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빌딩 숲에 태양이 잠기기 직전, 열차의 차창 너머로 보이는 불빛과 하늘빛이 딱 맞춘 듯 어우러지는 시간대.
가령 옆에서 나란히 달리는 츄오센에서 누군가와 닮은 모습을 발견했는데 상대가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소부센에 가려진 순간.
가령 텅 빈 상점가를 걷다가 문득 돌아본 보도가 가로등 불빛을 받아 한없이 뻗어 있는 모습을 훤히 드러낼 때.
누군가가 가슴 안쪽을 거머쥔 듯이 괴로워진다. 이런 감정에는 이름이 없을까 하고 번번이 생각해본다. 이런 순간이 하루에 몇 번이나 그를 찾아왔다. 그녀와 만나기 전부터 내가 이랬던가.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홀연히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걸 알기 전부터 나는 이랬던가. 앞으로도 계속 이렇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진득이 생각해봤지만 타카오는 답을 찾지 못했다.
알게 된 건 간단한 대답뿐이었다.
그 사람을 위해 구두를 만들고 싶다는 것.
그리고 말로 하면 우스워 보일 테지만 - 내가 사랑에 빠졌다는 것.
P. 134-135
애니메이션 이면에 숨겨져있던 등장인물들의 많은 이야기들.
유키노와 타카오의 다음을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즐겁게 읽었다.
신카이 마코토는 글도 잘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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