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G~ 민!!!
그 상자와 물건들을 에드에게 버리고 간다고 해서 기억이 지워질 수 있다면, 추억들을 다 에드에게 떠넘길 수 있다면 오히려 기쁜일이 될거야.
더 참담한건 뭔지 알아? 어쩌면 평생 넌 맥주를 마실 때 마다 에드를 떠올릴지도 모르고, 식당에 들어 가 설탕통을 볼 때, 네가 커피에 각설탕 3개를 넣을 때마다 에드를 떠올리게 될지도 몰라. 그 물건들이 네 곁을 떠나면서 너의 기억을 모조리 가져가 버리지 않는 것처럼, 넌 시시 때때로 에드를 떠올리며 이 순간의 기억을 이 마음을, 그 나쁜 자식의 모든 것을 떠올리게 될거야. 내가 그랬었거든. 다 버렸다고, 이젠 잊을 만큼의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순간, 예기치 못하게 튀어 나온 어떤 한 조각이, 내가 내 손으로 부숴버린 전체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지. 손바닥 크기도 안되던 작은 조각일 뿐이었는데, 그 조각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너무나도 컸던 모양이야. 어쩌면 그런 감정을 느낄지도 모르는 네게 결코 당황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네.
민!!!! 첫사랑의 기억이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건, 살아가면서 가장 큰 교훈이 될지도 몰라. 이 한 달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첫사랑이, 그 상자 안의 자질구레 하지만 순간의 기억과 시간의 추억을 공유한 작은 조각들이, 한 달뿐인 에드와의 이야기지만 어쨌거나 사랑했던 이야기들이, 너에겐 큰 아픔과 상처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10년 후 쯤 생각하면 다 별것 아니게 될지도 몰라. 아니, 당장 내일만 하더라도 별것 아니라 생각하고 예전처럼 친구들과 웃으며 지낼 수 있을거야.
그래도 알이 운전하는 그 트럭에서 에드와 관련된 물건을 바라보며 펜의 잉크가 끝날 때까지 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네 모습이 용감해 보이면서도, 여전히 미련맞은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어. 너에게 스윗한 말을 내뱉던 그 에드라는 나쁜 자식이 도대체 너에게 무슨 짓을 한건지. 그래서 왜 둘이 헤어진건지, 그 모든 것들이 이별의 이유가 되고 있는 너의 이야기들은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 의미 가득한 물건들을 가득 담은 상자만큼은 그냥 문 앞에 버려두고 올 것이 아니라 에드, 그 자식의 면상에 던져주고 왔어야 한다는 일말의 아쉬움까지 들었다지, 난.
민, 괜찮아. 불꽃같은 사랑도 사랑이 끝나면 당연한듯 잊혀지는 마당에 첫사랑이 뭐 별거라고.. 다 털어버리고 말아!
P.74-77
I can't stop thining about you.
우리 생활에서는 겹치는 부분이 없어.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잘된 일인지 몰라.... 학교 수업이 끝나고 네 연습이 시작되기 전. 네 가 옷을 빨리 갈아입고 워밍업하는 팀 동료들을 만나러 갈 때까지 키스 한 번만 더, 그래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 한 번만, 진짜 가야겠다, 그랬었지.
이 쪽지는 언제든 터질 것 같은 시한폭탄 같았어. 평범한 생활을 못하도록 계속 날 간질였어.
이제 이걸 상자에 넣어 너에게 보내. 그런데 누가 이런 쪽지를 쓰니. 이런 쪽지를 써준 넌 대체 누구니? 이 쪽지의 단어들이 살아서 내 안에서 미친 말처럼 뛰어다녔던 거 알아? 내 마음에서 몇 번이나 폭발해 혈관에서 파편이 튀었잖아. 이걸 더이상 내 곁에 둘 수가 없어. 그래서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펴서 읽고 한번 더 울고 나서 네게 수류탄처럼 던져버릴래. 왜냐하면 나는 아직 그렇거든. 아직도 하루종일 네 생각 뿐이거든. 이 나쁜 자식아. 지금도 그렇단 말이야.
내가 남편에게 요즘 읽고 있던 책에 관해 이야기를 하던 중, 이 책 내용을 알려주었다. 남편이 라디오를 듣다가 이 책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다. 그거 어떻게 보면 꽤 어려운 책이라던데? 아.. 어렵다기 보다는, 영화감독이 꿈인 민의 이야기 중 상당부분이 영화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는데, 어떻게 이 많은 영화들 중 한 편도 본 것이 없는건지. 제 3세계 영화부터 시작해서, 상업영화 보다는 예술영화 쪽에 가까운 영화들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물론 그 영화의 내용들이, 민이 이제는 버려버린 에드와의 사랑 이야기 안에 의미를 갖고 있지만, 난 그 영화들을 크게 연관짓지 않고 영화는 영화대로, 민과 에드는 그들대로 따로 뚝 떨어트려놓고 봐서 그다지 어렵지 않게 느끼며 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 더 읽기 위해 책을 펴 든다면, 특히 민과 에드가 제목 그대로(원제는 Why we broke up 이니까..) 왜 헤어졌는지를 알게 된 후이니, 오히려 다시 읽는 내내 왠지 나는 영화들에 숨은 의미에 관해 고심할 것 같기도 하다.
전혀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었다. 간간히 나오는 삽화들을 보며 왜 이것들을 민이 다 버려버리는지 이유가 참 궁금했고, 여전히 에드를 좋아하는 마음을 담뿍 드러내는 민과, 나쁘지 않게 사랑고백을 하던 에드의 결말이 왜 이별로 치닫게 된 것인지 관심있게 책을 읽어내려갔다.
조금은 독특하고 예술적인 10대 소녀 민과 껄렁껄렁한 농구팀 주장이지만 그래도 진심은 민에게로 향해 있는 듯 보였던 에드의 결말에 나도 민과 함께 그 상자를 던져버리고 싶어졌다. 나쁜 남자 같으니라구!
상자를 비롯해, 상자 안의 물건들을 이야기하며 소재가 계속 변하니 그 흐름이 뚝뚝 끊길것 같았지만, 오히려 상관없어 보이는 물건들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뤄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매개가 된다. 곳곳에 들어간 삽화들도 좀 더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주고, 이야기의 주체인 민의 가끔은 10대 답지 않은 생각과 역시나 10대 소녀 다운 표현들이 이들의 이별에 관한 궁극적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사랑에 관한 비중이 더 무겁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이 물건들을 하나하나 수집하듯 간직하던 10대 소녀의 꿈은 상자와 함께 내동댕이 쳐졌고, 이기적인 남자의 전형이었던 에드의 사랑은 이해할 수 없는 단 한 달짜리 유효기간의 인스턴트 사랑이었을 뿐이었다.
첫번째는 조금 가볍게 읽었다면, 두번째 읽을 때는 조금 더 곱씹으면서 문장들을 자세하게 봐야 할 것 같다.
그래야지만 민의 첫사랑이 조금은 슬프지 않은 일로 기억될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는 감정이 있어.
Love,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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