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내전.탈레반.무자헤딘.이슬람.부르카.오사마빈라덴.911테러.여행금지국가. 내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것.
천개의 찬란한 태양. 아주 유명한 책. 알고는 있었지만 분명 힘든 내용임을 알았기에 의도적으로 읽지 않으려 했던 그 책. 하지만 결국 난 마리암과 라일라를 만났고, 역사와 전쟁의 소용돌이에 갇힐 수 밖에 없었던 두 여자의 치열한 삶을 읽었다.
마리암.
돈많은 생부 잘릴. 그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어머니 나나. 그 사이에서 태어난 하라미(사생아). 열 다섯살이 될 때까지 생부와는 일주일에 한번의 만남을 가졌을 뿐 더 이상의 인정은 없었다. 이제 알것 다 아는 나이가 되어, 2Km를 걸어 생부를 처음으로 찾아간 그날. 그녀는 확실한 생부의 외면을 받았고, 인생의 전부였던 어머니를 잃는다. 생면부지의 고아가 된 그녀를 부담스러워 했던 생부와 그의 처들은 그녀를 서른살이나 많은 홀아비에게 시집보낸다. 마흔다섯의 라시드는 오로지 아들을 얻기위해 마리암을 카불로 데려와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마리함을 대한다. 하지만 마리암의 거듭되는 유산과 그에따른 라시드의 잔인한 폭력으로 인해 마리암의 삶은 피폐해져 간다.
라일라.
지뢰를 밟아 의족을 타고다니는 2살많은 동네 소년 타리크를 마음에 담은 작은 소녀. 그녀의 두 오빠는 소련군에 대항하는 지하드(성전)으로 인해 전사하고, 교사였던 아버지는 소련군의 침공으로 직장을 잃었다. 어머니는 두 아들을 잃은 상실감에 무력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공부도 곧잘 했던 그녀는 아버지의 사랑속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신여성을 꿈꾸며 성장해간다.
하지만 열넷의 라일라에게 닥치는 시련들. 아프간의 내전으로 인해 친구들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하고, 자신을 지켜주며 사랑하던 타리크도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파키스탄으로 간다.
그 이후 몇달 더 카불에서 버티던 라일라의 가족도 마침내 피난을 결정하지만, 피난가려던 당일 로켓 폭격으로 인해 라일라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를 잃고 혼자 남는다. 타리크를 찾아 파키스탄으로 떠나려 마음먹은 그녀에게 전해지는 타리크의 죽음. 그리고 타리크가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뱃속의 아이. 결국 열넷의 라일라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구해준 예순이 훨씬 넘은 라시드의 두번째 부인이 되기로 한다.
이렇게 기구한 운명의 두 여인이 한 가족으로 묶인다. 이미 서른다섯이 되어버린 마리암과 그녀의 딸 처럼 보이는 라일라. 처음에 마리암은 적대감을 갖고 라일라를 대하지만, 그녀가 낳는 딸 아지자에게 모성애를 느끼고, 라시드의 위협으로 인해 라일라와 한 마음이 되면서 두 여자는 믿고 의지하는 사이가 된다.
그냥 아프가니스탄에 살았던 두 여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유산을 간직하고 있던 아프가니스탄 이란 나라. 소련의 침공으로 자유를 잃었고, 다시 찾은 자유는 독립을 쟁취하려 했던 무자헤딘의 분열로 인해 허무하게 사라졌다. 내전이라는 이름으로 수 많은 사상자가 나왔고, 결국 탈레반 세력이 나라를 장악하며 이슬람의 이름으로 여자들에게 부여된 자유와 기회를 박탈했다.
치열했던 내전. 표면적으로는 끝나보이는 전쟁. 그리고 그 후 그 나라를 지켜주겠다는 명목으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다른나라의 군인들. 그들을 위협하기 위해 세계 곧곧에서 자행되고 있는 테러들...... 이 모든것은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역사의 흐름속에서 두 여인은 그들의 삶을 살아간다. 부르카에 갇힌 답답한 시야 였지만, 내전으로 인한 폭격도, 남자의 폭력앞에 희생되어야 했던 여인의 삶도, 사생아를 낳아가면서까지 지켜야 했던 아이에 대한 사랑도, 누구하나 손 내 밀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마리암과 라일라는 둘의 손을 맞잡고 그녀들의 삶을 살아낼 뿐이었다.
마리암과 라일라. 그녀들이 했던 마지막 선택. 그것은 둘 다 여인이기에 가능했을 선택이었다. 마리암은 자신보다 스무살이나 어린 라일라만은 지키기 위해, 그래서 자신은 이루지 못했던 빛을 가진 삶을 라일라가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최선의 선택이었다.
파키스탄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지낼수 있었던 라일라의 마지막 선택은 그래도 그들의 고향 아프가니스탄 카불로 돌아오는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꿈꿀수 있었던 것처럼, 마리암이 남겨주고 간 희망의 빛을 지키기 위해 그녀만의 치열한 삶을 다시 시작한다. 그렇게 내일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지구 어느곳에서나 여성은 약자이다. 종교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할례의식, 매춘, 에이즈, 명예살인...... 하지만 그래도 여자는 강하다.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마리암도 라일라도 여성의 삶이었지만, 어머니라는 이름 앞에서는 한없이 강한 여인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그녀들의 삶이 있기에 아프가니스탄 뿐만 아니라 여성이 약자가 되는 세계 여러나라에서도 희망의 싹은 분명 자라고 있을 터이다.
이제 나에게 아프가니스탄은 무분별한 테러와 내전으로 얼룩진 나라가 아니라, 마리암과 라일라와 같은 여인들이 희망의 꿈을 꿔가는 나라로 생각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이라는 온전한 나라가 지속되길, 테러를 자행하는 단체가 아닌, 살람(평화)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이슬람이라는 종교로 기억되는 때가 오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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