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내내 내 옆자리에 앉은 중년의 여인은 자신과 같이 온, 이제는 머리가 하얗게 새어 버린 노인이 된 엄마의 손을 잡고 끊임없이 괜찮다라는 말을 하며 영화를 보는 내내 두 여인은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 모녀가 왜 그렇게 손을 맞잡아야만 했는지, 소리없이 새어나오는 눈물은 왜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1980년 5월의 사람들, 5월의 그 곳, 5월의 아픔은 언제까지고 잊을 수 없음은 알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영상, 배우들의 연기, 연출력, 이런 것들로 평가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11분의 엔딩 크레딧 안에 담겨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 이 영화를 스크린에 걸기까지의 과정.
이런 것들만으로도 이 영화의 의미는 충분하지 않을까.
딱 한 번. 광주에 간 적이 있었다. 지금은 번화한 금남로를 보았고, 옛 도청건물 앞을 지났고, 무등산에서 커피를 마셨고, 조선대 앞에서 밥을 먹었고, 술을 마셨다. 그리고 518묘지, 그곳에도 갔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진 그 곳에서, 스무살의 나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열 세살. 내가 충격적인 그 영상들을 보았던 나이. 그리고 알지 못하던 세상을 향해 첫 발걸음 내 딛어 많은 것들을 알아 낸 나이. 외국인 기자들도 목숨을 걸고 촬영해야 할 만큼 급박했던 그날의 영상들, 사진들. 그 이후로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오면서 수 많은 자료들을 찾아 읽었고, 모든 사진들을 찾아 보았다고 생각했다. 내 나름대로는 잘 알고 있다고 믿었었는데, 그 곳에 선 순간, 많은 이들의 이름과, 이름조차 없는 무덤 앞을 바라본 순간, 어른이 된 줄 알았던 스무살의 나는 그런 자만이 한낱 보잘 것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에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었다.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많은 발걸음들 아래 켜켜이 묻혀 있는 슬픔들이 모두 솟구쳐 일순간 나를 흠뻑 젖게 만들어 버린 기분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의 분노를 지켜 보며, 아직도 사과할 줄 모르는 그 사람을 바라보며, 내가 스무살 때 발걸음 했던 그곳을 너무나도 다시 가고 싶어졌다. 가서 그들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졌다.
분명 우리나라 안에서 일어났었지만, 오히려 우리는 몰랐던 일.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고통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그 사람.
그리고 그들이 흘린, 마르지도 못하는 피의 가치 안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을 주는 영화였다. 아직 이 일에 대해 잘 모른다면,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면, 특히 우리나라의 미래 안에서 살아갈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봐야만 하는 영화가 아닐까...
201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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