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정확히 한 달 전에 완독했다. 책을 다 읽기까지는 일주일이 걸렸고, 책을 읽으면서 나는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리고 한달동안 내 머리맡에 놓여져 있었고, 이번주 '빨간책방'에 이 책 제목이 보이길래 다시 쉬엄쉬엄 들춰보기 시작했다.
1999년 일어났던 콜롬바인 총기 난사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고등학교 아이들 둘이 총을 들고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들어가 자신을 왕따시킨 사람을 포함해 여러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쏴 죽인 엄청난 사건. 이 사건 이후 많은 총기 난사사건들이 일어났고, 그 중에는 한국계 미국인이 관련된 사건도 있었었고. 내가 아는건 딱 여기까지. 워낙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닌지라, 사건의 개요만 간략하게 알고있는 채로, 뭐가 사실이었는지 딱히 찾아보지 않고 살아갔을 것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말이다.
범인 중 한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인 수는, 내가 묻고 싶은 말을, 끊임없이 되뇌인다.
어떻게 그걸 몰랐을까. 그래도 부모인데. 아이를 기른 엄마인데, 어떻게 몰랐을까.
하지만 다 읽고 난 후, 나는, '어떻게든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나라면 과연 알 수 있었을까.
사춘기와 성년의 과도기에 위태롭게 서 있는 아이의 지금을, 숨기려면 철저하게 숨길 수 있고, 물론 나도 숨겨본 적이 있고, 그렇게 부모에게 감쪽같이 감춘 후 성공적인 채로 어른이 된 나를 반추해 본다면, 과연 나는 알 수 있었을까. 아니, 굳이 그 때로 돌아가 되묻지 않아도 된다. 이제 곧 틴에이저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로 진입하는 내 아이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알고 있으며, 또 알게 될 것이며, 모든것을 안다는 것이 가능할까.
이 책을 보고나니 '러덜리스' 라는 영화가 다시금 생각난다.
어떤 사건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가해자의 가족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사람들 비난의 화살이 그 가족들에게까지 전가되는 현실을 모르기도 했거니와, 가해자와 가족들은 별개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르게 다가온다.
범인은 미성년이고, 엄연한 부모가 존재하고, 평범한 가족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진 어떤 날의 추억이 될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희생자가 생겨났고, 많은 부모들의 자식이 죽었으며, 세월이 지나도 그 아픔은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죽은 자식들 중에는 가해자도 포함되어 있으며, 한 번도 그 가해자들의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어느날 내 아이가 죽었다. 그것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른건, 자살하기 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가해자의 엄마이기 때문에, 그 슬픔이 잘못됐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나 역시 자식이 죽은건 마찬가지이고, 더더군다나 자살로 생을 끝마쳤는데.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아픔은 마찬가지일 것이고, 나는 엄마로서 그 순간에 대한 끊임없는 자책과 후회를 놓지 못할 것이다. 똑같은 아픔과 슬픔이 존재한다. 내 아이의 죽음은, 다른 아이들의 '죽음'과 다르지 않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아픔과 슬픔으로 아이의 죄가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피해자들의 고통이 옅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모든것들이 내 머릿속에서 충돌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아이는 너무나도 큰 잘못을 저질렀고, 또한 죽었으며, 나는 내 이름이 아닌 어떤 사건의 가해자의 엄마가 되었으며 아이의 죽음을 애도할 틈도 없이 비난을 감수해내야 했고, 세월이 흘러 왜 나는 알지 못했을까의 자책과 그렇다면 왜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에 대한 의문과 그 사이 몰랐던 아이의 모든 진실을 알아버린 후, 그 모든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게 아이를 기른 엄마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내 슬픔 안에서 그 어떤 책임을 어떻게 다 지고 나갈 수 있는지..
나도 한 아이의 엄마로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끊임없는 의문과 한탄, 그리고 수많은 가정들을 하며 차마 어떤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수 클리볼드는 너무나도 용감하게 나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17년이나 지났지만 전혀 옅어지지 않았을 아픔과 슬픔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이 글로 절대 가해자였던 아이를 대변하거나, 그로인해 고통받은 자신의 시간들을 토로하지 않는다. 상당히 감정을 절제하며 아이를 기르는 사람들에게 내 아이를 돌아보는 법에 대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
그녀는 여전히, 책 속에서 자신이 이야기한 모든 의문에 대한 답변을 지금까지 찾아왔고, 앞으로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한다.
책을 한 번 더 천천히 읽은 후, 빨간책방을 들어야겠다.
여전히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나의 마음들이 정리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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