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파트 소독이 있어서 조조영화는 못 보고
그 다음타임으로 <노무현입니다>를 보고왔다.
나는 처음엔 노무현지지자가 아니었다. 투표 때도 난 노무현을 찍지 않았다.
그 땐 노무현을 잘 몰랐으니까.
(참고로 이회창도 절대 아니다. 설마...)
내가 노무현이란 사람이 대통령이란걸 인식하게 된 계기는
그 문제 많았던 검새사들과의 대화였던것 같다.
저런 모욕에 가까운 자리에서도 그는 이성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 모습부터 나는 하나하나 노무현이란 사람이 지금껏 걸어온 길을 알아봤다.
사람들이 왜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는지, 그가 지금 어떻게 대통령이 된건지 그의 발자취들을 이해해갔다.
그리고 정말 처음 보는 대통령 탄핵 사건이 일어났다.
그래도 나는 항상 그가 좋은 대통령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너무 일들을 잘 하고 있기에, 반대편 진영에서는 정말 꼴보기 싫었을거란 생각과 함께.
그가 퇴임 후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쌀농사를 짓는다고 했을 때 왠지 노무현답다란 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대통령의 자리에 있을 때도 그 다웠지만, 밀짚모자를 쓰고 논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은 더 행복해보였다.
그 후, 언론에서는 매일같이 그와 그의 가족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나는 그 때 어린아이를 기르고 있던 시점이라 자세히 그 모든것들을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모두가 똑같이 이야기하고,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정말 혹여 일말의 문제라도 있는건 아닐까.
내가 노무현에게 가지고 있는 부채감은 그 당시 내가 가졌던 이 생각에서 시작한다.
모든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니, 본인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문제와 책임이 있는것 아닌가.
무지해서 단순하게 가졌었던 이런 생각.
난 여전히 2009년 5월 23일을 기억한다.
나의 무지를 탓하며, 그 이후 몰아닥친 암흑같은 시간들을 자책하며 그 날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흘러 우리는 또 다른 시작 지점의 2017년의 5월 23일을 보냈다.
한 번 겪어봤기에 이제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무엇을 똑바로 바라봐야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이 영화를 보고, 우리가 외롭게 놔둔 노무현을 생각하며
내가 할 일이 뭔지 더욱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다짐했다.
영화는 재밌었다.
다큐멘터리 특유의 건조함은 그대로 간직하며
수많은 사람들과 그 당시 노무현을 교차로 편집하며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같이 들려준다.
때로는 웃음도 나오고, 한 편으로는 같이 눈물이 나고..
영화관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울고 웃으며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고났는데 너무 맥주가 마시고 싶었다.
그냥 이 모든 감정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타는 목에 맥주 한 잔 털어넣고 싶었다.
서면에서 버스를 타고 카페 초량 1941로.
오늘따라 날도 너무 좋아 밖에 자리를 잡고 맥주 마셨다.
맥주는 너무 맛있었고, 감자튀김도 맛있었고, 흑맥주는 더더욱 맛있었다.
낮 2시에 혼자 가서 한시간도 넘게 음악들으며 하늘보고 감자튀김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영화보고 참 슬펐는데, 그래도 정말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는 2017년을 살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민주당에 당원으로 가입했다.
선거가 끝난 후 한참 고민했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의미있는 일이 그런건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그래서 기분이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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