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1분에 70번. 두근두근......
나의 1년은 1년일 뿐이다.
심장이 1분에 뛰는 횟수가 대개는 엇비슷하듯 나의 1년도 남들과 엇비슷할 것이다.
1년 365일. 꼭 365일만큼 나이를 먹고, 365일 만큼 심장이 뛴다.
365일 만큼의 심장이 모두 엇비슷하게 뛰어도, 1년이 꼭 365일이 아닌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1년은 우리의 365일보다 빠르다. 바라보기에 감당이 안될만큼 너무 빠른 듯하다.
그렇다고 그 아이의 심장박동이 달음질 치며 달아나는 것은 아닐테다.
1년의 시간이 365일 보다 빠른 것일 뿐. 1분의 70번, 두근두근 뛰는 심장은 같을 것이다.
우리보다 더 빠른 365일을 보내기에 빨리 지나가 버리는 시간만큼 성숙해져 간다.
비단 몸 뿐만이 아니다.
수치로 측정해 내는 인체의 구조를 이야기 하기 보담은 정확한 단위로는 형용할 수 없는 머릿 속 생각들이 몸을 따라 성숙해진다.
나는 단지 1년을 꼭 365일만큼 살아 갈 뿐이라 365일 이상의 생각은 키울 수 없는 틀에 갇혀 있다.
그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P.195-196
나는 내 속 단어장에서 '추파'라는 낯말을 꺼내 만져보았다. 가을 추, 물결 파. 가을물결.
'예쁘구나, 너. 예쁜 단어였구나......'
그런데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보내는 눈빛을 추파라고 하다니,하고많은 말 중에 왜? 그러자 곧 그런것도 모르느냐는 듯 바람이 나를 보고 속삭였다.
'가을 다음엔 바로 겨울이니까.'
..
.
'아! 만권의 책을 읽어도, 천수의 삶을 누려도, 인간이 끝끝내 멈출 수 없는 것이 추파겠구나' 싶어 흐뭇하기도 했다.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 세상이 무탈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두근두근 1분에 70번.
1시간에 4200번. 1년에 36792000번.
그리고 365일 만큼의 시간.
내 심장이 뛰는 만큼 시간의 흐름을 껴 안고 살아가는 나와 심장이 뛰는 것보다
더 빨리 삶의 목적을 이뤄가는 그 아이.
삶은 언제나 진지하다. 때로는 외면하고 싶을 만큼 버겁다.그렇다고 쉽게 버릴수는 없다.
지나온 시간만큼 성숙해지지 않기도 한다.
가끔은 미안하다. 난 이미 커버린 어른인데 내 심장이 뛴 만큼 생각도 같이 달리진 못했으니 말이다.
P.296
"세상은 참...... 살아 있는 것투성이구나. 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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