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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映画

by 솔앙 2014. 5. 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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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이란 역사 안에서 포토저널리즘의 진수를 보여주던 <LIFE>지는 2007년 완전 폐간되었다. 

이 영화를 본 후, 폐간되던 즈음의 LIFE지를 찾아보니 커버사진들이 모두 연예인들 사진 뿐이었다. 냉전시대가 끝난 후, 더 이상 전쟁의 긴박감을 찾아볼 수 없는 시대는 더 이상 <LIFE>지를 로버트 카파와 앙리까르띠에 브레송으로 기억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종이로 된 잡지보다 흔한 인터넷 매체들이 밀려오면서, 판매부수 급감으로 결국 종이로 나오던 잡지는 폐간되고, 지금은 인터넷으로만 서비스 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기억하는 멋진 사진들을 담은 <LIFE>지는 1972년 폐간 되었다. 그 이후로는 특별판으로, 월간지로, 주간지로 명맥만 유지한채 버텨오다 2007년 완전 폐간이 결정 되었다. 그 후, 2009년부터는 인터넷판으로 사진들이 서비스 되고 있다.)

 

(http://life.time.com/culture/walter-mitty-life-magazine-covers-that-never-were/?iid=lf%7Cmostpop#1

 지금 서비스 되고 있는 LIFE 사이트에 들어가면 들어가면 이번 영화에 대한 코멘트와 함께,  영화에서 쓰인 LIFE의 커버 14장은 영화를 위해 만들었지 실재했던 것이 아니라는 기사가 있다.)

 

 

 

 

LIFE의 마지막이 이랬다면 참 좋지 않았을까, 하는 영화였다.

 

공상하기 좋아하는 LIFE의 네거티브필름디렉터 월터 미티.

세계적인 사진작가 숀 오코넬이 보낸 필름 중 LIFE의 마지막 커버를 장식할 삶의 정수를 담은 25번 필름이 사라지면서 월터는 상상보다 더한 현실 속으로 뛰어든다. 가본 곳 없고, 해본 일 없는 월터에게 공상보다 더 스펙타클 하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진다.

 

 

남편이 보고싶다고 해서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 예매하고, 영화관에 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재밌었고, 가끔 웃음도 나왔고, 중간에 숀 오코넬이 월터에게 주려했던 25번 필름의 정체도 어느정도 짐작은 했지만, 엔딩 장면을 본 후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먼저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아들래미 챙기며 나간 남편은 잊고 극장에 그저 앉아서 혼자 펑펑 울었다.

 

 세상에는 자신의 자리에서 조용히 평범하게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참 많다. 월터도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다. 16년간 무수히 많은 필름들을 만지고, 그 사진들을 잡지에 실으면서, 사진이 갖고 있는 느낌들을 잘 구성해 낼 줄 아는 디렉터였다. 하지만 그러한 자신의 직장이 하루 아침에 없어지고, 정리해고 결정이 나면서,

월터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자 그린란드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바로 그 25번 필름을 찾기 위해서, 숀 오코넬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그 삶의 정수를 담은 필름이 무엇인지 하나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나도 모르게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가진 한 사람이 되기 전, 어렸을 때 특별했던 기억들을 끄집어 낸다.

 

월터의 공상들을 스펙터클하게 보여주었던 초반부보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의 풍경과 사람들을 보여주었던 중후반부의 영상들이 훨씬 좋았다. 그린란드에서 울려퍼졌던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가 이 여정의 시작을 알리듯 극중 여배우의 목소리와 통기타 소리로 노래가 울려퍼질 때 가장 극적으로 월터의 삶이 바뀌기 시작했던건 아닌가 싶었다. 그 노래와 순간을 결정지은 월터의 결심이 잘 어우러졌으니 말이다.

 

웃고 즐기고, 음악과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의 풍경에 심취하다 보면, 결국 월터가 찾지 않아도 되었던 것, 숀 오코넬이 월터에게 특별히 보여주고 싶었던 것, 단 한 장이지만, LIFE의 매거진의 마지막을 장식해도 손색이 없을만한 그 한 장의 감동적인 사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그렇게 끝맺음 맺지 못한 <LIFE>의 마지막은 응당 그랬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득 남는다.

 

 

 

 

영화안에서 나오는 LIFE 매거진의 모토.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To see the world, Things dangerous to come to, To see behind the walls,

To draw closer, to find each other & to feel, that is the purpose of LIFE.

 

진짜 <LIFE>지의 모토는 아니지만, 정말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은 저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저 모토를 가장 잘 나타낸 삶이 바로 월터 미티의 삶이기도 했던 것 같다.

숀 오코넬이 기다리던 눈표범이 나타났던 순간 셔터를 누르지 않고, 단지 눈표범을 뷰파인더의 프레임 안에서만 눈표범을 지켜봤던 그 순간과 피사체를 바라보는 그 이해의 시선이 그래서 숭고할 만큼 감동적이었다. 그렇기에 피사체에 다가가는 마음을 알고 있는 숀 오코넬이 찍은 마지막 커버사진이 가진 '삶의 정수'라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아날로그는 디지털에 잠식되어 버렸다. 10년전만 해도 흑백필름을 감아 손수 현상액을 부어가며 사진을 찍던 내가, 이제는 디지털의 편리함에 물들어 포토샵과 클릭 몇번으로 손쉽게 사진을 만들어 내고, 그 사진을 너무나도 간단하게 흑백사진으로 바꾸어 버린다. 그래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등장 인물들의 모습을 네거티브 필름 카메라로 찍은듯 보이는 그 모습들에, 그 모습이 그리운만큼 나는 좀 더 울고싶어 눈물이 났던 건지도 모른다.

 

실제와 상상이 뒤범벅 되었지만, 결국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들을 너무나 따스한 시선으로 가르쳐 준 이 영화. 2014년의 시작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20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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