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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8. 대구. 근대路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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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앙 2018. 6. 2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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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걷기 좋은 코스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봄부터 계속 가고 싶었는데

수술하고 나서 기장까지가 내가 가본 최장거리라서 엄두가 안 났었다.

6월이 되고 큰 마음 먹고 현관을 나섰다.


ITX - 새마을 9시 10분 부산 출발 서울행.








대구에 도착하니 공기가 사뭇 다르다.

더위로 유명한 대구답다.

대구 사는 지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나마 근래 중 오늘이 덜 더운 날이란다.

날 잘 잡아 왔다고.


이 날 대구는 부산보다 5도 높았다.




대구역에서 전철을 타고 중앙로 역으로.

대구에만 있는 동전같은 전철표가 신기해서 사 보았다.



들어갈 땐 찍고 들어가서 나올 때도 찍고 나오면 이건 어떻게 반환해야하나

기념으로 가져가는건가 혼자 별 생각을 다 해봤는데

나올 때 보니 전철 개찰구에 저금통 같은 구멍이 있다.

거기에 쏙 집어 넣으면 개찰구가 열린다.

신기한 방식이다.






중앙로역에 도착해 화교협회를 찾아 가다보니

11번 대구시간여행을 찍을 수 있는 안내소 & 게스트하우스가 나타나서 스탬프 투어 종이를 한장 받고

화교협회부터 역순으로 걷기로 했다.


마지막에 꼭 서문시장에 가보려고.


대구 근대 골목투어 2코스 시작.




화교협회에 도착.

근데 화교학교 아이들이 수업하는 시간이라 섣불리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에서 이런 저런 내용들만 읽고 스탬프를 찍었다.

다른 쪽에서 건물을 봐야하는건가.

물어볼 곳 없는 여행자는 이럴 때 난감하다.

화교협회 빨간 벽돌 건물을 블로그에선 봤는데 어느쪽으로 가서 그 건물을 찾아야하는지 도통 모르겠으니.




그리고 진골목에 오니 정소아과의원이 보인다.

대구 최초의 서양식 2층 주택으로 보존가치가 높지만 사유재산이라 헐릴지 모른다는 곳.

근데 주변도 개발일색인 이 곳에서

여기만 원형 그대로를 보존해달라고 하기가 참 난감할것 같기도 했다.





진골목.

길어서 긴(진)골목이라고 한다.

그럼 '길다'는 '질다' 인걸까.

사투리의 세계는 너무 힘들다.

말하는 사람 개인마다 다 다르다.





골목이 끝나면 약령시가 나오는데 시가 뭘 뜻하나 궁금했었는데 시장이란다.

예전에 읽었지만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나는 '마당 깊은 집'의 배경이라고 한다.

공부를 위해 읽었던 글들은 아무리 재미있었어도 기억이 안 난다.

커서 다시 읽어 본 소설들을 생각하면 그 때랑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의무로 글을 읽던 그 때는 재미란걸 느끼지 못했기에

이 글도 그다지 생각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다시 읽어봐야겠다.




약령시 한약 박물관도 있다.

신기하고 아이들이 많았다.

동네 아이들 견학처인가 싶다.

할머니 할아버지들 계신 야외 족욕탕 사진을 못 찍었는데

분수가 약탕기였다.

약탕기만 보면 절로 어릴 때 엄마가 한약 다리던 그 모습과 한약향이 기억난다.

나는 정말 한약이 싫었는데 한약이 부글부글 끓던 약탕기의 모습과 한지로 입구를 여민 모습

그리고 그 한약의 불쾌한 향이 생각난다.

한약 마시고 나면 꼭 먹었던 박하사탕과 함께.




박물관을 나오면 옛 신민회(교남 YMCA) 건물이 보인다.

국채보상운동 그 신민회 맞다.

대구 3.1 만세운동 기념관이 있다는데 문은 닫혀 있었다.




그리고 제일교회.

지금은 교회는 이사가고 이곳은 100주년 기념관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빨간 벽돌 건물들.

