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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그녀 애인들을 생각하며 나는 내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쓰고 있다. 그들은 그녀가 내 것이었으며, 내가 이렇게 쓴 책 속에 감금당했음을 알게 될 터이다. 또한 그녀가 자기들과 하는 것은 나와 했던 일의 반복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 내 글은 출판된 뒤에도 여전히 힘을 행사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쓴 것을 다시 읽어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혹은 의식적으로 내가 그녀의 문체와 표현을 되풀이하면서 그것에 물들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녀를 소유하지 못했는데 그녀의 모든 글쓰기가 내 안에서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나는 우리의 글쓰기가 이렇듯 얽혀서 서로 만나길 원했다.
내가 저 위의 문장들을 써 놓은 이유는 절대 좋아서가 아니다.
'기가막혀서' 이다!
100여페이지 남짓 되는 이 책 한권을 3일간 읽었나 보다. 내 읽다읽다, 분량도 쥐똥만한데 이렇게 짜증으로 점철된 책은 또 처음이다. <단순한 열정>을 읽고 난 후 나는 참 AE의 무모한 열정을 부러워 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남자에게까지 이런 취급을 받으며 이렇게 까발려질 사람이 아닌데, 뒤늦게 남자 하나 잘못 만나 이토록 길이남을 텍스트로 두고두고 씹히는 에르노언니가 가여울 뿐이다.
필립빌랭은 책 한권 내내 자신의 질투가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무의미한 것인지 빤히 알면서도, 그 질투를 버리지 못해 집요할 정도로 집착한다. 그리고는 말한다. '질투는 나의 힘' 이라고! 웃기고 있네..!!!!!
책을 읽고 편지를 써 의도적으로 접근한 시작부터 마음에 안들더니, 도대체 이 남자는 에르노언니와 왜 연애를 한건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5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님에도, 이 남자가 말하는 사랑에는 온통 물음표 뿐, 어떻게 공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사랑하긴 한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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