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박노해'란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게 해 준 힘의 시작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저 그렇게 공부해서 좋은대학 가면 인생이 달라질까, 생각해던 그 시절.
내 친구는 나에게 시집 하나를 주었고,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고, 가장 존경하는 시인이라 이야기 해 주었다.
그 시집을 건네던 순간이 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을까.
그 이후, 세상을 보는 나의 시선도 [노동의 새벽]이라는 시집 한권만큼 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순 없지만,
적어도 그 1/10정도 만큼은 깊고 넓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중간에 만난, 가장 큰 선물같은 글.
그리고 30대가 된 나에게 그의 사진들이 또 다른 희망을 준다.
글에서 사진으로 전달하는 매개체만 달라졌을 뿐이지, 여전히 박노해란 사람은 희망을 노래하고, 사람을 이야기 한다.
전시를 보면서 잊어버릴까봐 바로 수첩을 꺼내 그 순간의 생각 한 줄을 써 두었다.
길을 잃는다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자.
평온했던 내 삶에서 어쩌먼 가장 혼란스러운 때인지도 모르는 지금.
걱정과 우울함에 하루 빨리 해결책을 찾고싶은 조급한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조용히 사진과 글귀들을 보면서, 또 다른 희망과 용기를 얻은 기분이었다.
사진 하나하나마다 덧붙여져 있는 시인의 글들.
여유를 갖고 곱씹어 봤으면 참 좋았을텐데..
시간에 쫓겨 너무 급하게 본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전시가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가보고 싶다.
우리 인생에는 각자가 진짜로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
나에게는 분명 나만의 다른 길이 있다.
그것을 잠시 잊어버렸을지언정 아주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지금 이대로 괜찮지 않을 때, 지금 이 길이 아니라는 게
분명해질 때, 바로 그때, 다른 길이 나를 찾아온다.
길을 찾아 나선 자에게만 그 길은 나를 향해 마주 걸어온다.
나는 알고 있다. 간절하게 길을 찾는 사람은 이미
그 마음속에 자신만의 별의 지도가 빛나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진정한 나를 찾아 좋은 삶 쪽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에게는 분명, 다른 길이 있다.
그이들과 함께 내 마음의 순례길을 걸어가 보자.
한 걸음 다른 길로, 한 걸음 나에게로.
- 박노해. 그 길이 나를 찾아왔다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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