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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21. 병원. 입원. 수술. 퇴원.

by 솔앙 2017. 12. 2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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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열흘, 날것의 이야기.



***



1211 예약날.


오후 첫진료 시간에 예약하고 가서 기다렸다.

솔직히 수술 안 해도 된다고, 약 먹고 누워있으면 좋아질거란 말을 기대하고 갔다.





아침도 점심도 못 먹고 나랑 같이 병원 와준 남편.

근데 나도 아침, 점심 다 못 먹었어.





진료가 끝나면 남편이랑 점심도 먹고 카페도 가고 그리고 가뿐한 마음으로 집에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레지던트 선생님이 문진을 해주고 교수님이 MRI 확인하시고는

또 똑같은 결론이 나왔다.

수술밖에 없다.

그리고 2차병원에서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세세하게 해주셨다.

MRI 상에서 4-5번 디스크가 두 번 터져있다.

모양이 눈사람처럼 두 번 터진게 보인다.

근데 처음 터진건 시간이 꽤 지난것처럼 보이고, 두번째 터진게 신경을 누르고 있다.

이건 제거해야지, 아니면 신경손상만 더할 뿐이다.


다행히 목요일에 수술 스케줄이 남으니

수요일에 입원하고 목요일에 수술하자.

원하면 친정쪽으로 올라가서 수술해도 되니 여기서 할지 결정해서 알려주길 바란다고.


하아... 방법이 없구나..

엄마한테 전화해보고, 수술하고 이후 진료까지 보려면 그냥 부산에서 수술하는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의사쌤께 수술하겠다고 하니, 온갖검사를 받고 가라고 한다.

병원을 오가며 이것저것 검사를 다 하고 났더니 3시가 넘은 시각.

게다가 나의 고질병인 부정맥 때문에 심장초음파도 해야해서 초음파비 20만원을 더 내고 화요일에 예약을 잡아놨다.


우린 아침과 점심을 뛰어 넘고 바로 저녁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



1212 심장초음파.


남편은 회사에 가야하니 나 혼자 처음으로 카카오택시를 타고 병원에 다녀왔다.

택시비가 왕복으로 2만원이나 나오니 아깝지만 어쩔 수가 없다.

상태라도 좋아야 버스를 타는데, 버스를 타기엔 내 다리가 너무 아프다.

심장초음파도 무사히 하고, 어제 한 검사들도 이상 없단 얘기를 듣고 왔다.


집에 돌아와 부랴부랴 육개장을 끓이고, 어묵볶음을 해 놓고, 밥을 잔뜩해서 얼려놓고.

일주일 동안 장씨 남자들 어떻게 생활하나 걱정되네.



***



1213 입원날.


어제 끓여놓은 육개장으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입원가방을 싸서

카카오 택시를 부른 후 셀프입원을 했다!






부정맥 때문에 내과 상담을 하고 입원수속을 하고

2인실이 없다고 해서 대기명단 작성하고  5인실에 들어왔는데, 병실도 넓고 창가자리라 그냥 2인실로 안 옮기고 계속 5인실에 있기로 하고는

짐을 풀러 정리하고, 필요한 물품도 사오고, 팟캐스트를 들으며 누워있었다.

멀쩡한 것 같았는데 이전 병원에서 줬던 약을 이틀 끊었더니 다리가 끊어질듯 아프다.

약발이었구나, 그동안 덜 아팠던게.




병실 밖 하늘이 너무 파래서 많이 슬펐던 날.



그리고 수술 전 금식을 시작한 새벽.

나는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진짜 너무너무너무 아파서 두 시간을 어찌할 수 없이 뒤척거리다 간호사 쌤께 이야기하니

담당 선생님께 오더받아 정맥라인을 잡아 몰핀을 주셨다.

이야.. 몰핀의 기운이 어찌나 느껴지던지..

몰핀 맞자마자 1분 지나니 다리가 괜찮아지고, 2분만에 잠들어 2시간을 자고 일어났는데 또 아프다.

결국 새벽 4시에 일어나 물물물물마시고싶어!! 를 마음속으로 백만번 생각했다.





1214 수술.


교수님이 아침에 수술이 잡혀 있어서 그 수술이 끝난 후 11시 정도에 수술 들어간다고 해서 물도 못 먹고 금식하며 기다리는데

12시가 넘도록 수술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전 수술이 문제가 좀 있는지 많이 늦어져 결국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수술실에 들어갔다.

나한테 긴장 풀라고 괜찮다고 말씀해 주시던 마취과쌤이 심전도 패치도 잘못 붙이고

내가 긴장했는데 왜 선생님이 이거 잘못 붙이신거냐고 농담도 하고

마스크쓰고 숨 5번 쉬고 났더니 수술이 끝났다고 한다.

정말 2시간이 부지불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오빠가 주말까지 합쳐 4일간 간병을 해 주었다.

4일간 피주머니를 달고 있어서 피주머니를 달고 있는 기간동안은 움직이질 못하니 오빠가 엄청 고생했다.

엄마 말로는, 마누라 잘못 만나 고생이라고..

엄마.. 딸은.. 수술했어;;; 사위 말고 딸 생각을 좀 해주면 안 됩니꽈;;;;;




 아름답다 내 등짝!



수술은 우선은 잘 됐다고 하나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이전에 터진 디스크가 도대체 언제부터 터져 있던건지 이미 석회화가 되어 뼈처럼 굳어졌다고..

이번에 터진건 깔끔하게 제거했는데 석회화된 부분은 뼈를 깎아내야하는 대수술이 되어야해서

그건 손대지 못하고 다시 닫았다고 한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계속 석회화된 부분이 몸 안에 폭탄처럼 남아서 괴롭힐지도 모른다며

살 빼고 운동 열심히 하라고 한다.

