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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벰버 레인. 이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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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앙 2014. 5. 3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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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은? 준희는 어디에 누구와 함께 있는 것일까. 여전히 청담동 그 아파트에서 종우와 그의 딸 보미와 함께 있는 것일까, 아니라면 홍대 그 작은방에서 미치도록 가슴쥐어 뜯는 그리움의 희준과 함께 있는 것일까...... 솔직히 말해서 현재의 준희가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한지 아닌지 난 잘 모르겠다.
난 그것에 크게 연연해 하고 싶지가 않다.

 

 

 P.14-15
그런데 도대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
.
그래, 사랑.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사랑을 했어. 끝났으되 끝난 적이 없고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루어진 사랑을. 그것만은 분명해.

 

내가 항상 생각하는 말 중 하나인데, 인생은 타이밍이다. 사랑 또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이야기들 하는 인연, 그런 인연을 만드는 것도 순간의 마법같다. 준희에겐 선택의 타이밍이 있었다.
3년을 만난, 밋밋하지만 조건은 좋은 괜찮은 결혼 상대의 남자 종우. 한달을 만난, 4살이나 어리지만 10년전 자신의 모습을 짝사랑의 대상이라 거침없이 말하며 불타오르는 남자 희준.

 

 

 P.141-142
나는 예감했다. 그를 다시 만나리라. 이토록 강렬한 타오름을 막을 도리가 없을테니까.

연인들이 왜 부모를 버리고, 비난을 무릅쓰고, 목숨을 걸고 사랑을 택하는지 그제야 이해했다.

 

준희의 첫번째 선택은 평생 모른 채 살 것 같았던 뜨거운 사랑을 알게 해주었지만, 곧 다시 맞딱드린 두번째 선택은 결국 모든것을 처음으로 되돌려 버리고 말았다. 그 선택의 모든 것은 준희의 몫이었다.

 

 

P.161
"나는 너를 놓지 못한다. 그러니 기다릴 수 밖에 없다." - 종우


그리고 1년 후. 준희는 희준을 만난다. 차가운 11월, 그리고 내리는 비.
여전한 무모하고도 겉잡을 수 없는 열정에 휩쌓인 둘. 한달에 단 몇일 뿐인 비가 내리는 날, 그 방에서의 만남. 그리고 다시 1년. 또 1년. 매해 11월의 비오는 날이 되면 그 순간만큼은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강렬함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둘 뿐이었다.

 

 

P.202
아주 오래오래 너와 함께 하고 싶어.
아주 오래오래.
오래오래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난 철저히 준희의 입장이었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가정하며, 독자인 '나'인 동시에 화자인'준희'가 되어보았다.
사랑과 이상. 현실과 실재. 충분히 손가락 질 받을만 하고,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되돌릴 수 없는 사랑을 해버린 그녀이지만, 난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찌보면 이기적인 남자들 사이의 그녀. 두 남자 모두 그녀를 기다린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보다는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한다. 나는 너를 이렇게 사랑한다. 나는 너를 이렇게 필요로 한다. 그래서 나는 너를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돌아오라고 너에게 강요하진 않는다.
모든것은 너에게 달렸다. 너의 선택일 뿐이다. 철저하게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는 이기적인 두 남자.

사랑과 열정을 쫓았지만 결국은 현실적인 선택했음에도 또 다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 그녀. 준희와 종우, 준희와 희준. 세 남녀의 사랑은, 지금의 인생은 어디쯤에서 결론이 날 수 있을까. 결론이란게 있기는 한 걸까. 이 복잡한 상황에서 두 남자는 다시 그녀에게 선택권을 넘겨버린다. 모든 책임은 그녀에게 있다는 양 말이다.


남자 작가가 쓰는 여자의 이야기. 분명 한계가 있을 법한데 느껴지지 않는다.
로맨스 소설을 쓰는 성의 분류가 여자인 작가들 보다 더 어쩌면 준희의 마음 이야기하기에 섬세하다. 가끔은 나도 알기 힘든 여자들의 이야기들을 서슴없이 내뱉어 놓았다. 준희의 친구 연이의 입을 빌려, 준희의 생각을 빌려 작가가 내 놓은 그 생각들은 여자인 나의 공감을 얻어내기에 충분했다.


끊임없이 생각하며 글자들을 읽어 내려간다. 책을 읽는 동시에 페이지들 사이사이 곁들여 나오는 사진들을 음미하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또는 길 가는 연인들의 모습을 눈 여겨 보는 행인이 된 듯, 세 남녀의 모습이 떠올렸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사랑이 과연 뭘까.
사랑이 무엇이길래 수 많은 선택의 기회앞에서 인간을 망설이게 하는 것일까.

사랑. 중간이 없는 온도. 뜨겁거나, 차갑거나.. 열정이 앞서거나 욕망이 앞서거나..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모르겠다.

 

 

P. 356
어쩌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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