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을 자주 읽지는 않지만, 기막힌 반전의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작가는 하나하나 단서를 던져주고 독자는 그 단서들을 취사선택하며 퍼즐을 맞춰나간다.
어느만큼 퍼즐이 맞춰졌을 때,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며 이 사람이 범인일지도 몰라 하며 화살표를 긋기 시작한다.
화살표의 방향이 한 곳을 가르키면 마치 이야기가 끝난듯 보이지만
작가가 숨겨놓은 반전은 언제나 나의 뒷통수를 후려치며 끝난다.
추리소설의 묘미.
카린 지에벨의 <너는 모른다>와 <그림자> 두 권의 책을 봤다.
둘 다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한 상태로 책을 읽게 되지만,
엔딩과 해결방식이 조금 더 마음에 들은 쪽은 <그림자>.
마음엔 들지 않았지만 의외의 반전을 안겨다 준 쪽은 <너는 모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느 쪽이 좀 더 호응을 얻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림자>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촘촘한 긴장감 속에 이미 작가가 짜 놓은 장치들로 나를 옭아맨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문장들을 파헤친다.
실체가 없는 스토커의 행동들에 클로에는 스스로를 괴롭히며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실체가 없기에 어찌할 방법이 없고, 주변사람들이 신뢰하지 않기에 현실은 더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에필로그까지 읽고나야 그래, 추리소설의 묘미란 이런거야! 하면서 무릎을 치게되는 이야기.
그리고 이제 3회가 방송된 <실종느와르 M> 이라는 케이블 드라마가 있다.
가끔 새벽에 TV를 켜 놓으면 재방송을 하기에 1-3회를 우연치않게 다 재방송으로 볼 수 있었다.
- 본방이 언제 하는지 찾아봐야겠다. 본방 시간도 모름. -
하나의 사건이 2회분량으로 나오고 전회에서는 사건의 발단과 전개, 다음회에서는 반전과 해결을 알 수 있다.
이 드라마도 카린 지에벨의 소설들과 마찬가지였다.
잘 짜놓은 판 위에 길수현이란 말을 움직여 킹과 퀸, 나이트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차근차근 단서를 얻는다.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기 위해 화면을 보는 나도 열심히 생각해보아야 한다.
의외의 인물이 나타나고, 의외의 사건 안에서 또 다른 용의자가 생겨난다.
나 대신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계산해주는 등장인물들 덕분에 책보다는 조금 더 쉽게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전에 반전.
그리고 아직 숨겨져있는듯한 화살표를 잘 그으며 따라가다 보면,
전직 FBI 요원인 길수현의 비밀도 결국 드러나는 순간이 있을것이다.
(아마 이 비밀도 조금씩 흘려주면서 어느 순간 길수현을 중심으로 에피소드가 한 편 완성될 것 같다.)
생각하지도 않았던 부분에서 반전을 날려주며, 엔딩은 있지만 결코 개운할 수 없는 결말.
이 두가지 부분에서 문득, 카린 지에벨의 소설과 <실종느와르 M>이 겹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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