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의 사진전은 이전에도 몇번 있었다.
매그넘 사진전도 있었었고, 지금 라이프사진전도 하고 있고..
모두 기회가 안되서 가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벼르고 벼른 성과로 가볼 수 있게 되었다.
라이프사진전까지 연달아 봤음 좋았을텐데, 시간이 되지 않아 라이프사진전은 다음주에 가기로 했다.
솔직히 카파의 사진들은 이미 한번씩은 다 봤던 사진들이다.
사진 좀 찍는 사람치고,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과 로버트 카파 사진 한번 안들여다 본 사람은 없을테다.
매그넘 홈페이지에 CAPA라는 검색어만 쳐도 70페이지가 넘는 장수로는 500장도 넘는 사진들을 거의 볼 수 있을것이다.
그럼에도 카파전에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프린팅 된 사진을 봤을때는 분명 다른 느낌일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롤라이 이안리플렉스 카메라를 들고 군인처럼 군복을 입고 전장을 누비던 카파의 숨가쁜 사진들을
프린팅으로 봐야지만 그 순간의 급박함과 절실함이 느껴질 것 같았다.
그 기대감은 역시.. 라는 감탄으로 변했고, 1시간 반의 시간동안 160장 남짓의 사진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대단한 카파의 집념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많았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저 아쉬울 뿐이다. 슬픈 하교렐라의 현실 ㅠㅠ)
내가 좋아하는, 이번 전시회에 나온 사진 3장.
독일 저격수에게 저격당한 미군 병사의 모습.
큰 프린팅으로 보면 미처 다 발사하지 못한 쌓여있는 총알들과,
바닥에 떨어진 수많은 탄피들이 마지막까지 고군분투 하던 이 병사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만든다.
부서진 교회당.
어지러이 흐트러진 의자들, 건물의 잔해들.
정돈되지 않은 이 프레임 안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과 하늘은 정물처럼 고요하다.
특히 1943년의 이 작품은 눈물나도록 아름답다.
교회 안에 꾸며진 병원의 부상군인들을 찍은 모습인데,
배경에 보이는 교회 제단의 촛대들, 병사들을 향해 들어오는 산란된 빛줄기들, 그리고 담배연기.
지금 이 순간은 고요하지만 저 멀리서는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초조한 병사의 표정에서 잔혹한 전쟁의 한 단면이 느껴진다.
확실히 도록과 모니터로만 보던 사진과 프린팅의 차이는 너무나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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