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혼자 있을 땐 티비를 거의 보지 않는다.
팟캐스트를 듣거나 음악을 듣거나, 조용히 책을 보거나.
그런 내가 아이 눈에도 이상하게 보일만큼 티비를 틀어놨던 날이 2014년 4월 16일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이가 기억하는 그 날의 가장 처음이 하교 후에 집에 오니 티비를 보고 있던 엄마였으니.
그리고 오늘, 나는 밤에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쪽잠을 자다 6시에 완전 눈이 떠졌고 핸드폰을 보며 있다가 아이 학교를 보내고 청소를 했다.
금요일 아침 일찍 올라온 파파이스를 보며 밥을 먹고 11시를 기다렸다.
예상보다 빠르게 끝난 판결문 낭독.
심장이 터질듯 귀를 기울이며 티비를 바라보다 결국 울어버렸다. 박수치다 울다 박수치다 또 울다.
그리고 또 계속 티비를 보고 있다.
다 엇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순간을 오래오래 같은 마음으로 기억하기 위해 채널을 돌려가며 뉴스를 본다.
오늘도 우리집엔 하루종일 티비 소리가 들릴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그 날과는 다른 의미의 티비 소리가 말이다.
우리의 역사는 항상 같은 패턴으로 반복된다.
수많은 사람들의 촛불로 오늘의 결과를 만들어냈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늘은 박수치고 즐거워하지만, 우리는 긴장을 늦추지 말고 내일을 준비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여러번 겪어온 우리의 역사가 이번에도 다시 한 번 되풀이 될 수도 있다.
한 번 더 잊지 않아야할 날짜가 늘어났지만,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오늘을 기억한다.
나중에 아이가 어른이 되고, 혹은 내가 할머니가 되면, 아이들에게 오늘을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이 순간의 자랑스러운 마음을 꼭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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