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137 - 138
"무슨 얘긴지 하나도 모르겠어."
"문하야."
형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형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형은 어째서 늘 내게 이러는 거지? 도대체 형이 내게 원하는 건 뭐야? 왜 형은 늘 그렇게 앞에 가 있지? 형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거야? 형은 언제나 형의 그 이사한 말들과 더불어 다른 세상에 있어. 왜 그래야 해? 응?
"운명은 말이지. 전혀 소란스럽게 찾아오질 않아. 깊은 밤도적처럼 밀려온다. 만약 세상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면, 그건 운명이 아니다. 우리가 심각하게 뒤돌아봐야 할 것들은 낙엽 떨어지는 소리로 온다. 그러니 흔들리지 마. 알겠니?"
"모르겠어!"
형은 화난 듯한 내 표정을 향해 빙긋 웃었다.
"그럼, 운명이 아니래두."
그러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층계를 터벅터벅 올라가고 있었다. 늘 그랬듯이, 나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예언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오는 날, 2년만에 다시 만난, 스물 여섯의 이응준이 써 내려간, 읽고 또 읽어도 나에게, 결국은 슬픈 글.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