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개학 기념으로 신나게 본 금요일의 영화 2편.
최악의 하루. Worst Woman. 2016.
한 남자의 이야기와 한 여자의 이야기가 수미쌍관을 이루는 영화.
마치 중괄호(은희의 이야기)를 감싸고 있는 대괄호(료헤이의 이야기)처럼.
은희가 하룻동안 만난 세 남자의 이야기들로 채워진 최악의 하루.
이 최악의 하루는 은희에게도 그렇고 료헤이에게도 마찬가지인것 처럼 보여진다.
근데 나는 왜 이 모든게 료헤이의 소설처럼 보이는 걸까.
료헤이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영화의 시작과 료헤이가 해피엔딩이라 못밖는 이야기의 끝.
시작의 독백 내용을 다시 곱씹어 생각하며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면
역시 이건 료헤이의 소설이야. 란 혼자만의 결론이 자꾸 맴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은희가 남산에서 만난 세 남자.
이 이야기의 끝에서 이야기하는 료헤이의 해피엔딩은 현실의 은희가 아니라
자신이 쓴 소설의 주인공 - 어쩌면 은희 - 를 위해 해피엔딩을 단언하는 것 같았다.
중간 기자와의 인터뷰도 마치 계속 허상처럼 느껴졌고, 그 안의 질문들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질문처럼 보였으니.
인물들을 위기에 넣어 휘져어 버리고는 결국은 이전과 다른 해피엔딩을 만들어 내어
자신의 질문에 대해 이번은 다르다고 답한것 처럼 보였다.
게다가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
은희도 현오도 운철도.
서로서로에게 거짓말을 하지만 료헤이만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두 남자에게는 끊임없던 거짓말을 늘어놓던 은희도 료헤이 앞에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결국 료헤이 앞에서의 은희의 속 마음은 료헤이가 창조해 낸 이야기이니 거짓말이 없는 건 아닐까.
아, 보는 도중에 갑자기 '우리 선희'의 찌질이 꽃다발들도 생각났다.
선희를 향한 찌질한 그 세 남자.
(사실, 현실을 알고는 좀... 그랬던 그 세 남자.)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다, 이 영화.
러블리하고 귀여운 한예리씨 보는 재미 + 서촌의 골목들과 남산의 녹음 짙은 산책로가 그려진 아름다운 배경들 만으로도
충분히 한 번 더 볼 의미가 있는듯하다.
아가씨 확장판. The Handmaiden Expanded version. 2016.
확장판 보고 '아가씨각본' 읽을 걸. 조금 후회했다.
극장 개봉할 줄 몰랐지. DVD 살 생각만 하고 있었지 ㅡ_ㅡ;;;
우선 '아가씨' 원래 영화버전에 비해 시간이 늘어났고
편집이 좀 달라졌고
곳곳에 안 보여졌던 숨겨진 이야기들이 생겨났다.
편집은 원래 버전이 좀 더 매끄러웠지만
인물들의 감정은 오히려 확장판에서 더 읽기 쉬웠다.
중간중간 편집된 장면들 중 재밌었던 장면이 많아서
아무래도 분위기상 잘라내야하지 않았을까 하는 장면이 꽤 있었다.
예를 들면 백작의 옆돌기 같은 그런거.
(각본 보고 가장 기대하던 장면이었고,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장면! ㅋㅋㅋㅋ)
이것도 한 번 더 보고 싶다!
개학맞이 영화 두 편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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