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이준을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시시덕거리는 그렇고 그런 아이돌로 볼 수 없을 것 같다. 눈빛이 살아있는 배우 같았다. 정말 배우 같았다. 8할이 넘는 이준의 연기 덕에 이 영화는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영화 보다가 중간에 같이 보러 간 남편에게 쟤 완전 약빨고 연기하나봐~ 하고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감탄을 내놨을 정도니까 말이다.
영화는 김기덕스러운 신연식 감독의 영화였다. 만약 내가 <러시안 소설>을 보지 않았다면, 김기덕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는 이런 스타일도 나올 수 있나? 하고 말았겠지만, 그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소설대신 연극의 무대가 되어 모든 상황을 투영하며 보여주는 매개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절하게 돌아가고 싶다고 울부짖던 오영의 모습이 안스러운 우리 같았다. 결국 오영은 돌아감을 택했고, 다시 시작함을 택했다. 오영의 연기생활의 한 단면만 간접적으로 나온걸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인생은 결코 되돌려지지 못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되돌려질 인생이라면 그런 울부짖음 따위도 필요없을테니 말이다.
연결선들이 조금은 거칠다. 투박하게 툭툭 잘려 나열되는 것 같은 시퀀스들은 조금 아쉽지만, 오히려 그런 장면의 연결들 덕에 오영의 순간 순간이 좀 더 극적으로 부각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쨌거나 다시 한 번 말하고 싶은 건,
이준의 연기는, 그 무엇을 막론하고도 참 좋았다는 것이다.
내가 이준을 특별히 좋아해서가 아니다. 정말 누구라도 보면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01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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