예전 이 거리의 분위기가 어땠을지 예상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상화 고택과, 서상돈 고택.






높은 건물 사이에 기와건물.

계속 잘 보존됐으면 좋겠다.


외국사람들이 와서 신기해 하는게 이런 모습이라고 한다.

유럽에 가 본적이 없지만 그들은 여전히 그대로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모습을 하고 사는듯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이질적인 조화의 공간들이 많다.


모두 높은 건물로 채우지 말고

조금씩은 숨쉴 공간을 남겨두었으면 좋겠다.


경복궁처럼 큰 건물들이 아닌, 이렇게 작은 고택들 하나 하나만이라도.



그리고 계산 성당에 도착.



도착했는데 너무 목이 마르고 덥다.




계산 성당 바로 옆이 커피명가라서 크로와상 하나 먹으며 잠시 휴식.





성당 안에 스테인드 글라스가 참 멋있는데

안에 기도하시는 분들이 많아 찰칵 소리를 내며 사진찍기가 민망해

멋진 스테인드 글라스는 눈으로만 담아왔다.





이 멋있는 건물은 사제관 모형인데 1995년에 화재로 불에 타버렸다고 한다.

안타깝네.




그리고 3.1 만세 운동길을 따라 올라가면 청라언덕이 나온다.




여기 중간에 있는 글 중에 에피소드를 하나 읽었다.

그 시절 고등학교 다니시던 분이

만세운동을 나가야 하는데 나가면 치마가 풀려 도망가기 힘드니

치마를 개조해 어깨 달린 치마로 만들었다고 한다.

밟혀도 벗겨지지 않게, 잘 도망갈 수 있게.

요즘 입는 한복들은 다 어깨 달린 치마인데

이 때 바뀐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좀 슬펐다.

혹시 모를 급박한 순간을 위해 했을 그들의 준비가.

그런 마음가짐으로 이 길을 오르고 내려야 했을 그들의 청춘이.



청라 언덕 위엔 선교사의 집이 3채 남아있다.

모두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한 곳은 보수공사 중이고

한 곳은 그 날 자원봉사 선생님께서 못 나오셨고

한 곳만 볼 수 있었다.

다 오래된 집들이라 2층은 개방하지 않고 1층만 개방하고 있었다.





산책하시던 동네 할아버지에게 들었는데

이건 예전 동산병원 정문이었는데 정문 그대로를 이곳으로 옮겨 놓은거라고 한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고.



포토스팟이라고 해서 여기서 한 컷.

진짜 잘 나오네.

저기 큰 건물은 신축한 제일교회.

언덕 위에 진짜 크게 지어놨다.

언덕 아래 성당을 의식한걸가 싶을 정도로 비슷한 모양으로.











스탬프 투어를 마치고 관광센터에 가니 작은 선물을 준다.

예쁜 노트, 아주 좋다.




청라 언덕을 내려서 조금 걸으니 서문시장!

오는 길에 방향을 몰라 동네분들께 여쭤도 봤다.

다음맵도 좋지만 동네분들이 더 잘 아시니.




서문시장에 간 목적은 이거 사러!

길쭉이 호떡!!

더워서 먹기는 좀 그렇고 10개짜리 세트를 샀다!

집에 가서 맛있게 먹어야지!!




그리고 유명한 납작만두!!

미성당이 유명하다고 해서 굳이 이 가게를 찾아가서 먹었는데

간장 양념이 진짜 특이했다.



밀가루 7할인 납작만두인데 이게 뭐라고 맛있지? ㅎㅎ



그리고 뉴스에서만 보던 대구 도시철도 3호선.

생각보다 더 높아서 순간 소름 돋았다.




내가 떠 있는 전철을 타고 간다는걸 느낀 순간

바이킹 탈 때처럼 오싹했다.

아래를 괜히 내려다봤어.


그리고 다시 1호선!




신세계 가서 살것 사고

동대구역에서 3시 47분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즐거운 대구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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