삶을 살고있는 엄마도,
옛 애인을 만나 모텔로 향하는 남편과 그런 남자를 떠나는 아내, 떠나온 아내를 위해 불법을 자행하는 남편,
이야기 안에는 제각각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삶 속의 결여만을 자각한다. 고민하며 생각한다.
그렇게 삶은 죽음으로, 또 다른 탄생으로 끝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돌듯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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