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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와 죽을 때.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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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앙 2015. 2. 7.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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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간 책 한 권을 읽었다.

 

이틀동안 반절정도 읽고, 오늘 밤에 마저 끝내고 가뿐한 마음으로 자려 했는데,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오던 잠이 다 달아나버렸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엔딩.

 

인간 존엄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일은 과연 옳은 일일까 그른 일일까. 옳은 일이라면, 수 많은 가치를 뒤흔들어 놓은 전쟁이라는

모순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차마 총구를 겨누지 못한 그의 삶은 지켜졌어야 할테고, 만약 잘못된 일이었다 하더라도, 전쟁의 공범들

로 가담한 수많은 군인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이 되어버리는 것도 괜찮은 일은 아닐것이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그리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갈 집조차 잃어버린 그래버의 뒤를 좇으며 그의 신념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 주었다.

 

전쟁의 참상 안에서도 가족을 찾는 사람들. 게슈타포에 가담하고 친위대가 되어 현재의 안위를 찾는 사람들. 정의와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굳건한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습으로 무너져버린 집을 보며, 우리는 피해자라 울부짖는 사

람들. 안전한 병원에 있지만, 신체의 일부가 절단되어 미래의 희망을 놓은 병사들. 전우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일이 무덤덤한 일상처

럼 되어버린 군인들. 희망과 절망이 수없이 교차하는 전쟁통속에서 진지한 그의 고민들은 신념만큼, 힘들지만 훌륭한 결론을 얻을것

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분명 옳은 것이라 믿었던 그래버의 신념이 산산조각처럼 깨지던 순간.

그가 빌링이나 폴만선생님, 엘리자베스와 나눴던 모든 대화들이 갑자기 허상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끝도 없는 혼란 속에 빠져든 기분이 되어버렸다.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직접 전쟁을 겪었던 레마르크의 생생한 묘사들을 처음부터 다시 되새겨 보니, 시작부터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르는 결론으로 향하기

위해 수 많은 장치를 덫처럼 설치해 놓고 덫 위에는 그래버가 엘리자베스에게 얻었던 사랑이라는 순간의 평온함으로 잘 위장해서 마

지막에 내가 그 덫을 밟기를 유유자적 기다린, 그래서 결국 그 덫을 밟는 순간 그래버는 물론이고 나의 믿음까지도 책 한 권을 읽는

내내, 치열하게 고민했던 결론들이 결국은 허울좋은 자기기만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비웃는 것 같았다.

 

다만 그 조롱을 느꼈던 순간이, 그래버가 슈타인브래너에게 총을 겨눴던 순간이었는지,

그 다음 그래버가 총구를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이었는지, 깨달음의 시간 차이만 있었을 뿐이었던것 같다.

 

 

인간은 절대선과 절대악으로 양분될 수 없다는 레마르크의 시선이, 인정하기 싫지만, 결국은 가장 옳은것이었다.

익히 제목만 알고 있지만, 읽어본 적 없는 레마르크의 책들을 모두 찾아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이제는 그만 자길 노력해봐야겠다.

 

충분하지 않지만, 의심할 수도 없는 빛, 그 빛이 과연 도깨비불인지 따뜻한 램프의 불빛인지,

그래도 아직은 결론내리고 싶지는 않다.

 

 

 

 


사랑할 때와 죽을 때(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6)

저자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출판사
민음사(주) | 2010-04-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계 대전의 비극 속에서 피어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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