하아.. 살... 모든건 지방 때문이야 ㅠㅠ





***





  온 팔이 피멍 투성이 ㅠㅠ




계속 정맥주사를 통해서 약이 들어가니까 혈관들이 비명을 지른다.

내가 살이 많아서 혈관잡기가 어려운데다 안 보이는 혈관마저도 숨어있다.

거기에 계속 약이 들어가니까 혈관이 더 숨는다.

원래 한 번 바늘 찌르면 3일 쓴다는데..

나는 한 나절 쓰면 주사부위가 너무 아프고 주사약이 샌다.

그럼 또 다른데 찌르고, 혈관은 숨고..

결국 간호사 선생님들 두 손 다 들고, 정맥팀이 와서 링거 연결해준다.

양쪽 손과 팔이 온통 퉁퉁 부어있고 피멍들어있고 아... 슬프다..

동맥에서 피 좀 고만 뽑아가.. 손목 뽑힐것 같아... ㅠㅠ





***







점점 정신차리는 중.

팟캐스트 들으며 누워있는게 유일한 낙.

사실 누워있는거 말고 할 수 있는게 없음.

피주머니 빼고는 살살 걸을 수 있어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10-20분씩 운동하고

또 하염없이 누워있고.

그래도 조금씩 나아진 이후로는 가져간 아이패드로 책도 한 권 읽었다.



진짜 맛 더럽게 없는 병원밥.

김치도 맛 없음. 또르르...

게다가 서서 먹으니 더 맛없음 ㅠㅠ






***



가장 큰 과제가 남았다.

화장실!

수술한지 6일이 지났는데도 화장실을 못 가서 슬퍼하다가..

근데 생각해보면, 수술한 당일은 아무것도 안 먹고

그 다음날부터 이틀은 죽을 한 끼에 5숟가락씩 먹고

그 다음 하루 밥 먹고.. 밥도 맛이 없어서 5숟가락 내외로 먹었음 ㅋㅋㅋ

어쨌거나 간호사 쌤들이 계속 들락거리며 화장실 다녀왔냐 확인하는 통에 가긴 가야할것 같아서

두 번 힘써봤다가 실패!

오빠가 주말에 서울에서 지인들이 와서 같이 초량카페 갔다가 사온 우유를 원샷하고 신호를 기다리니

여지없이.. 행복했다.. ㅎㅎㅎㅎㅎ







***




수술하고 딱 일주일.

아침에 교수님 회진 도는데 퇴원을 못 시켜 준단다.

왜왜왜 ㅠㅠ

이 날만 기다렸는데~!

입원할 때 일주일이면 퇴원시켜준다 하셨잖아요!!

회복 속도가 남들보다 좀 느리다고 좀 더 병원에 있음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하아....


그래서 남편이 저녁에 우비를 사들고 와 샤워실에서 머리를 감겨 주었다.

와.. 일주일 머리를 안 감으면 사람 머리에서 이런 냄새가 나는구나 ㅎㅎㅎ





이제 링거 처방이 없어서 정맥라인도 다 뺐다.

아 너무 홀가분해!



그리고 팟캐스트 들으며 병원 한 바퀴 돌며 인증사진.

이제 좀 정신을 차렸단 얘기죠!






이 병원 메르스 때 완전 병원이 뒤집어져서 병원을 싹 리모델링했다.

리모델링하면서 엘리베이터 앞에 스크린도어 설치!

팔목의 바코드와 보호자 명찰의 바코드가 없으면 병동 출입을 못 한다.








***




그리고 또 다음날 회진시간.

회진시간 전에 레지던트 선생님이랑 상담 했는데

레지던트 1 선생님은 퇴원해도 괜찮을것 같은데... 교수님께 한 번 말씀해 보세요.. 라면서 나의 마음에 불을 지른다 ㅎㅎ


그래서 교수님 오셨을 때, 내가 정말 건강한걸 어필하며

집에가서 잘 누워있다 오겠다며 하소연했다.

그 와중에 눈치제로 레지던트 2가 자꾸 고개를 가로 저으며 특이케이스라.. 좀 더 병원에 있는게...

맘 속으로 ㅋㅋ 입닥쳐 레지던트 2!! 라며 소리를 질렀다 ㅋㅋㅋ


의사쌤은 내가 아이가 어린 줄 아셔서 퇴원 안 된다 하셨는데

장성한 나의 아들 나이를 들으시더니 집에가서 아무것도 하지말고 꼭 누워있다 실밥 뽑으러 오세요! 라면서 퇴원허락!!







마지막 병원밥.

와 정말 여전히 맛없어!!




여전히 잔통이 남아있고 다리저림도 남아있지만

한 번 손상된 감각신경이 다시 되돌아 오는데는 몇 달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마약성 진통제도 먹어보고, 그거보다 약한 진통제도 처방받고

근육이완제와 혈관확장제까지 몇 달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허리에 비싼 보조기도 차고 있어야한다.

밥은 여전히 서서 먹어야하고, 행동에 많은 제약이 있어 슬프다.




***





5인실이었어서 같은 병실에 좋은 아주머니, 할머니들 많으셔서 일주일이 편했고..

내 간병인도 아닌데 다른 환자들 간병인 아주머니들인데 모두 마음 써주시고 매일 과일도 챙겨주셔서

열심히 잘 먹고, 열심히 잘 운동하고 그럴 수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들도 모두 너무너무 친절해서 좀 더 빨리 나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간호사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이런 저런 일 하시는 분들 모두 다 친절했다.

물론 그 분들은 비지니스지만, 아픈 사람들에게 비지니스라도 친절함을 준다면 힘든 병원 생활이 조금은 나아지니까.




***




열흘간 날것의 이야기 끝.


하지만 나의 디스크는 끝나지 않은 폭탄.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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