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달 내내 들끓었던 <설국열차>를 느지막히 보았다. 느지막히라고 생각했지만, 동네 변두리 극장 조조상영관에 반 이상의 사람이 들어찰 만큼 여전히 보는 사람이 많았었다.
빙하기가 도래한 지구에 단 한대만 남은 열차. 그 안의 마지막 인류들. 원작만화를 보지 못해서 원작과 비교할 순 없지만 이 영화 또한 헐리웃 스타일이 절대절대 아니다. 450억이 들어간 인디영화라는 평이 괜히 나온건 아니구나 싶을만큼 말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얼마만큼 흥행을 할 수 있을지는 조금 갸웃하지만, 원작만화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호평일색이라고 하니, 봉테일 감독의, 내 눈에는 전작들보다는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미장센들을 외국사람들도 알아봐줬으면 좋겠다.
이 영화 또한 지배적으로 씁쓸하고도 허망한 바탕 안에 작은 희망의 불씨 하나 던져주고 끝나버린다. 아무런 스포일러도 찾아보지 않고 한달을 참은 까닭에 난 더 열심히 영화를 볼 수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결론으로 치달을수록 내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결말이 상당히 궁금해졌던 영화.
사람은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엔진칸의 수호자들이 현재사회의 지배계층과 오버랩될 수 밖에 없었고, 꼬리칸으로 대변되는 사람들의 삶은 어쩔수 없이 우리 서민의 현실이 될 수 밖에 없다. 신발을 머리에 쓸 수 없다는 7분간의 연설이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든 이야기를 다 갖고 있었다. 후에 윌포드를 대면하는 장면이나, 엔진칸까지 가기 위한 많은 희생들 조차도, 그 7분간의 연설에 모든것이 마치 최면에 걸린듯한 느낌으로 봤다.
솔직히 이런 영화, 한 번만 봐서는 내 생각을 정리하며 100%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유혈이 낭자한 장면들 덕에 너무 긴장하며 봐서 이완할 틈 없었던 나의 전신이 참 피로해져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도 꼭 한번은 더 보고 싶은 영화가 되어버렸다
201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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