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친구들과 놀러나간 일요일 오후.
우리도 산책 나갑시다.
데이트라 부르고 산책이라 쓴다.
우리집에서도 잘 보이고, 해안산책로에서도 잘 보이고, 시내로 나가는 길에서도 잘 보이는 하늘이랑 바다.
부산으로 이사와서 가장 좋은 광경.
남편, 나도 시티투어버스 타고 싶어요!
이층버스 좋아하는데~
역시 볼품없는 부산 가을은 그닥.
오늘도 어김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흰여울길 냥아치.
쿨쿨 자고 있길래 손을 만져도 보고 머리를 만져도 보고.
너무 귀찮은지 눈도 안 뜨고 반응도 없다.
엉덩이를 보니 누군가가 놓아준 사료가 한 움큼.
나는 닭가슴살이나 놓아주고 가려고 봉지를 뜯었더니
닭가슴살 냄새가 나는 순간 벌떡 일어나는 냥아치.
코는 살아있구나!
평일엔 흰여울길 지나면서 5명 이상 만나기 힘들던데, 역시 주말엔 사람이 꽤 있다.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카페.
남항시장 끝 대교동 골목에 위치한 문제없어요.
락이나 레게, 헤비메탈이 흘러나올 것 같은 인테리어와는 다르게 흘러나오는 음악은 재즈!
나랑 나이가 같은 임술년생 건물.
(1922년 임술년생은 설마 아니겠지?)
너무 맛있었던 100% 감귤주스.
숟가락은 치우지 않고 사진찍어주는 센스!
라떼 맛 감별사 수준으로 커피집가면 라떼만 마시는 남편에게도 합격점을 받은 맛있는 커피.
왠지 수줍게 숨어있는 No Problem.
어스름 해가 질 때 쯤, 조용한 불빛들이 하나씩 켜지면서 따뜻한 공간이 되어가던 문제없어요.
약 세 시간의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아이를 10년 넘게 길렀더니, 우리만의 시간이 생긴 신기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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