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탄생 100주년. 서거 71주기.
그를 그린 첫번째 영화.
'동주'의 시나리오가 신연식 감독의 작품이라고 했을 때부터 너무나도 기대하며 기다렸던 영화.
다 보고나니, 개인적으로 '러시안 소설'의 앞 부분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나로서는 과연 신연식 감독이 연출까지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조금의 궁금함이 남는다. 물론 이준익 감독의 연출도 좋긴 했지만, 이준익표 영화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과잉이 이번 영화에서도 살짝 느껴졌다. 한껏 꾹꾹 눌러담아 이미 꽉 차 있음에도 계속 더 담아야한다는 의무감. 그렇게 많은 것들을 보여주며 이야기 해주고싶은 감독의 마음들이 보였기에 이 영화에 대해 얼마나 많은 애착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과연 신연식 감독 연출이었다면, '러시안 소설'처럼 내가 원했던 흑백과 조합된 여백들이 보였을까 궁금해하며 영화를 봤다.
사진에서 보던 윤동주처럼 선하지 않은 느낌의 얼굴에, 너무 카랑카랑해서 묘하게 거슬린다 생각했던 목소리까지 가진 강하늘 배우는, 극중 반짝이던 10대의 윤동주가 경성으로 향하고 결국은 히라누마도주가 되어 동경을 거쳐 후쿠오카 형무소 안에서의 죽음으로 향해가는 동안 나에게 강하늘이 아닌 윤동주가 되었고, 그의 목소리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윤동주를 나타내는 시어 하나하나에 겹겹의 무게감을 더하며 마지막까지 영화를 채워준다.
나에게는 윤동주의 사촌으로만 기억되고 있는 송몽규. 윤동주와 같은 별을 꿈꾸며, 그와는 다른 길을 걸었지만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친 절망으로 끝내 반짝이지 못한 미완의 독립운동이 되어버린, 그 시대의 또다른 아픔을 간직한 청춘 송몽규의 모습은 윤동주의 시선이 만들어낸 시어들과 더불어 박정민이라는 배우의 눈빛, 표정, 목소리, 말투를 통해 한 올 한 올 절대 잊혀지지 않을 인물로 되살아난다.
그리고 영화 내내, 이 둘과 대적하는 씬스틸러 김인우 배우. 명분을 위해 두 청춘을 굴복시키며 끊임없이 자신들의 정당함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실체없는 궤변에 불과한 군국주의의 민낯을 외면하며 광기어린 눈빛으로 영화의 흐름 안에서 끊임없는 긴장감을 심어준다.
일제 강점기 배경의 영화들에게서 볼 수 있는 흔한 독립 운동 이야기가 아니라, 그 어수선한 시절에도 삶과 시대에 대해 끊임없이 방황하고 고민하는 청춘의 모습 안에서 목표는 서로 같지만 결국은 완전히 다른 길로 달려가는 윤동주와 송몽규의 모습이 끊임없이 교차되며, 그 어떤 쪽이 더 옳은건지 섣불리 그들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각자가 달려가며 바라보는 하나의 별에 대해, 담담하게 노래하며 남들과 다르지 않은 여느 청춘의 모습과 같은 그들이 유난하지 않은 슬픔 안에 그려진다.
그리고 그 담담한 슬픔은, 윤동주와 송몽규가 다른 시간, 같은 자리, 같은 대상을 향하여 서로 다른 이유로 감정을 터트리며 절규하던,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베스트 시퀀스의 끝자락인 가장 마지막에 슬픈 눈빛과 나직한 목소리로 윤동주가 직접 이야기해주는 시집 제목의 마침표가 찍히던 그 순간에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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